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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4차 레오 더비’로 막 올리는 후반기, 오기노 감독은 또 한번 자신의 실패를 목도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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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 V리그 남자부 후반기는 네 번째 ‘레오 더비’로 막을 올린다.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은 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 연말을 마지막으로 올스타전 없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지낸 V리그는 7일부터 후반기 일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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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남자부 후반기 첫 매치업은 압도적인 선두 현대캐피탈(승점 46, 16승2패)와 압도적인 최하위 OK저축은행(승점 15, 4승14패) 간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두 팀 사이에는 V리그 역대 최고의 외인 레오(쿠바)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외국인 선수가 자유계약 시절이던 2012~2013시즌, 20대 초반의 쿠바 출신의 깡마른 외인이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로 입성했다. 너무나 말라 제대로 뛸 수 있을수도 있을지 의구심을 자아냈던 그 사나이는 곧바로 V리그 코트를 초토화시켰다. 2014~2015시즌까지 3년 연속 정규리그 MVP를 독식했고, 2012~2013, 2013~2014 챔피언결정전 MVP도 그의 차지였다. 3년차 챔프전에는 같은 쿠바 출신의 로버트랜디 시몬을 앞세운 OK저축은행에 막혀 우승을 실패하고 V리그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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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튀르키예, 레바논, 중국, UAE 등 해외리그를 돌던 레오는 2021~2022시즌에 다시 V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그 사이 외국인 제도는 트라이아웃으로 바뀌어있었고, 레오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1순위로 OK저축은행에 지명됐다. 어느덧 30대 줄에 접어든 레오는 과거의 폭발적인 운동능력은 다소 하락했지만, 노련미는 더해졌고 블로킹이나 서브는 과거 삼성화재 시절보다 나아진 모습으로 또 한 번 최고의 외인으로 군림했다. OK저축은행 3년차였던 2023~2024시즌엔 팀 공격의 40% 이상을 책임지며 팀을 챔프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보증수표와 같은 선수임에도 OK저축은행의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레오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레오에게 공격을 의존하는 ‘몰빵배구’는 자신의 철학과 맞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챔프전 준우승으로 인해 트라이아웃에서 높은 지명 순번을 뽑기 힘들 것이라는 현실적인 고려는 하지 않은 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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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트라이아웃 시장에 나온 레오를 품은 게 2순위 지명권을 받아든 현대캐피탈이다.

현대캐피탈과 레오의 궁합은 찰떡이었다. V리그에서 뛰던 지난 6시즌 동안 단 한번도 40% 이하의 공격 점유율을 보인 적이 없던 레오. 올 시즌 현대캐피탈에서는 34%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존재가 곧 몰빵배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현대캐피탈에서는 레오에게 공을 죄다 몰아주는 몰빵배구를 할 필요가 없었다. 토종 NO.1 공격수로 거듭난 허수봉이 있고, 전성기 시절 최고의 공수겸장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한 전광인에 아시아쿼터 신펑(중국)도 있다. 최민호를 위시로 한 미들 블로커진도 적지 않은 공격 비중을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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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는 ‘행복배구’를 하면서도 성적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전반기 득점 2위(367점), 공격 종합 1위(55.29%)에 오르며 최고의 외인으로 여전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선수를 오기노 감독이 아무런 조건없이 포기한 것이다.

주전들의 고른 공격 배분 속에 현대캐피탈은 전반기에 최고의 화력을 자랑했다. 팀 공격종합 1위(53.98%), 팀 오픈 1위(43.82%), 팀 속공 2위(63.32%), 팀 퀵오픈 1위(57.83%), 팀 후위공격 3위(56.79%) 등 모든 공격지표 최상단에 위치했고, 팀 블로킹(세트당 2.612개), 팀 서브(세트당 1.567개)에서도 1위에 올랐다. 팀 리시브 효율 5위(33.22%), 팀 디그 최하위(세트당 9.567개), 팀 수비 6위(세트당 15.537개) 등 수비 지표는 하위권을 면치 못했지만, 공격과 블로킹, 서브의 힘을 앞세워 현대캐피탈은 전반기를 압도적인 선두로 마쳤다.

어쩌면 오기노 감독이 구현하려고 했던 토털배구가 올 시즌 전반기 현대캐피탈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는 곧 레오의 존재로 인해 오기노 감독의 토털배구가 구현되지 못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토종 선수들의 능력치가 떨어져서 못한 것일 수도, 아니면 오기노 자신의 지도력이 모자라서 못했던 것을 레오에게 돌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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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레오 더비도 큰 변수가 없다면 현대캐피탈의 승리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 정규리그가 마감되어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얻고, 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그 우승의 숨은 공신은 오기노 감독이 될 수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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