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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MLSON ②] 손흥민은 '서부의 메시' 될 수 있을까…'노익장의 무대' MLS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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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이 축구 여정의 방향을 틀었다. 18세에 유럽 무대의 문을 두드린 소년은 독일과 영국을 거치며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 됐다. 그로부터 15년, 미국이라는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유럽보다 검증되지 않은 길, 우리에게도 낯선 무대다. 제법 세를 넓혀가고 있는 미국 축구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주>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손흥민의 선택은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였다. 유럽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니다. '왜 MLS인가' 궁금했다. 얼마간 풀렸다. 존 소링턴 로스앤젤레스(LA) FC 회장의 전화 한 통이 표면이라면 MLS가 보유한 거대한 잠재성과 비전, 그리고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겨냥한 포석이 맥락이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10년간 활약한 손흥민이 올여름 MLS 서부 콘퍼런스 강호 LAFC로 이적을 확정했다.

    LAFC는 7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으로부터 손흥민을 완전 영입했다"며 "축구 역사상 가장 재능 넘치고 인기 있는 아시아 선수인 그는 토트넘에서 10년간 활약한 끝에 LAFC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손흥민은 망설였다. 토트넘을 떠나기 전 러브콜이 쏟아졌다. 다양한 리그에서 다양한 구단이 영입을 문의했다. 프로 커리어를 유럽에서만 이어 간 그는 LAFC 입단을 망설였다. 미국행을 결심한 계기는 '전화 한 통'이었다. 손흥민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말해 LAFC는 나의 첫 번째 선택은 아니었다"면서도 "다만 소링턴 회장과의 첫 통화로 마음이 바뀌었다" 귀띔했다.

    미국 AP통신은 "손흥민은 소링턴 회장과 대화를 나눈 후 MLS로 이적을 결심했다. 손흥민에게 LAFC가 세계적인 브랜드이자 북미에서 가장 성공적인 구단으로 거듭날 것이란 야망을 공개해 토트넘 스타플레이어를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약 32만 명의 한인 인구를 보유한 LA는 탄탄한 축구 팬덤이 구축돼 있다. 무엇보다 손흥민은 (LAFC가) 그간 자신이 쌓은 업적을 높이 평가해주는 곳이란 믿음을 얻었다. 이것이 그로 하여금 커리어 새 장을 여는 무대로 LA를 수용하게 만든 이유"라고 덧붙였다.

    손흥민 역시 일찍이 '힌트'를 남겼다. 그의 LAFC 입단은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도 있다.

    지난 2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프리시즌 친선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북중미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차기 소속팀은 모든 걸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생각한다. 그런 고려가 크다"며 월드컵 개최지 중 하나인 미국행을 암시했다.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 또한 수긍했다. "손흥민의 LAFC 이적은 모든 면에서 보기 드문 완벽한 영입"이라며 "손흥민은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꾸준한 출전 시간과 공동 개최국인 미국에서 적응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축구 역대 최고 공격수의 선택을 긍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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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LS는 세(勢)가 팽창하는 리그다. 손흥민의 LAFC 이적도 이 같은 흐름을 상징하는 사례 중 하나다. 위상이 높아졌고 높아지는 중이다. 과거 MLS는 유럽을 호령한 스타플레이어가 커리어 후반부에 택하는 '황혼의 무대' 인상이 짙었다. 시초는 '축구 황제' 고 펠레(브라질, 1940~2022)다. 펠레는 1975년 뉴욕 코스모스에 입단했다. 1977년까지 뛰었다. 펠레 이후 축구계 별들의 도미(渡美) 공식은 불문율처럼 내려왔다. 로타어 마테우스, 호리스토 스토이치코프, 알레산드로 네스타, 데이비드 베컴, 카카, 스티븐 제라드, 유리 조르카예프, 로비 킨, 티에리 앙리가 명맥을 이었다. 현재는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조르디 알바,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이 계보를 이어받고 있다.

    지금은 다르다. 맹렬한 현역을 꿈꾸는 '노익장의 공간'에서 탈피하는 분위기다. 복수 언론이 선정하는 리그 랭킹에서 9~12위 언저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럽 5대리그와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벨기에 주필러 리그 정도가 확실한 우위를 점할 뿐이다.

    아울러 더 큰 도약을 꾀하는 변화 바람이 거세다. 동력이 있다.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메시다. 메시는 2023년 파리 생제르맹을 떠나 인터 마이애미에 합류했다. 그의 나이 서른여섯 살 때다. 황혼기에 접어든 건 분명했다. 그럼에도 스타성은 여전했다. 기량 역시 '큰 폭으로' 줄진 않았다. MLS행 일년 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주축으로 조국 아르헨티나 우승을 이끌었다.

    메시 합류는 MLS를 재정적으로 웃게 했다. 30개 구단 입장권 판매액이 폭등했다. 리그 중계사인 애플TV 구독자도 껑충 뛰었다. 2023년에만 2억6500만 달러(약 3656억 원) 수익을 창출했다. 2007년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LA 갤럭시에 입단한 데이비드 베컴 때 열풍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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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적시장 흐름만 봐도 달라진 위상이 실감난다. 유럽과 견줘도 경쟁력 있는 무대로 발돋움하는 분위기다. 현시점 MLS 최고 이적료 상위 10걸을 살피면 이 가운데 다섯이 지난겨울 이적생이다. 지난 2월 2200만 달러(약 306억 원)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미들즈브러에서 애틀란타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에마뉘엘 라테 라트는 1999년생으로 이제 막 전성기에 접어든 공격수다. 지난해 6월 스물아홉 살 나이에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서 샌디에이고 FC로 이적한 이르빙 로사노(이적료 1200만 달러), 역시 20대 후반에 세리에A 아탈란타를 떠나 애틀란타에 새 둥지를 튼 공격형 미드필더 알렉세이 미란추크(이적료 1600만 달러)의 이름도 눈에 띈다. 이들은 여전히 유럽 5대리그 주전급으로 뛰어도 손색없는 기량을 갖춘 전성 구간에 돌입한 준척들이다. 20대 중후반 유럽 리거에게도 매력적인 무대로 어필하는 곳이 작금의 MLS인 것이다. 더는 선수로서 초로에 진입한 왕년의 거물만이 이적을 타진하는 리그가 아니다.

    둘째는 내년 6월 개막하는 월드컵이다. 미국은 멕시코, 캐나다와 2026 FIFA 월드컵 공동 개최지다. 손흥민이 그렇듯 월드컵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목적으로 미국행을 택하는 선수가 늘고 있다. 이미 미국은 2024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와 올해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 FIFA 클럽 월드컵을 성공리에 운영해 기출 문제에 견줄 '양질의 모의고사'를 충분히 풀어냈다. MLS는 월드컵 성료를 바탕으로 자국 내에 축구 붐을 일으키고 그 여운을 리그에 스며들게 하려는 큰 그림을 꿈꾸고 있다. 공격적인 선수 영입과 31년 만에 월드컵 개최를 계기 삼아 '파이'를 영구적으로 늘리겠다는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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