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은 작가. 본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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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았는데도 늘 뭔가 비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꿈속에서 전력 질주하는 사람 같달까요.” 최근 새 책 ‘어웨어니스’를 펴낸 칼럼니스트 곽정은이 말했다. 지난 12월 초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기자와 작가, 방송인으로 하고 싶은 일을 거의 다 이뤘지만 ‘이게 맞나, 이게 다인가’라는 질문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 질문 끝에서 만난 것이 초기불교의 알아차림, 그리고 이번에 낸 책이다.
곽정은에게 ‘어웨어니스’라는 제목은 전작 ‘마음 해방’을 쓰던 때부터 품어온 단어다. “‘마음 해방’이 제가 여기까지 온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라면, 이번에는 지난 10년의 수행과 공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독자들이 따라 해볼 수 있는 가이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책은 고요함, 회복, 이타심, 수용, 관계, 지혜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개념 설명과 저널링 페이지를 엮어, 스스로 묻고 답하며 마음의 패턴을 따라가보게 만든다.
그가 말하는 어웨어니스는 “정확하게 아는 마음, 깨어서 아는 마음”이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도, 운전을 하면서도 자동 조종처럼 습관대로 움직이기 쉽다. 곽정은은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는 대로 휩쓸려 가는 대신, ‘지금 나는 화를 내고 있구나, 불안해하고 있구나’ 하고 한걸음 떨어져서 보는 힘이 어웨어니스”라고 설명한다. “화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지금 나는 화를 내고 있구나’ 하고 실시간으로 잡아채게 되면 화 내는 횟수가 점점 줄어드는 거죠.”
고속철도 특실에서 옆자리 모녀의 통화 소리에 화를 냈다가, 문득 “저건 사랑의 장면일 뿐”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소음이 전혀 다르게 들리더라는 일화는, 그가 말하는 알아차림의 맛을 압축한다.
명상과의 인연은 화려한 방송가 시절이 저물어가던 때 시작됐다. 2013~2015년 연애 예능 ‘마녀사냥’(JTBC) 출연자로 얼굴이 알려지고, 기사와 검색어 세례를 받던 몇해가 지나자 방송 일은 줄고 연애도 끝났다. “평범한 직장인일 때보다 내면이 훨씬 더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무너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요가를 하다가 인도의 한 명상 학교를 알게 됐다. 무작정 인도로 건너가 마음공부를 시작해 결국 지도자 과정까지 밟았다.
인도에서 돌아온 뒤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마음공부를 이어갔다. 마음챙김에 기반한 각종 심리 프로그램을 공부하다 보니, 자신이 끌린 이론들의 뿌리가 하나같이 불교적 알아차림에 닿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기독교 집안이었지만 동국대 선학과에서 초기경전을 연구하며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때 공부한 팔리어 경전에 나오는 ‘쌈빠자냐’ 개념, 부단한 훈련으로 길러지는 섬세한 알아차림의 힘은 이번 책의 철학적 뼈대가 됐다.
곽정은 작가 새 책 ‘어웨어니스’. 김영사 제공 |
공부와 수행을 거치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였다. 예전의 곽정은은 “나는 이런 건 싫어, 저건 짜증 나”를 자주 말하던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강연장에서는 “전공자도 아닌데 이렇게 말해도 되나, 사람들이 날 싫어하면 어떡하나”라는 불안이 끊이지 않았다. “모든 걸 ‘내가 잘해야 한다’에 걸어놓고 있었던 거죠.” 초기불교가 강조하는 무아의 사유를 이해하고, 수행으로 그 감각을 익히면서 그는 “꽉 쥐고 있던 것들을 많이 내려놓게 됐다”고 했다. 요즘 강의할 때는 “텅 빈 마음으로 서게 됐다”며 “필요한 말이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어웨어니스가 가장 절실한 세대로 그는 스무살과 서른 즈음 청년을 떠올린다. 젊은 시절, 스스로 죽음을 심각하게 떠올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청년들의 스트레스 지수와 자살률을 보면 나아진 게 하나도 없어요. 다들 관계, 일, 돈 때문에 버거운 도로 위를 쉬지 않고 달리는 느낌이죠.”
향후 계획을 묻자 곽정은은 “거창한 로드맵보다는 다음 장면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대로 움직여왔다”고 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꿈은 있다. 현재 한양대 상담심리대학원에서 강의 중인 그는 “공교육 안에 ‘마음 과목’을 넣는 일”을 과제로 꼽았다. 서양 심리학과 불교 명상을 함께 공부한 경험을 살려, 교과서가 없는 이 융합 학문을 실제 학교 현장에서 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제가 돌고 돌아 온 10년의 길을, 누군가는 책 한권, 수업 한번으로 조금이라도 단축해 갈 수 있다면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기여라고 생각해요.”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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