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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경향은 올 시즌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김광현의 구속이 전성기만 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포심 구속이 140㎞대 초반까지 떨어질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부상이나 다른 문제가 있음을 유추해봐야 한다. 하지만 그 공은 육안상으로도 우타자 몸쪽, 좌타자 바깥쪽으로 예리하게 꺾여 나가고 있었다. 누가 봐도 포심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컴퓨터는 포심으로 분류했다.
그만큼 슬라이더에 힘이 넘쳤다. 보통 컴퓨터는 측정된 데이터값의 구속이나 회전 축, 회전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종을 추측한다. 이 때문에 선수를 가장 잘 알고, 카메라를 통해 그립을 확인할 수 있는 각 구단 전력 분석원들의 구종 체크와 다른 경우들이 종종 있다. 올해는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그렇다. 김광현은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이 슬라이더가 포심과 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니 컴퓨터도 간혹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런데 김광현이 그간 던지던 슬라이더와 궤적과도 또 달랐다.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우타자 몸쪽으로 예리하게 휘며 떨어진다. 하지만 이날을 비롯, 올 시즌 던지고 있는 슬라이더는 간혹 스위퍼처럼 수평적인 움직임이 큰 양상을 드러낸다. 지금껏 타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궤적이다. 김광현은 새로운 구종을 장착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웃으면서 “슬라이더였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뭔가 진화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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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광현은 체인지업도 던져보고, 최근 들어서는 커브도 장착하는 등 한때 구종 다변화를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올해는 슬라이더에 자신감이 붙다보니 슬라이더 구사 비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 3년간 김광현의 슬라이더 구사 비율은 30% 중·후반대였지만, 올해는 45%에 가깝다. 이렇게 많이 던짐에도 불구하고 피안타율은 2할 수준밖에 안 된다. 슬라이더의 평균 구속이 한때 130㎞대 초반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는데 올해는 136㎞가 넘는다.
확실히 공에 힘이 붙었다. 지난해 부진에서 깨달음이 많았던 김광현은 올해 비시즌 동안 더 철저하게 몸을 만들었다. 어차피 자신이 가야 할 길은 힘으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것이었다. 나이를 핑계대지 않고,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게끔 모든 준비를 다했다. 스프링캠프 당시 SSG 관계자들은 “2023년 시즌 전 몸 상태와 비교해도 지금이 더 좋다”고 단언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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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김광현은 지난해 도입된 ABS 시스템에 너무 신경을 썼다고 자책했다. “야구가 아닌, 다트를 하고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존 안에 넣는 것만 신경을 쓰고 정작 타자와 싸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볼을 던져도 타자를 이길 수 있는 게 야구인데, 지난해는 전혀 그런 야구를 못했다는 것이다. 올해는 다르다. 볼이 되어도 템포나 수싸움, 그리고 궤적의 다양성을 통해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낸다. 실제 10일 삼성전에서도 존 바깥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이 많이 나왔고, 6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잡아낼 수 있었다.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달라진 근본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
경헌호 SSG 투수코치도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특별하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전제하면서 “작년에는 ABS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는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던지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심리적으로 자신감이 붙으면서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광현의 마음가짐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은, 이 슬라이더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다시 야구를 시작한 김광현의 올 시즌 활약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김광현은 16일 인천 한화전에서 시즌 두 번째 승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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