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대항전 다우 챔피언십 정상
완도서 태어난 이소미 제안에
제주 출신 임진희와 팀 결성
작년 LPGA 진출한 데뷔 동기
나흘간 20타 줄이며 우승 합작
완도서 태어난 이소미 제안에
제주 출신 임진희와 팀 결성
작년 LPGA 진출한 데뷔 동기
나흘간 20타 줄이며 우승 합작
도우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첫 우승을 합작한 임진희(왼쪽)와 이소미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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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태어나고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함께 데뷔하는 등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는 임진희와 이소미가 평생을 공유할 기분 좋은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LPGA 투어 유일의 2인 1조 팀 대항전 다우 챔피언십에서 첫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맛본 것이다. 힘을 합쳐 오랜 꿈을 현실로 만든 두 선수는 “혼자였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우승”이라며 서로에게 공을 돌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임진희와 이소미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의 미들랜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8언더파 62타를 쳤다. 합계 20언더파 260타를 기록한 두 선수는 동타를 기록한 렉시 톰프슨·메건 캉(이상 미국) 팀을 1차 연장에서 제압하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소미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나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는 진희 언니와 힘을 합쳤을 때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해 팀 결성을 제안했다. 팀 이름과 팀 노래 등 모든 것을 내가 정할테니 진희 언니에게는 연습에만 집중해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내 생각이 맞아 떨어졌고 LPGA 투어에 진출한 뒤 마음고생을 함께 했던 진희 언니와 첫 우승을 합작하게 돼 행복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임진희는 “소미에게 팀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잘 맞을 것 같아 기대감이 컸는데 우승을 차지했다. 팀 이름도 멋지게 지어주고 도우 챔피언십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소미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첫날과 셋째날 포섬(두 선수가 공 1개를 번갈아 치는 방식), 둘째날과 마지막 날 포볼(두 선수가 각자의 공으로 경기하는 방식)로 진행됐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임진희와 이소미의 우승을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직까지 LPGA 투어 정상에 오른 적이 없고 올해 2년차가 된 신인급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오랜 기간 함께 누볐던 임진희와 이소미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한 선수의 실수가 나왔을 때는 다른 선수가 만회하며 포섬과 포볼 모두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고 LPGA 투어 첫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게 됐다.
두 선수의 우승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1차 연장이 진행된 파3 18번홀이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홀이었기 때문이다. 제주와 완도에서 각각 태어나 팀 이름까지 BTI(Born to be Island)로 지은 임진희와 이소미는 티샷을 한 뒤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를 격려했고 그린을 향해 당당히 걸어갔다.
이소미의 티샷에 이어 약 2.5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하게 된 임진희는 신중하게 준비했다. 톰프슨이 약 2m 거리에 티샷을 붙인 만큼 임진희가 이소미와 함께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중요한 퍼트였다. 훈련에 집중하기 위해 핸드폰도 쓰지 않는 임진희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임진희의 퍼터를 떠난 공은 홀로 사라졌고 상대 팀이 버디 퍼트를 집어넣지 못하며 우승이 확정됐다.
임진희의 1차 연장에서 나온 버디 퍼트는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올해 샷에 비해 퍼트가 잘 들어가지 않아 고민이 컸던 임진희는 지난달 US여자오픈을 앞두고 최종환 최종환 퍼팅아카데미 원장과 함께 퍼트 자세의 몇 가지 변화를 가져갔다.
최 원장은 “어택 앵글이 높아 퍼터 페이스 하단에 맞는 실수가 나왔던 임진희는 어드레스 때 공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0.5개 옮기고 오픈 스탠스의 양을 줄였다. 여기에 오른발보다는 왼발에 더 많은 체중을 실어준 뒤 곧바로 퍼트 성공률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1타에 우승자가 결정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퍼트할 수 있도록 돕는 T자 스트로크 연습과 거리별 퍼포먼스 훈련도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최 원장은 “T자 모양처럼 생긴 연습 도구를 사용하면 퍼트를 할 때마다 공의 출발 방향과 목표 지점을 향해 가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임진희는 최근 T자 스트로크 연습과 30cm로 시작해 5m까지 거리별 퍼포먼스 훈련을 하루도 빠짐 없이 했다. 꾸준히 반복해서 연습한 덕분에 임진희는 1차 연장 버디를 비롯해 수많은 퍼트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KLPGA 투어에서 각각 6승, 5승을 거둔 임진희와 이소미는 지난해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LPGA 투어라는 새로운 무대에 도전했다. 한국에 남아 있었으면 매년 상금과 메인 스폰서 계약 등으로 20억원 가까이를 벌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LPGA 투어 챔피언과 세계랭킹 1위 등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예상한 대로 LPGA 투어에서의 생활은 KLPGA 투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잔디와 상상 이상으로 긴 이동 거리 등 임진희와 이소미는 LPGA 투어에 데뷔했던 지난해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두 선수는 건설 경기 악화와 골프 마케팅 전략 변화 등을 이유로 기존의 후원사와 계약 연장에 실패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좌절하지 않았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임진희와 이소미는 이를 악물고 연습에 매진했고 도우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첫 우승이라는 그토록 바라던 값진 결과를 만들어냈다.
계속되는 시련에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소미를 다시 일으킨 특별한 한 마디도 있다. 이소미는 “지난해 LPGA 투어 출전권을 가까스로 확보한 뒤 아버지께서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이 있더라도 우리 딸 골프를 시켜주겠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이 때부터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LPGA 투어에 도전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수도 없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고 다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무너진 뒤 다시 일어서는 게 내 강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도 수많은 어려움에 맞서 싸워보려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임진희와 이소미는 이번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임진희는 “첫 우승을 차지한 만큼 남은 시즌 다승을 노려보려고 한다. 최대한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소미는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세계랭킹 1위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될 때까지 계속해서 시도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도우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첫 우승을 합작한 임진희(왼쪽)와 이소미가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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