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 한국배구연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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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배구 인생의 시작과 끝을 모두 최우수선수(MVP)로 마감한 김연경(37·흥국생명)이 소속팀 어드바이저로 참여한다. 배구계 최대 흥행카드였던 그는 “관심도가 떨어질 것 같다는 예상을 해 걱정이 많이 된다”며 “(외국에서) 좋은 선수를 데려와 리그 수준을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연경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V리그 시상식에서 기자단의 만장일치(31표)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개인 통상 7번째 정규 리그 최우수선수 수상이자, 한국 배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채 코트를 떠나게 됐다.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공식행사였던 이날 김연경은 위아래 하얀 정장을 입고 왔다. “마지막 시상식이라 좀 튀게 입고 왔다”며 미소 지은 김연경은 시상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아직도 뭔가 은퇴라는 게 실감은 안 난다. 시상식을 끝으로 공식 행사는 마무리됐다. 이제 휴식을 가지며 여유가 생기면 (은퇴했다는) 실감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 배구계의 이목은 이제 김연경의 향후 진로에 쏠려 있다. 그는 “흥국생명에서 어드바이저라는 역할을 제안해줬다”며 “아직 무슨 역할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흥국생명이) 팀의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 여러 조언을 구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오는 5월 V리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한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을 향한 애증의 감정도 드러냈다. 그는 “처음으로 해외 진출을 보내준 구단이기도 하지만, 해외 진출을 막은 구단이기도 했다. 관계가 좋다가 안 좋다가 하면서 미운 정이 결국 고운 정으로 남았다”며 “돌이켜보면 참으로 고마운 구단이다. 마무리가 통합우승으로 되니 모든 게 좋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은 사실상 은퇴하는 김연경을 위한 자리였다. 시상식장 주변에는 수십명의 팬들이 운집해 김연경의 마지막 모습을 카메라와 눈에 담았다. 한국배구연맹 역시 유일하게 김연경만을 위한 헌정 영상을 준비했다. 영상에는 신인왕, 챔피언결정전 및 정규 리그 최우수선수를 석권했던 데뷔 시즌(2005∼2006)부터 마지막 챔피언결정전에서 포효하는 김연경의 모습이 담겼다.
김연경이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뒤 헌정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이날 수상으로 김연경은 통산 7번째 정규리그 MVP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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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배구연맹으로부터 최고의 예우를 받은 김연경은 리그 발전을 향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은퇴로) 리그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연맹에서 리그 시스템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외국인 선수 늘리는 등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는 요소를 생각해 지금과 다른 이벤트적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내 선수의 해외 진출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면 좋은 선수들을 우리나라로 데려와서 리그 수준을 올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외국 선수와 경쟁을 통해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여자부와 남자부 선수 연봉이 많이 올랐다. 잘하면 연봉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조건을 받는 선수들이 있고 노력해도 못 받는 선수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맹을 향해선 고사 상황에 놓인 유소년 선수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연경은 “저보다 훌륭한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 유소년 풀이 너무 적고, 시스템상 부족한 부분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며 “결국 유소년 풀이 튼튼해야 (프로 무대에) 올라오는 선수들이 잘 배울 수 있다. 인재 풀을 넓히고 시스템을 잘 구축해 좋은 선수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연경이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V리그 시상식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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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달라는 요청에는 △올림픽 출전 △첫 외국 진출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을 꼽았다. 김연경은 2012 런던올림픽 4강, 2016 리우올림픽 8강,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의 주역이었다. 그는 “올림픽은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함께 하는 스포츠 축제였다. 그곳에서 제가 선수로서 뛰었다는 게 참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생애 첫 정규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허수봉은 “신인부터 지금까지 매년 조금씩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자신감을 많이 얻었지만 자만하지 않고 매년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고, 다음 시즌에 지금보다 못하면 속상할 것 같아 준비를 많이 하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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