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12·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동훈 전 대표가 이른바 ‘당원게시판 사건’으로 1년이 넘도록 분란을 벌이고 있다. 복잡할 것도 없는 사안을 매듭짓지 못하고 질질 끌고 가는 당사자들의 태도는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한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30일 당원게시판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문제 계정들은 한동훈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동일하며 전체 글의 87.6%(1428건)가 단 2개의 아이피(IP)에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며 사건을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2024년 9~11월 국민의힘 익명 당원게시판에 한 전 대표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공격하는 게시글·댓글 수천개가 올라오면서 시작된 여론조작 논란에 대해 1년이 지나서야 당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에 한 전 대표는 “가족이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칼럼을 올렸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동명이인의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하는 등 게시물 명의자를 ‘조작’해 발표했다”며 반발했다. 가족들이 한 전 대표가 당시 윤 전 대통령 쪽으로부터 부당한 압박을 받는 것에 반발해, 익명 게시판에 비판 글을 올린 것이라면 이를 뭐라 할 순 없다. 다만 그 글의 양이 발표된 것처럼 짧은 시간에 1천여건에 이를 정도라면 인위적 여론조작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한 전 대표로선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갔으면 될 일을 1년 넘도록 침묵하면서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는 건 정치적 신뢰 자산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태다.
당 지도부의 행태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당원게시판 논란을 몇번이고 다시 끄집어내면서 한 전 대표에 대한 정치적 공격 소재로 두고두고 활용하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 내란을 일으켜 구속된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이전에 비판했다는 이유로 이제 와서 징계하려 든다면, 국민의힘의 정체성은 도대체 뭔가. ‘윤 어게인’ 세력이 당권을 장악한 필연적 결과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의 모든 관심은 당내 권력투쟁에만 집중돼 있는 듯하다.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