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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주장을 넘어 아름다운 동료애다.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속팀 미드필더이자 과거 자신을 두고 인종차별 발언까지 했던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큰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손흥민은 가장 먼저 챙기며 쾌유 메시지를 보냈다.
벤탄쿠르가 또 쓰어졌지만 이내 일어났다.
벤탄쿠르는 9일(한국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내와 병실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벤탄쿠르는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다 좋아요, 여러분! 여러분들의 메시지 너무나 감사해요!!!"라며 "승리 축하해 친구들!!!"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자신의 병원에 있는 사이 동료들이 전달한 승리는 큰 위로와 선물이 됐다.
벤탄쿠르는 이날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 토트넘-리버풀 맞대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최근 자신의 컨디션 상승세를 알리듯 토트넘이 우승컵을 향해 도전하는 대회에서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전반 초반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전반 6분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헤더를 하기 위해 넘어졌다가 그대로 쓰러진 것이다. 동료들이 빠르게 달려가 그의 상태를 확인했 뒤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특히 오른쪽 수비수 페드로 포로의 빠른 처치가 눈부셨다.
의료진도 곧바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벤탄쿠르의 상태를 확인했다.
벤탄쿠르는 낮게 들어오는 코너킥을 머리로 돌려놓기 위해 바닥 쪽으로 머리를 내렸고 돌리지 못했다. 이후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고개가 돌아간 것으로 보였다.
모두가 긴장하고 울먹이는 순간이었다. 벤탄쿠르는 들것에 실려 나갔고, 의식을 찾지 못하는 듯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를 대신해 브레넌 존슨이 투입됐다.
벤탄쿠르가 경기장을 빠져나간 뒤 토트넘은 똘똘 뭉쳐 프리미어리그 1위팀 리버풀의 공세를 차단했다.
이어 후반 41분 18세 미드필더 루카스 베리발의 결승골로 토트넘이 이기고 결승행에 성큼 다가섰다.
토트넘은 마냥 웃을 순 없었다. 벤탄쿠르의 부상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8월 레스터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원정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머리가 부딪혀 뇌진탕 증세를 겪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쓰러진 게 더욱 사람들의 걱정을 불렀다.
다행히 그는 의식을 되찾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의 상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싶지 않다. 나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라면서 "내가 아는 건 그가 빠져나왔을 때 의식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분명히 머리 부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는 빠져나올 때 의식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이 벌어졌는지는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토트넘 구단은 당분간 매일 벤탄쿠르에 의사를 보내 그의 컨디션을 점검하도록 했다.
영국 중계채널 스카이스포츠도 후반전이 진행 중인 상황에 방송을 통해 "토트넘은 벤탄쿠르가 의식이 있고 대화를 하며 병원으로 향해 추가 검사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토트넘 선수단도 경기 후 각자 벤탄쿠르의 쾌유를 비는 메시지를 전했다.
주장 손흥민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늘 동료들의 경기력에 자랑스럽다. (팬들의) 응원도 정말 엄청났다. 무엇보다도 2차전이 다가온다"라면서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힘은 모두 벤탄쿠르, 너에게 향하고 있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벤탄쿠르는 지난 2022년 1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유벤투스(이탈리아)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그는 현재까지 토트넘 통산 89경기를 소화했다.
다만 벤탄쿠르는 토트넘에서 장기 부상을 한 차례 겪은 바 있다. 지난해 2월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면서 벤탄쿠르는 그해 10월까지 팀에 복귀하지 못했다.
그러다 밴탄쿠르는 2023-2024시즌 10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 후반 막판 교체 출전해 10개월의 공백을 깨고 복귀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당시 손흥민도 경기 후 돌아온 벤탄쿠르를 원정 팬 앞으로 데려가며 축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줬다.
이후에도 발목 인대 부상으로 한 달가량 빠졌던 벤탄쿠르는 올 시즌 초반 뇌진탕 증세를 일으킨 부상으로 다시 한 번 팬들을 놀라게 했다.
로드리고는 부상 외에도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축구종가를 시끄럽게 했다.
결국 벤탄쿠르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7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여름 손흥민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적 농담이 화근이었다.
벤탄쿠르는 지난해 6월 우루과이 TV 프로그램에서 나선 뒤 당시 진행자로부터 토트넘 선수의 유니폼을 달라는 요청을 받은 벤탄쿠르는 "손흥민 유니폼?"이라고 되물었고, "손흥민 사촌 거는 어떤가.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공개되자 거센 논란이 일었다. 한국인들은 모두 다 똑같이 생겼다는 발언이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벤탄쿠르는 이 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토트넘이 경감을 주장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리그 6경기, 그리고 리그컵 1경기에 결장했다가 12월 27일 노팅엄 포레스트 원정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이제 그라운드에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았으나 다시 부상 소용돌이에 빠졌다.
사진=연합뉴스, 벤탄쿠르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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