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막하는 제53회 봉황대기 출격
"진로 결정됐다고 몸 사릴 생각 없다" 각오
텍사스의 '투타 겸업' 프로그램에 미국행 결심
"50-50 달성하고 시즌 20승 올리겠다"
'한국의 오타니' 김성준이 지난달 21일 광주 광주제일고 실내야구연습장에서 투구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남동균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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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오타니' 김성준(광주제일고 3년)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 전 마지막 전국고교야구대회인 제53회 봉황대기에 뜬다. 최근 광주에서 만난 그는 "올 시즌 팀이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며 "봉황대기와 이후 전국체전까지 제패해 2관왕을 달성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예비 빅리거다운 당찬 포부였다. 김성준은 올해 5월 MLB 텍사스와 계약금 120만 달러에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맺었다. 텍사스 구단은 '이도류(투타 겸업)' 김성준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 마운드에서 최고 시속 154㎞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커터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그는 3할에 육박하는 타율에 유격수와 3루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까지 자랑한다. 봉황대기 전까지 투수로는 고교 통산 33경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3.13, 타자로는 57경기 타율 0.290 5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74를 기록했다.
김성준이 광주제일고 실내야구연습장에서 배트를 들고 타격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남동균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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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속구를 탑재한 이도류를 MLB에서 가만히 놓아 둘 리 없었다. 김성준은 "지난해부터 텍사스 구단 스카우트가 나를 지켜보고 있긴 했는데, 결정적으로 눈에 띈 건 올해 2월 열린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 때로 알고 있다"며 "안타를 친 타자가 팀이 위기에 처하자 팔 몇 번 돌리고 마운드에서 150㎞대 공을 던지는 걸 보고 영입을 결심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한 뒤 쑥스럽게 웃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태평양을 건넌다는 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처음엔 부모님과 조윤채 광주제일고 감독도 그의 빅리그 도전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가 유력한 유망주가 굳이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길을 택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도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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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성준은 "일부러 더 어려운 길을 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에서도 투타 겸업을 하고 싶은데, 텍사스 구단에서 타자와 투수로서의 내 장단점을 분석한 후 (투타 겸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상세하게 짜줬다"며 "달리기와 웨이트 등 훈련 스케줄은 물론이고, 식사·수면시간까지 포함한 루틴을 만들어줬다. 강한 믿음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성준이 제53회 봉황대기에 출전하는 소감과 각오를 전하고 있다. 광주=남동균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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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인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와 모교 선배인 김병현, 서재응(이상 은퇴)처럼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도전정신도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계약을 위해 방문한 텍사스 구장은 김성준의 승부욕을 더욱 자극했다. 그는 "처음엔 엄청난 규모에, 다음엔 훌륭한 시설에 놀랐다"며 "구장을 딱 보자마자 '무조건 (빅리그에 콜업돼) 이 구장에서 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그는 "첫 목표는 2030년이 되기 전 빅리그로 올라가는 것"이라며 "이후에는 오타니처럼 50홈런-50도루를 기록하고, 투수로서는 시즌 20승을 올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부수적인 준비도 착실히 진행 중이다. 그는 "영어과외를 받고 있는데, (미국에 들어가는) 1월쯤에는 곧잘 할 것 같다"며 웃은 뒤 "미국 문화에 적응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기 위해 부모님 없이 홀로 생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을 알려달라는 질문을 받은 김성준이 직구 그립을 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남동균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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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의 조언과 응원도 큰 힘이다. 그는 "김병현 선배님이 가끔 학교에 오셔서 야구뿐 아니라 미국 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주신다"며 "(2023년 LA다저스에 입단한) 장현석 선수도 '축하하고, 나중에 밥 한번 먹자'고 먼저 연락을 줬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MLB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광주제일고는 야구 명문이지만 봉황대기 정상에 선 건 1983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김성준은 "진로가 결정됐다고 해서 몸을 사릴 생각은 전혀 없다"며 "반드시 초록 봉황을 품에 안겠다. 동료들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강하다"고 다시 한번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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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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