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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이닝 기준 17탈삼진은 깨지기 어려운 기록으로 평가됐다. 류현진만한 능력을 가진 선수가 KBO리그에서 다시 나오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시대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게 가장 컸다. 투수 분업화가 정착됨에 따라 선발 투수들의 이닝과 투구 수는 조금씩 줄어들고, 불펜 투수들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2010년도 그런 흐름 속에 있었지만, 지금은 더 그렇다. 선발 투수들의 투구 수는 100구 정도에서 관리된다.
예전보다 타자들의 수준이 더 높아졌고, 이에 선발 투수들은 버티기 위해 시작부터 더 강한 공을 던져야 한다. 100구 이상이 되면 이미 선발 투수들이 모든 것을 다 불태운 시점일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이 기록을 세웠던 2010년에도 투수 분업화에 대한 이론은 있었으나 그때와 지금이 또 다르다. 실제 류현진은 당시 경기에서 124구를 던졌다. 요즘에는 선발이 많이 던져봐야 110구 정도다.
그렇다면 정말 잘 흐름이 풀려도 7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게 일반적인데, 21개의 아웃카운트 중 17개를 탈삼진으로 만드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많은 선수들이 류현진의 ‘17탈삼진’ 기록을 조준했지만, 류현진을 비롯한 대다수 관계자들이 “요즘 시대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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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마지막 한 경기 18탈삼진 이상 경기는 2016년에 나왔다. 당시 불같은 공을 던지며 탈삼진 능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웠을 맥스 슈어저가 2016년 5월 11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와 경기에서 9이닝 20탈삼진 완투승을 거둔 경기다. 이전 기록은 2015년 5월 13일 코리 클루버의 18탈삼진이었다. 2010년 이후 한 경기 18탈삼진 이상은 이렇게 딱 두 번이 나왔고, 2016년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없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위도 매년 발전하지만, 이닝과 투구 수 관리 속에 그 도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인 이유가 더 크다.
그런데 2025년 5월 17일, KBO리그에서 역사적인 기록이 등장했다. 올해 리그를 대표하는 탈삼진 머신으로 이름을 날린 코디 폰세(31·한화)가 류현진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폰세는 17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SSG와 더블헤더 1경기에서 8이닝 동안 113구를 던지며 2피안타 1볼넷 18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팀의 1-0 승리를 견인함과 동시에 류현진의 기록을 넘어섰다. 모두가 깜짝 놀란 일대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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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타자들의 대처가 잘못된 점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날 폰세의 구위와 커맨드가 너무 좋다. 패스트볼은 거의 오차 없이 보더라인을 타고 갔다.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폰세의 최고 구속은 시속 157.4㎞에 이르렀고, 평균 구속도 시속 154.4㎞였다. 폰세가 KBO리그에 온 뒤 한 경기 평균으로는 가장 높았다. 이 공의 제구가 기가 막혔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상단에 완벽하게 찍혔고, SSG 타자들은 헛스윙을 연발했다. 알고도 치기 어려운 제구인데, 안 치면 스트라이크니 말 그대로 공포였다.
여기에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가 살아 들어가며 수많은 헛스윙을 이끌어낸 끝에 결국 8이닝 18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폰세 또한 경기 내내 진지한 모습으로 게임을 이끌어나갔다. 점수 차가 1점에 불과해 오히려 폰세가 더 집중해 던질 수 있는 여건이 됐고, 한화 벤치도 믿음을 보여주며 끝내 대기록이 만들어졌다.
경기 중 하늘로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폰세의 모습, 투수 코치가 올라갔으나 폰세를 믿고 맡긴 모습, 한화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그리고 8회 노히터가 깨진 이후에도 위기를 잘 막아내고 이닝을 마무리하는 모습까지 모든 게 다 낭만적인 과정이었다. 류현진이 더그아웃에서 폰세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까지 극적이었다. 한화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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