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평균 드라이버샷 1위(292.54야드)에 올라 있는 폴리 마크.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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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역대급 장타 전쟁터'로 떠올랐다. 평균 드라이버샷 300야드를 넘보는 선수가 등장하는가 하면 270야드 이상인 선수만 44명이나 된다. 반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화끈한 장타자가 사라지면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12일 현재 올 시즌 11개 대회를 치른 LPGA 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버샷 1위에 올라 있는 폴리 마크(독일)는 평균 292.54야드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아네 판담(네덜란드)이 보유한 LPGA 투어 역대 시즌 평균 최장타 기록(290.82야드)보다 1.72야드 더 길다. 이 밖에도 오스턴 김(미국·286.8야드), 줄리아 로페스 라미레스(스페인·286.56야드), 에밀리 크리스티네 페데르센(덴마크·284.63야드), 장웨이웨이(중국·283.48야드), 모드에이미 르블랑(캐나다·282.81야드) 등 평균 280야드 이상 드라이버샷을 보낸 골퍼만 총 6명이나 된다. 지난해 평균 280야드 이상 보낸 LPGA 투어 골퍼가 4명이었는데 이보다 더 많은 것이다.
범위를 평균 270야드 이상으로 더 넓혀 보면 LPGA 투어의 '장타 전쟁'이 더욱 눈에 띈다. 올 시즌 무려 44명이나 돼 지난해(19명)보다 2배 이상 많다. 10년 전인 2015시즌만 해도 평균 270야드 이상 기록한 골퍼는 조아나 클라튼(프랑스·274.42야드)뿐이었는데, 이제는 흔해졌다.
KLPGA 투어 평균 드라이버샷 1위(259.9야드)에 올라 있는 이동은. KLP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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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와 달리 KLPGA 투어에서는 평균 270야드는 물론 250야드 이상 기록한 골퍼를 찾는 것도 드물다. 12일까지 2025시즌 7개 대회를 치른 가운데, 평균 드라이버샷 1위에 오른 이동은이 259.9야드를 기록했다. 이어 방신실이 256.5야드로 2위, 단 두 명만 평균 250야드 이상을 기록했다. 2013년 평균 260야드 이상 골퍼가 6명이나 됐지만 이제는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대부분 평균 230~240야드에 머물러 있는 KLPGA 투어 선수들의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32.98야드, 2008년 평균 드라이버샷을 공식 집계한 이후 최저 기록이다. 2013년 평균 250.07야드에서 2018년 240.02야드, 지난해 237.05야드로 꾸준히 짧아지던 KLPGA 투어 드라이버샷 거리는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역대 최저 수준이다. LPGA 투어는 지난해에만 평균 259.29야드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장타자, 공격 골프가 국내 여자 골프계에서 아예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에는 장타자가 우승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LPGA 투어 우승자 면면을 보면 장타가 우승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270야드 이상 골퍼 중 우승까지 차지한 골퍼는 5명, 올해 LPGA 투어 대회 우승을 맛본 11명 중 절반 가까이 된다. 한국의 간판 장타자 김아림(277.83야드),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이 5위로 가장 높은 유해란(273.37야드)이 장타와 정교한 플레이를 접목해 우승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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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신인 잉리드 린드블라드(스웨덴·274.2야드), 통산 2승을 거둔 다케다 리오(일본·271.3야드), 데뷔 첫 승을 거둔 노예림(미국·270.77야드)도 장타를 발판 삼아 올해 LPGA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평균 270야드 이상은 아니지만 12일 미즈호 아메리카스오픈에서 우승한 지노 티띠꾼(태국·269.18야드)도 지난 시즌(266.95야드)보다 드라이버샷 거리를 늘려 '공격 골프' 트렌드를 따랐다.
각 투어의 평균 샷 거리 차이가 나는 건 우선적으로 코스와 날씨 같은 환경적인 요인을 꼽는다. 산악 지형이 많은 한국과 달리 미국은 바닷가·사막 지형에서도 경기를 치른다. 여기에다 LPGA는 전장을 늘리는 추세다. 지난달 열린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이 열린 골프장 전장은 지난해 6824야드에서 올해 6911야드로 길어졌다. 장타를 치는 선수에게 좀 더 유리하도록 만든 의도다.
장타 전쟁이 불고 있는 해외와 다르게 KLPGA 투어 선수들의 줄어든 장타 능력에 경쟁력 저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외 프로골퍼 다수를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선수들 사이에서 장타 열풍이 잠시 불었지만 지금은 거리를 늘리기보다 퍼팅, 어프로치 등 숏게임에 더 집중하는 골퍼가 많은 추세다. 윤이나·방신실·황유민으로 대표됐던 장타자가 나름대로 투어 선수들의 개성을 드러낸 면이 있었는데, 이제는 똑바로 치는 게 우선이라는 전략을 갖춘 골퍼들로만 채워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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