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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1 (목)

    새들에게 배운 ‘세상을 바꾸는 법’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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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나는 새들이 왜 노래하는지 아네 l 트리시 오케인 지음, 성원 옮김, 원더박스(2025)




    새는 인간이 갖지 못한 초능력을 여럿 갖고 있다. 다가올 계절의 기후를 몇달 전부터 예측하는 능력이 그중 하나다. 여름에 북미에서 번식하고 허리케인철인 가을에 남미로 내려오는 북미지빠귀는 허리케인이 강한 해에는 더 일찍 더 적은 수의 알을 낳고 더 빨리 털갈이해서 최악의 폭풍을 피하도록 스케줄을 짠다. 하지만 5월에 어떻게 가을 날씨를 알까?



    새의 20년 활동 데이터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아마도 새가 월동지에서 기온과 강수 등의 정보를 통해 그해가 허리케인이 더 많이 발생하는 라니냐 현상이 일어날 해인지 예측하는 것이리라고 본다. 또 무게가 겨우 9그램인 노랑날개솔새는 수백 킬로미터 밖 폭풍의 초저주파를 들을 줄 알아서, 폭풍이 강타하기 수십 시간 전에 냉큼 대피한다. 새들은 인간의 기계보다 민감하게 기압에 반응하고, 그 정보를 노래로 서로 나눈다.



    만약 트리시 오케인에게 북미지빠귀의 초능력이 있었다면, 하다못해 새들의 노랫소리에서 기상 이변의 징후를 읽어내는 능력이 있었다면, 그는 전 재산을 잃지 않아도 되었으리라. 2005년 8월,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그의 단층집은 3.5m의 물에 잠겼다. 해수면 2m 아래에 있어서 싼 집이었다. 사망자 천여명 중 다수가 그의 가난한 이웃 사람이었다. 목숨을 건진 그도 구입한 지 한달 된 집과 뉴올리언스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며 살겠다고 계획했던 미래를 잃는다.



    좌절하는 한편, 그는 자신이 그동안 물과 환경에 관심이 없었다는 점을 뉘우친다. 그는 니카라과와 과테말라에서 십여년간 인권운동에 헌신하며 세상을 바꾸려고 한 활동가였으나 그 세상에 환경도 포함된다는 건 몰랐다. 그는 환경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한다. 그 결심을 이끈 것이 새였다. 사람이 죽어가는 세상에서 쌍안경으로 새나 관찰하는 건 배부른 백인의 헛짓이라 믿었던 그가 재난 후 절망뿐인 도시에서 한결같은 생명력으로 그를 위로한 참새와 홍관조 덕분에 탐조인이 된 것이다. 그는 잿빛고양이새에게 가락지를 끼워서 생태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된다.



    이야기가 여기서 그친다면, ‘나를 바꾼 탐조’는 될지언정 ‘세상을 바꾸는 탐조’는 못 될 것이다(책의 원제가 ‘세상을 바꾸는 탐조’다). 새들은 스스로와 세상에 환멸을 느껴서 앞으로 인간 대신 벌레나 인터뷰하며 살겠다고 물러난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새 백여종의 서식지이자 동네 주민의 휴식처인 습지 공원이 주차장으로 개발될 위기에 처하자, 그는 엉겁결에 단체를 조직하고 지역 행정 위원회 회의에 출석하며 공원 살리기에 나선다.



    주민들을 만나다 보니, 백인 여성인 자신과 달리 유색인종 주민은 애초에 자연 접근성이 제한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환경정의 없는 환경학은 특권층의 이기주의가 될 수 있다는 깨우침이다. 고양이새 논문이 될 예정이었던 그의 연구는 조류학, 사회학, 생태학이 뒤섞인 무언가로 확장된다.



    이제 그는 대학생에게 탐조와 환경정의를 가르친 뒤 그들이 다시 초등학생에게 탐조를 가르치도록 이끄는 선생으로 산다. 새들은 그를 인간 세상에서 자연으로 끌어냈다가 다시 사회로 이끌었다. 비인간 생명과 공유하는 사회, 좀 더 평등한 사회로.



    좋은 책은 늘 다음 읽을거리로 이어진다. 이어서 읽을 책은 흑인 퀴어 탐조인이 쓴 새와 차별의 이야기, 오케인도 추천한 ‘블랙버드의 노래’가 좋겠다.



    김명남 과학책 번역가



    한겨레

    김명남 과학책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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