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월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경주/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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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 전 정의당 의원
청와대는 9년 만의 국빈 방문으로서 이재명 대통령의 1월 초 중국 방문을 공식화했으며, 이는 단순한 양자 관계 복원을 넘어 한반도·동북아 평화 질서를 모색하는 계기로 기획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은 이와 같은 미-대만 안보 구도와 나란히,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을 줄이고 평화의 공간을 넓히려는 일종의 ‘희망 서사 만들기’의 연속선상에 위치한다. 이 평화 서사에는 세개의 장면이 있다. 첫번째는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이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 메이커’(peace maker), 자신을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로 비유했다. 이는 북-미 간 직접 대화의 문을 다시 여는 역할은 미국 대통령이 맡되, 그 흐름과 속도를 관리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한국 대통령이 수행하겠다는 상징적 선언이었다.
두번째 장면은 지난해 10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이다. 경주는 과거 신라의 수도이자 한반도 역사·문화의 기억이 농축된 장소라는 점에서, 평화·공존 메시지를 담아내기에 적절한 무대였다. 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만남 의사를 전달했지만 결국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남북·북-미 대화의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다음을 기약하는 열린 여운”을 남겼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 서사의 두번째 장을 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세번째가 바로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이다. 시점상으로는 오는 4월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이뤄지는 서막에 해당하며, 중국이 북-미 대화 재개, 나아가 조-미(북-미) 정상회담의 초석을 놓도록 역할을 부여하는 시도가 될 것이다. 이 구상 속에서 한국은 단순히 미국의 동맹국이나 중국의 경제 파트너를 넘어, 북·미·중을 잇는 중간국·중견국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 구도를 한반도 밖으로 확장해 보면, 한쪽에서는 미국과 대만이 군사력과 억제력 강화를 앞세워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를 억누르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중국이 대만 포위 훈련과 군사적 공세로 대응하며 긴장을 높이는 구조가 있다. 여기에 일본의 대중 견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가 겹치면서, 동북아 전체가 19세기형 강대국 정치와 20세기식 군비 경쟁의 언어에 휘말려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중간국 리더십이 의미를 갖는다. 미국·중국·일본·대만·북한 지도자들이 각자 국내 정치와 체제 안정을 위해 갈등을 ‘동원 가능한 자원’으로 삼는 것과 달리, 한국 대통령은 전쟁을 피하고 평화의 공간을 넓히는 방향으로 중간국의 선택지를 설계할 수 있다. 다른 지도자들이 중국을 타자화하거나 자극함으로써 의도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거나, 자국 우선 포퓰리즘을 내세우는 데 반해 이재명 대통령은 안보 위기를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지 않는, ‘다이어트가 잘된 지도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과의 대화에서 북핵·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실질적 단계들(군사적 충돌 방지 장치, 단계적 제재 완화와 비핵화 조치 연계, 인도적 협력 확대)을 집요하게 제시하고, 이를 4월 북-미 접촉의 사전 환경 조성으로 연결한다면, 한반도는 다시 한번 ‘대화가 가능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베이징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 앉는 상상을 해보자. 그 자리까지 가는 과정에서 한국이 중국과 미국을 상대로 어떤 메시지와 설계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한국의 위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기록될 것이다. 단지 강대국 사이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수동적 중간국이 될 것인지, 아니면 강대국들이 열지 못한 평화의 문을 한발 먼저 상상하고 설득하는 ‘중견국 기획자’가 될 것인지는 지금 진행 중인 이 희망 서사의 방향에 달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은 그래서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군비 경쟁이 고조되는 시기에, 한반도와 동북아 시민들에게 “다른 종류의 미래”를 제안하는 서사적 사건이다.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와 라이칭더의 안보 정책이 ‘전쟁 억제’에 초점을 맞춘 필연의 선택이라면, 한국 대통령의 중간국 리더십은 억제가 ‘평화 협상’으로 전환될 수 있는 다리, 즉 희망의 통로를 설계하는 작업이다. 이번 방중이 그 통로에 첫 벽돌을 제대로 놓는 계기가 된다면, 한반도 평화의 서사는 더 이상 공허한 수사가 아니라, 동북아 질서를 재구성하는 현실 정치의 언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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