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축구협회 전경.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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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지는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방향을 잃은 채 산으로 가고 있다.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이하 선거위)는 법원의 선거금지 가처분 인용으로 중단됐던 선거를 23일 재개한다고 발표했으나, 선거에 나선 허정무·신문선 후보는 "동의한 바 없다. 축구협회의 발표는 거짓"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선거위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선거는 오는 23일 실시하기로 했으며, 선거인 명부 작성을 위한 선거인단 재추첨은 12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인 명부는 16일 확정하고, 확정된 명부는 후보자들에게 제공된다. 선거 운동기간은 선거인 명부가 확정된 16일부터 선거일 전날인 22일까지"라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는 정몽규 현 축구협회장을 비롯해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가 후보로 나섰다.
선거는 당초 8일 예정됐으나 전날 법원이 허 후보의 선거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잠정 중단됐다. 법원은 선거위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선거인단 추첨이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확인되지 않는 등 불공정·불투명을 이유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선거위는 이에 선거인단 재추첨을 통해 예비명단을 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선거위는 "선거인단 추첨 시 총 3배수의 예비명단을 작성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동의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선거인단 숫자가 손실되는 것을 막고, 선거인단이 가능한 최대로 구성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선거인단 추첨은 선거위 입회하게 선거 관련 추첨 업무 전문 외부업체가 검증된 프로그램을 활용해 진행하며, 각 후보자 측 대리인(선거사무원 1인)이 참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에 나선 정몽규(왼쪽부터) 현 축구협회장,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 연합뉴스·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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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법원은 축구협회가 선거인 명부 작성 당시 개인정보 제공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21명이 선거인에서 제외됐음에도 재추점 등을 통해 선거인 보충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선거인단에서 제외된 21명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허 후보와 신 후보는 선거위의 입장 발표에 반기를 들었다. 허 후보 측은 "축구협회가 일방적으로 23일 선거일이 합의된 것처럼 거짓 보도로 언론과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불공정하고 위법한 선거운영에 대한 엄중한 법원의 판단을 단순히 선거인 몇 명 추가하는 것으로 무마하려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축구협회의 일방적 선거 일정으로 강행하면 또 다시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는 강경한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두 후보 측은 이날 오후 2시 축구회관에서 축구협회 선거위 요청으로 운영위 감사와 세 후보 대리인들이 참석해 가처분 인용 이후의 선거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선거위는 미뤄진 선거일을 23일로 정하고, 12일 선거인단 추첨 등 일정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허 후보와 신 후보 측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원인인 '선거위 명단 비공개', '선건인단 추첨 과정의 불투명', '일부 선거인 배제로 인한 부족한 선거인단' 등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없이 급하게 선거일을 정해놓고 통보하는 식의 결정이 돼서는 안 된다"며 "23일 선거일에 반대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법원 결정의 취지를 위해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선거위가 회의 이후 일방적으로 언론에 알렸다는 게 허 후보 측의 주장이다.
신 후보도 선거위부터 새로 꾸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 후보 측은 정 회장의 업무를 대행하며 선관위를 꾸린 김정배 축구협회 부회장이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특정감사를 통해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이 규정과 절차를 위반했다는 것 등을 이유로 정 회장과 김 부회장 등에 '직무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축구협회는 문체부가 시정 조치하라는 사안들에 대해 재심의를 신청했으나, 문체부는 지난 2일 이를 기각했다. 문책(징계)의 경우 1개월 이내에 징계 의결 후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신 후보는 이런 이유로 "축구협회는 회장 선거라는 대형 이벤트를 소화할 능력도 책임감도 없다"며 "선거위는 해산하고,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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