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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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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쩔수가 없다' AI가 주는 공포가 떠올라...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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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데일리뉴스

    '어쩔수가없다'(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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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기자] 오는 24일 개봉하는 박찬욱 감독의 12번째 장편 '어쩔수가없다'는 장르 카테고리에 스릴러로 표기되어 있다.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순간 떠오르는 건 '공포'다.

    바짝 붙어 있는 영화 제목 '어쩔수가없다', 숨 쉴 틈도 안주는 공포란 무엇일까?

    박찬욱, 봉준호, 나홍진, 홍상수 등은 누구나 다 아는 세계적인 영화 감독들이다. 어떤 이는 거장이라고 표현하며, 또한 어떤 이들은 '믿고 보는 영화'라는 찬사도 아낌없이 보낸다.

    그것도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 관객과 전문가들의 평가가 그렇다. 또한 이 감독들은 첫 데뷔작부터 필모그래피가 형성된 이래, 지금에 이르러 감독 존함 은 일종의 브랜드가 됐다.

    대체로 이들 감독의 신작을 보고나면, 호불호는 다소 갈릴 지언정, 스토리만 남고 출연 배우들에 이어 감독의 연출과 시나리오는 녹아 내리다 못해 기화된다.

    그러고 보니, '어쩔수가없다' 러닝타임 139분 동안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그리고 특별출연으로 등장한 차승원, 유연석, 김해숙, 오달수, 김형묵까지.

    어딜 내놔도 최고의 라인업인데, 이들의 열연 자체가 숨쉴 틈도 안주는데다, 이름도 기억이 안난다. 대신 극중 인물만 떠오른다.

    먼저 만수네 가족. 구성원을 보면 다음과 같다. 유만수(이병헌), 이미리(손예진) 그리고 두 자녀 시원(김우승), 리원(최소율), 여기에 만수가 어쩔수 없이 감시하게 된 전직 제조업 회사원 구범모(이성민), 이아라(염혜란), 만수를 밀어내고 제지회사 반장이 된 최선출(박희순), 전직 제조기업 회사원 고시조(차승원), 그리고 어쩔수 없이 파트타임으로 이미리가 일하게 된 동네 치과의 오진호(유연석) 의사, 경찰서 형사(오달수) 등은 그냥 원래부터 스크린 속에서 살아 숨쉬던 인물군상처럼 보인다.

    포탈과 기사에 소개된 간략한 줄거리를 보자면. 제지회사 '문'에서 25년 근속하고 쫓겨난 제지업계 전문가이자 베테랑 만수가 하루 아침 사이에 구조조정을 당하고, 어렸을 때 축산업을 하던 아버지가 전염병으로 돼지를 몽땅 잃고 가세가 기울어 쫓겨났던 고택을 대출받아 다시 마련했지만 이제 다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뭐지? 아무리 경영합리화라지만, 숙련 베테랑 블루칼라들을 정리해고 해야 할 만큼 아날로그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제지업 수익구조가 중요했던 것일까.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았던 찰라, 다시 제지업계에 복귀하기 위해 만수가 콩튀듯 팥튀듯 뛰어다닌다.

    첼로를 배우는 어린 딸 리원과 학교 공부를 더 해야 할 장남 시원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마냥 만수만 바라보는 이미리는 어떻고?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인건비 덕분에 취업문이 열려있다. 하지만 어느정도 갖춘 사람들. 특히 중산층에게 해고는 사실상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어디서 그만한 돈을 마련하며, 주택 대출, 애들 학비, 학원비, 각종 공과금과 식생활비는 어디서 마련해야 하나?

    대한민국이 아무리 아시아에서 제법 쓸만한 복지 국가라지만, 실업자에게 베푸는 관용은 한계가 분명하다.

    30년 전처럼 유선 전화기 한대, 급하면 공중전화를 쓰던 나라가 아니라 각자 휴대폰 한 대씩 갖고 있고, OTT멤버쉽에 인터넷 데이터 요금까지 포함하면 나름 통신사 혜택이 많아도 매달 내야할 요금은 상당하다.

    그걸 만수가 다 부담할 수 있을까. 사양업으로 돌아선 제지회사 25년 근속이 주는 월급도, 일자리도 없는데?

    덧붙여 러닝타임 139분의 '어쩔수가없다'의 배경을 조금 더 부연하자면 하나 더 있다.

    AI 이거 참 문제일세...

    극이 종반부로 갈 수록 뭔가 큼지막한 것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유만수가 가족의 생존을 위해 가진 모든걸 탈탈 털어 엽기행각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을 때 서서히 다가오는 하나.

    AIArtificial Intelligence)다. '인공지능', 이 단어를 두고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 해봐야, 2001년 극장가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영화 'AI' 뿐. 스탠리 큐브릭이 기획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았던 그 SF물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2015년 1월 즈음이다. KBS1TV에 방송됐던 시사기획 창 '로봇 혁명, 미래를 바꾸다'편에서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이용한 뜻밖의 내용이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당시 시사기획 '창'에서 눈에 띄는 실화를 들었다. LA타임즈가 지난해 LA 지진 당시 LA타임스는 로봇이 쓴 지진 발생 기사를 온라인에 가장 먼저 실어 화제가 됐다는 내용.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은 내러티브 사이언스와 StatSheet. 보스톤 글로브와 포브스에 컴퓨터가 작성한 기사를 납품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달에 만5천 건의 기사를 컴퓨터 알고리즘이 작성하는데 기사 한 건 작성에 1초도 걸리지 않는다"는 내용은 한 마디로 키보드 워리어나 다름없는 이 세상 모든 기자들에게 '더는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읽혔다.

    AI가 주는 거북스러움이 과연 위에 소개된 20년전 SF영화와 시사다큐 내용 뿐일까?

    2016년 3월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된 대국. 당시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와 이세돌이 맞붙었던 역사적인 바둑 대국을 기억하는 사람이 이제 얼마나 될지 세어 봐야 할 상황이 됐다.

    당시 보도됐던 기사와 생중계, 그리고 대국을 마친지 얼마 안지나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공개됐던 다큐를 보며 기억나는건 오직 하나. 인간 이세돌과 바둑대국을 뒀던 알파고는 기존 바둑 기사들이 두던 방식을 벗어나 오로지 승률 가능성으로만 한점 한점 점령해 나갔다는 것.

    그러다 보니, 기존 바둑 기사들에게서 보였던 패턴이 읽혀지지 않았고, 생각해본 적 없는 수가 계속해서 연전연승을 거뒀던 것이다. 그때 경악하고 당황해 하던 이세돌 9단과 해설진, 전문가들의 얼굴을 어떻게 잊을 수 있나?

    '어쩔수가없다'는 위에 써놓은 것 외에 굳이 디테일하게 스토리를 나열할 필요가 없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은 오로지 스토리를 읽어가는 관객의 시선과 귀에 가이드라인, 즉 서사 혹은 구조물 뿐이다.

    나머진 관객이 알아서 판단하면 그만. 하지만 냉정히 짚어보자면, '어쩔수가없다' 속 인물들의 당혹감과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은 뒤에 등장할 AI에 비하면 선산 제초작업에 불과하다.

    80년전 끝난 전쟁을 목도하며 나치의 만행을 정리했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도 이제 신학자 오이겐 드레버만의 '악의 구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듯이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세상은 혹은 이 시대는 우리 스스로가 '악의 구조' 속으로 진입한 상태다.

    화제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넷플릭스)에서 다수의 영혼을 빨아 먹어가며 몸집을 키우는 악의 화신 키마가 지금 '어쩔수가없다'의 배후라면 당신들은 믿겠는가?

    지금 모든 글로벌 기업과 정부, 거대 금융자본이 AI를 탄생시키기 위해 다들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지 않나?

    이처럼 장황한 부연설명을 하다 보니 영화 '어쩔수가없다'OST 명곡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느낌을 받는다.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김창완의 '그래 걷자' 배따라기의 '불 좀 켜주세요'와 같은 1980년대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명곡들이 지하수처럼 흘러가는 느낌 말이다.

    수 십년간 무한궤도처럼 돌던 구조조정 끝에 기업들 사이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AI. 그 밑으로 흘러가는 기분이다.

    아날로그 감성의 명곡들이 AI와 대비되는 '어쩔수가없다'

    CJ ENM이 배급하고 모호필름/CJ ENM 스튜디오스가 제작한 '어쩔수가없다'는 15세 이상 관람가이다. 9월 24일 개봉한다. 호불호 분명히 갈린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이 원작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액스'(도끼)에서 구현해낸 세상은 이미 우리 눈에 도끼를 들이 밀고 있다. 10년전 KBS다큐 '창'을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그 칼이 이제 도끼로 분해 코 앞에 와 있다는 걸 직시해야만 한다. 이건 두려움과 기대감이 아니다. 그냥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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