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지금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였다.
현직 감독은 무표정으로 일관한 반면, 얼마 전 경질된 전직 감독은 스코어가 1-5까지 벌어지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두 달 전 인도네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억울하게 내려놓은 신태용 감독 얘기다.
이날 패배로 1승 3무 3패(7득점 14실점)에 그친 인도네시아는 승점 6에서 머물렀다.
인도네시아는 직전 경기였던 지난해 11월 홈 경기에서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완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시아 최종예선 단계에서 인도네시아 축구가 거둔 역사적인 승리였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사우디전 승장 신태용 감독을 지난 1월 전격 경질하고 클라위베르트 감독을 데려왔다. 현역 시절 FC바르셀로나와 AC밀란에서 뛰는 등 세계적인 공격수를 지냈기 때문에 최근 네덜란드 2중 국적 선수들이 부쩍 늘어난 인도네시아 대표팀 통솔력이 증대될 것으로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기대했던 모양이다.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는 3개 조 1, 2위를 차지한 6개 팀이 본선에 직행한다. 이후 각 조 3, 4위 6개 팀이 2개 조로 나뉘어 4차 예선을 거쳐 각 조 1위 팀이 추가로 본선행 티켓을 차지한다.
인도네시아의 현실적인 목표는 3~4위를 차지해 4차예선에서 월드컵 본선 티켓을 노리는 것이다. 호주전 대패로 3~4위도 쉽지 않게 됐다.
호주 원정은 클라위베르트 감독의 인도네시아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이었다.
반면 호주는 전반 18분 마틴 보일이 페널티킥을 차 넣어 1-0으로 앞서갔다.
호주는 이후부터 거세게 몰아쳤다. 선제골 2분 뒤 역습 상황에서 니샨 벨루필레이가 페널티지역 안 정면에서 일대일로 맞선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 골을 뽑았다.
전반을 3-0으로 넉넉하게 앞선 채 마친 호주는 후반 16분 크레이그 굿윈의 코너킥에 이은 루이스 밀러의 헤딩골로 인도네시아의 발걸음을 더 무겁게 했다.
호주는 후반 33분 올레 로메니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후반 45분 굿윈의 코너킥을 어바인이 머리로 받아 넣어 쐐기를 박았다.
호주는 한국, 일본, 이란과 함께 아시아 '4강' 중 한 팀이다. 원정을 떠난 인도네시아가 고전할 것은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었다.
그러나 이날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감독 때의 축구 스타일과 정반대 전술을 취했다가 쉼 없이 두들겨 맞았다.
신 감독이 이끌 때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9월 홈에서 호주와 0-0으로 비겼는데 이 땐 슈팅 수에서 5-19로 일방적인 열세를 드러냈으나 결과 만큼은 승점 1점을 따내 성공적이었다.
클라위베르트 감독이 데뷔전으로 치른 20일 호주전은 달랐다. 공격에 치중한 끝에 슈팅 수에선 11-9로 오히려 앞섰으나 수비가 허술해지면서 호주가 슈팅 9개 중 7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면서 대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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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점유율도 지난해 9월엔 인도네시아가 36%로 열세였으나 이번엔 61%로 오히려 호주를 능가했다.
결국 강팀을 상대로 수비에 치중하면서 한 방을 노리는, 신태용 감독의 전술이 옳았다. 신 감독은 경질될 때 "네덜란드 이중국적 선수들이 있음에도 수비 축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판이 틀렸다는 게 이번 클라위베르트 감독 데뷔전에서 입증됐다.
신 감독은 자신이 광고 모델을 하고 있는 현지 커피 회사의 행사에 등장해 길거리 응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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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점할 때마다 탄식하더니, 1-5가 될 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히려 호주에서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연이은 실점을 보는 클라위베르트 감독이 무표정해서 대조를 이뤘다.
신 감독이 애써 만든 '인도네시아형 축구'가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진 셈이었다.
그럼에도 신 감독은 "아직 3경기가 남아 있으니 모두가 하나로 단결해 대표팀을 응원해야 한다"며 "불행히도 나는 대표팀을 떠났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내 자식 같은 존재이기에 계속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주전 경기력에 대해서도 "선수들은 열심히 했고, 실제로 전방 압박도 매우 좋았지만, 훈련 시간이 많지 않아 일대일 상황이 많아 보였다"라며 "이것이 패배의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라며 아직 감독 교체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을 이유로 들며 선수들을 옹호하기까지 했다.
사진=연합뉴스 /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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