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동계올림픽 한국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임종언이 보물과도 같은 스케이트화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700크리에이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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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값진 성과를 내고 친구들과 선생님, 선후배에게 둘러싸여 박수를 받는 장면을 꿈꾼다. 임종언(17)이 지난달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오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재학 중인 서울 노원고등학교에 플래카드가 걸리고 쉬는 시간마다 쏟아지는 사인과 사진 요청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임종언. 내년 졸업식에는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돼 참석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성인 무대 데뷔전이었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비현실적인 결과였기 때문에 대회가 끝난 뒤에도 얼떨떨했다"며 "친구들의 엄청난 환대와 학교 정문 앞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를 보고 난 뒤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게 실감이 났다. 사인 요청도 정말 많이 받았는데 쇼트트랙 선수가 되길 잘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깜짝 활약'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미 주니어 무대를 평정한 특급 기대주다. 성인 무대 데뷔에 앞서 국제빙상연맹(ISU) 주니어 세계선수권과 월드컵에서 획득한 금메달만 22개에 달한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은 모두 잊었다. 다시 스케이트화의 끈을 조여 매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임종언은 "선발전 1위는 이미 끝난 과거다. 앞으로 꾸준히 잘하는 게 중요한 만큼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보완해 나가려고 한다. 반짝 잘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목표로 잡은 건 1500m와 계주 금메달이다. 그는 "한국을 대표해 동계올림픽에 나가는 만큼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 린샤오쥔(중국)과 윌리엄 단지누(캐나다) 등 경쟁자들에 대한 분석은 이미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 준비를 철저히 해 금빛 레이스를 펼쳐보겠다"고 강조했다.
하루 12시간 가까이 쇼트트랙에 매진하고 있는 임종언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머릿속에서 '휴식'이라는 단어를 지웠다. 약점으로 꼽히는 경험 부족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노력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종언은 "처음 나가는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다른 선수들보다 두 배 이상으로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기회가 매번 오는 게 아닌 만큼 당분간은 쇼트트랙에 미쳐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세 번의 큰 부상을 이겨낸 경험이 있는 임종언은 누구보다 노력의 힘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스케이트 날에 오른쪽 허벅지가 찍히는 것을 시작으로 중학교 재학 시절에는 오른쪽 정강이뼈와 왼쪽 발목이 골절됐다. 실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당했던 부상이라 더욱 뼈아팠다. 당시 너무 힘들어 운동을 그만둘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쇼트트랙을 너무 사랑해 이를 악물었고 이번에 태극마크를 다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습 벌레로 변모한 건 이때부터다. 부상으로 인해 벌어진 실력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훈련 강도를 높였다. 그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훈련 강도를 높였는데 6개월 뒤부터 결과가 성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다. 세 번의 시련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력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어떤 시련이 찾아와도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2007년생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한 그는 담담하게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쇼트트랙' 하면 가장 먼저 내 이름이 떠오르게 만들고 싶다. 올림픽 출전 목표를 3회로 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12년 넘게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자주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임종언은 그동안 자신을 위해 희생한 부모님께 올림픽 금메달을 선물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부모님을 보고 나도 울컥했다. 내년에는 꼭 금메달을 따내 부모님 목에 걸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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