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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談談한 만남①] 헌신으로 물들인 4년, 다시 내민 도전장… 최윤 대한럭비협회장 “아직 할 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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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연임에 도전하는 최윤 대한럭비협회 회장이 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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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럭비가 다시 퇴보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습니다.”

일본에서 보낸 어린 시절,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을 버티게 해준 건 고등학교에서 붙잡아 10년 넘게 살갗을 맞댄 럭비공이었다. 고국 한국에서도 연을 놓을 수 없었다. 2021년 1월 제24대 대한럭비협회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한국 럭비 수장에 올랐고, 숨 가쁜 4년을 보냈다.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오는 13일 예고된 제25대 협회장 선거에 다시 출사표를 내민다. “해야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처럼 삶을 지탱해준 럭비에 대한 사랑이 아직 한 아름 남아있다.

◆럭비공에 순수함을 담아

최 회장은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이방인으로서 맞서야 했던 차별과 편견에서 그를 일으켜 세워준 게 럭비였다. 자연스레 순수한 사랑이 피어올랐다.

최 회장은 “수많은 사업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등 이렇게 나이 예순을 넘기기까지 정말 많은 부분이 럭비에 뿌리를 뒀다. 삶의 고비를 맞을 때마다 럭비가 내게 안겨준 정신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재일교포로서 받아야 했던 차별, 맞서야 했던 편견들에서 그를 일으켜 세워준 것이 바로 럭비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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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에 도전하는 최윤 대한럭비협회 회장이 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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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느낀 럭비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최 회장은 “럭비는 15명 모두에게 각자의 역할이 주어진다. 그중 한 명이라도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 모든 시스템이 무너진다. 반대로 그것들이 한데 뭉쳤을 때 맛보는 희열이 정말 짜릿하다”며 “우리 사회도 그렇다. 성별, 재력, 출신 혹은 장애 등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각자의 역할이 주어진다. 그리고 모두가 그걸 수행해냄으로써 사회가 유지된다. 그렇게 구성원 모두가 하나로 뭉쳐 살아가는 모습이 럭비와 참 많이 닮았다고 느꼈다”고 미소 짓는다.

이어 “우리나라로 와서 느낀 게 하나 더 있다. 슬픈 일이지만, 우리 학생 선수들을 보면 처음부터 럭비 하나만 바라보는 선수들은 많이 없다. 대부분 타 종목을 접하다가 마음처럼 잘되지 않은 학생들이 여기서 새로운 길을 찾는다”며 “오히려 그런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세상 살다 보면 한 번쯤은 넘어질 수도 있는 법이다. 그들이 럭비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로 도약하는 모습, 포기하지 않으면 다시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감동이 있었다”고 바라봤다.

럭비협회까지 다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럭비를 통해 받은 감동과 많은 은혜들을 한국에서 갚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특히 한국에 넘어오고 한국 럭비의 현실을 보면서 더욱 그 생각이 강해졌다”며 “일본이야 생활체육 등 여러 기반이 잘돼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길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지난 4년간 집중했던 것도 바로 그 포인트”라고 힘줘 말했다.

◆‘누구나’의 리그를 향해

지난달 4일 대한럭비협회장 연임 도전을 위해 차기 선거 후보자 등록 의사 표명서를 제출했다. 절차대로 기존 협회장 업무는 정지됐다. 최 회장은 “국내 업무는 현재 회장 대행이 맡아 처리하고 있다. 4년간 우리 집행부가 갖춰놓은 시스템과 제도가 있기 때문에 누가 맡아도 잘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제 관계 업무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협회를 대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관련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최근 19세 이하 아시아 럭비 챔피언십(U-19 ARC)이 열린 대만을 찾아 청소년 대표팀을 격려하고 경기를 지켜보고 오기도 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정신없이 보낸 지난 임기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의 50%도 하지 못했다고 본다. 시간을 허투루 쓴 게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건 아니다. 바로 그 일들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가장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미완의 50%는 앞으로 채워나갈 것”이라고 눈을 번뜩였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묻자, 그는 “고쳐야 할 묵은 관례, 규정에 어긋나는 해석에서 비롯된 잘못된 시스템 등 20년 넘게 이어진 관행들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우리 협회가 계속 강조해왔던 ‘누군가의 리그’에서 ‘누구나의 리그’로 도약하는 데 가장 큰 목표를 뒀다. 우리 럭비인들도 그렇지만, 밖에서 다른 종목들이 우리를 봤을 때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고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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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에 도전하는 최윤 대한럭비협회 회장이 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윤 럭비협회장 후보.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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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럭비를 위해

쏜살같았던 4년, 개인적으로 가장 뜻깊었던 성과는 무엇이었을까. 최 회장은 가장 먼저 찰리 로우 감독의 이야기를 꺼냈다. 2019년 기술 고문으로 한국 럭비에 발을 들인 로우 감독은 사상 첫 올림픽 7인제 본선 진출에 성공한 2020 도쿄 올림픽(2021년 지연 개최)에서 코치로 활약했다. 이를 끝으로 인연이 끊어질 뻔했지만, 최 회장이 발 벗고 나서 그를 붙잡았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 축구에는 2002년 월드컵이 큰 기점이었다. 변화의 중심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있지 않았나. 지연·학연이 만연한 인맥 축구, 이름값에 의존하는 축구를 뿌리 뽑고 실력 위주로 선수들을 선발하며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며 “우리도 그 전철을 밟고자 했다. 우리 럭비계에 만연한 ‘끼리끼리’ 문화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수들을 바라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성공적인 결실을 이끌어냈다. 로우 감독은 과학적이면서도 디테일한 지도 방식으로 선진 럭비를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럭비계 히딩크’라는 별명도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2022년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럭비 7인제 월드컵 본선에도 17년 만에 진출을 빚어냈다. 본 무대에서도 21년 만에 2번의 승리를 이끌어내며 한국 럭비의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끝이 아니다. 최 회장이 우선순위에 뒀던 개혁 중 하나는 바로 심판 파트였다. 그는 “가장 큰 문제였다. 감독-코치-학부모-원로들과 심판으로 이어지는 커넥션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타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럭비판이지 않나. 한국의 연고주의를 떨쳐내기 힘들었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학생들, 선수들이 공정하고 중립적인 경기를 치를 수 없다. 신사적인 럭비 경기장이 전쟁터가 돼버리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봤다”고 언급했다.

스스로 발 벗고 나섰다. 그는 “직접 심판위원장을 맡았다. 항간에는 심판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요직을 맡냐고 볼멘소리를 냈지만, 심판의 권위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봤다”며 “그 자리를 통해 악·폐습을 뿌리 뽑고자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비판이 없지 않았지만, 분명 변화했다고 본다. 큰 틀에서 기초공사를 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당장 눈에 띄진 않더라도, 역사가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談談한 만남②] 예능 ‘최강럭비’부터 드라마 ‘트라이’까지… 최윤 대한럭비협회장의 꿈꾸는 韓럭비 정상화’에서 계속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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