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45분만 뛰고도 이렇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에이스 손흥민(32)은 단 한 개의 골도 기록하지 않고도 경기장을 압도했다.

손흥민은 유로파리그 역사상 전반전 동안 드리블 10회 성공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상대 수비를 농락했다. 손흥민 활약에 토트넘은 경기 내내 공격을 주도했고, 결국 3-0 대승을 거두며 유로파리그 16강 직행 티켓을 따냈다.

손흥민이 전반전을 지배한 프리미어리그 팀 토트넘 홋스퍼는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 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8차전에서 IF 엘프스보리(스웨덴)를 3-0으로 완파했다.

이 승리로 토트넘은 5승 2무 1패(승점 17·골득실 +8)를 기록하며 4위에 올라 16강 직행을 확정했다. 올 시즌부터 유로파리그는 기존 조별리그를 폐지하고 36개 팀이 한 리그에서 경쟁하는 리그 페이즈 방식으로 변경됐다. 상위 8팀이 16강에 직행하며, 9~24위 팀들은 플레이오프를 통해 추가 16강 진출권을 놓고 경쟁한다.

챔피언스리그 탈락팀이 유로파리그로 합류하는 방식도 사라져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우승 1순위 후보로 꼽히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왼쪽 윙포워드로 선발 출전했으며, 전반전이 끝난 후 데얀 클루셉스키와 교체됐다. 지난 24일 호펜하임전 멀티골로 골 결정력 논란을 잠재웠던 그는, 이번 경기에서는 드리블과 패스를 활용해 상대를 철저히 무너뜨렸다.

전반 8분,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수비수를 흔들며 돌파를 시도한 손흥민은 상대 반칙을 유도하며 프리킥을 얻어냈다. 직접 키커로 나섰으나, 낮게 깔린 슈팅이 수비벽에 막혀 아쉽게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전반 중반 이후, 손흥민의 컷백 패스가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전반 23분,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로 수비 3명을 제친 후 컷백 패스를 연결했으나, 페드로 포로의 헤더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33분, 손흥민이 다시 한 번 왼쪽을 돌파해 파페 사르에게 절묘한 컷백 패스를 연결했지만, 사르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 막혔다. 전반 39분, 아치 그레이에게 컷백을 연결했으나,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득점 기회를 놓쳤다.

손흥민은 전반 45분 동안 드리블 성공 10회라는 유로파리그 신기록을 세웠으며, 경기 후 유럽 통계 매체들도 그의 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했다. 이는 문책성 교체가 아닌 체력 안배 차원의 결정이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두 차례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한 경험이 있어, 토트넘은 손흥민의 출전 시간을 조절하며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축구통계업체 ‘풋몹’과 ‘후스코어드닷컴’에 평점 8점대를 받으며서 팀 내 최고 평점 선수가 됐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토트넘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손흥민, 미키 판 더 펜,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교체하며 공격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후반 21분, 드라구신이 무릎 부상으로 다시 교체되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세 공격수 데인 스칼렛을 투입했다.

후반 25분, 스칼렛이 경기의 균형을 깨트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쿨루셉스키가 정교한 크로스를 올렸고, 스칼렛이 문전에서 다이빙 헤더로 연결하며 토트넘이 1-0으로 앞서 나갔다. 후반 40분에는 다몰라 아자이가 스칼렛의 패스를 받아 낮게 깔린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추가시간(90+3분), 17세 유망주 마이키 무어가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쐐기골을 터뜨렸고 무어는 잉글랜드에서 UEFA 클럽 대항전 득점을 기록한 최연소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경기 후 손흥민은 이날 골을 기록한 유망주 3명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며 "오늘은 토트넘 아카데미와 구단에 특별한 날이다. 모두가 열심히 한 결과가 나타났다. 자랑스럽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맹활약한 유망주들은 현지 언론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풋볼런던’은 1골 1도움을 기록한 20세 공격수 스칼렛에게 평점 9점을 매겼고 교체로 들어간 무어와 아자이에게도 평점 8점대를 줬다.

토트넘은 현재 EPL에서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유로파리그에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다. 향후 유로파리그 16강 대진에 따라 우승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손흥민의 맹활약과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 속에서, 토트넘이 2008년 이후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토트넘은 이번 승리로 유로파리그 16강 직행을 확정했고, 이제 프리미어리그 브렌트포드 원정을 준비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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