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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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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 울렸던 그 선수의 귀환… “이건 예술의 영역이지” 젊은이들 앞에 본좌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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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제이콥 디그롬(37·텍사스)은 한때 지구상 최고 투수의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선수다. 이전에 이 영예로운 호칭을 달고 있었던 동갑내기 투수 클레이튼 커쇼(37·LA 다저스)의 힘이 떨어진 이후 의심의 여지 없는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로 평가됐다.

    디그롬은 2017년 31경기에서 201⅓이닝을 던지며 15승10패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한 것에 이어 2018년에는 32경기에서 217이닝을 소화하며 10승9패 평균자책점 1.70의 환상적인 성적으로 생애 첫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도 32경기에서 204이닝을 투구하며 11승8패 평균자책점 2.43으로 2년 연속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던 류현진(당시 LA 다저스)이 아시아 선수 최초 사이영상에 도전했지만 디그롬이 밀렸다. 아쉽지만 디그롬의 이닝 소화, 탈삼진이 더 많았기에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지구상 최고 투수’라는 타이틀은, 언젠가부터 ‘건강하다면’ 이라는 전제가 앞에 붙기 시작했다. 실제 디그롬은 2021년 부상으로 15경기에서 92이닝 투구에 그쳤다. 이게 경력의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2022년은 64⅓이닝으로 이닝 소화가 더 떨어졌다. 숱한 부상이 디그롬의 실력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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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시즌을 앞두고 전 소속팀 뉴욕 메츠는 평균 연봉을 높인 3년 계약을 하길 원했다. 실력은 인정하는데 부상 위험도가 너무 크다는 판단이었다. 이때 텍사스가 5년 계약을 제안하며 팀을 옮겼지만, 2023년도 부상으로 6경기에서 30⅓이닝을 소화한 뒤 팔꿈치 수술대에 올랐다. 계약 시작부터 날벼락이었고, ‘유리몸’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사실 30대 후반으로 가는 나이라 디그롬의 시대가 끝났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이었고, 그것도 35세 시즌에 받은 팔꿈치 수술이었다. 기량 하락세는 당연한 듯보였다. 그런데 그런 디그롬이 대반등하고 있다. 올 시즌 안정적인 투구를 하면서 다시 사이영상 레이스에 복귀했다. 젊은 투수들이 득세하는 시기에 베테랑 ‘본좌’가 재등장한 것이다.

    디그롬은 2일(한국시간) 볼티모어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지며 시즌 9번째 승리(2패)를 따냈다. 디그롬은 이날 경기까지 17경기에서 101⅓이닝을 던지며 9승2패 평균자책점 2.13, 피안타율 0.191,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0.89로 선전하고 있다. 디그롬이 메이저리그에서 100이닝 이상을 던진 건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디그롬은 이날 경기까지 14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 2실점 이하를 했다. 이는 텍사스 프랜차이즈에서 최초의 기록이자,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긴 기록이다. 구속은 예전보다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90마일 후반대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 예전만큼 많은 삼진을 잡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투구를 한다. 2년간 속만 앓았던 텍사스는 이제야 디그롬 영입 효과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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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공을 받은 포수 조나 하임은 “마운드에 지구상 최고의 투수가 있으니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일 것 같고, 또 에너지가 넘칠 것 같다. 우리 팀이 먹고 사는 이유”라고 치켜세우면서 “그는 매일 우리에게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는 단지 앉아서 공을 받고, 그가 사람들을 삼진으로 잡아내면 공을 3루로 던지는 일만 하면 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브루스 보치 텍사스 감독은 “제이콥(디그롬)은 제이콥”이라는 말로 간단하게 클래스를 정리했다.

    크리스 영 텍사스 야구 부문 사장 또한 “그를 데려온 것은 단순히 승리뿐만 아니라 팬들에게 세계 최고의 투수 중 하나인 그의 기량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면서 “제이콥은 엘리트이고, 강력한 스터프와 투구 능력이 어우러진 선수다. 예술의 영역”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레이스도 디그롬의 재등장과 함께 더 치열해졌다. 현재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은 지난해 수상자인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 그리고 보스턴의 파이어볼러 개럿 크로세, 휴스턴의 에이스인 헌터 브라운 등 비교적 젊은 선수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디그롬이 안정적인 페이스로 쫓아오면서 알 수 없는 형국이 됐다. 톰 탱고의 사이영상 예측 모델에서는 스쿠발이 조금 앞서 가고 있지만, 시즌은 길다. 지구상 최고 투수의 귀환이 생애 세 번째 사이영상 수상으로 막을 내릴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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