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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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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그때는 나도 불안했다” KBO 대역사 주인공의 고백… 과정을 믿어라, 가을 경험 먹고 더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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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SG 마운드의 현재이자 미래로 불리는 이로운(21·SSG)은 2024년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시즌 마지막에는 퓨처스팀(2군)으로 내려가 하체 위주의 운동부터 다시 했다. 체력적으로 버티지 못한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고, 2025년 시즌 준비를 일찍 시작했다. 구단으로서는 전략이 있었지만, 선수로서는 시즌 막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아쉬운 일이었다.

    이로운은 입단 후 2년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전반기 때는 공에 힘도 있었고,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묵직하게 깔려 들어가는 패스트볼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6월 이후 뭔가 힘이 빠지면서 성적이 떨어졌다. 경기마다 기복이 심해졌다. 그 결과 전체적인 시즌 성적이 망가졌다. 2023년 5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62를 기록한 이로운은 지난해에도 6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95에 머물렀다. 뭔가 용두사미로 끝난 2년이었다.

    이로운은 오프시즌 중 이 과제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하나의 제법 큰 결단을 내린다. 시즌 준비를 조금 더 천천히 하기로 한 것이다. 신인 시즌과 2024년은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렸다. 캠프에서 1군 코칭스태프에 좋은 인상을 보여줘야 1군에 들어갈 확률이 높았다. 신진급 선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체력이 일찍 방전되는 부작용도 있었다. 이로운은 여기서 실마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1월에 김광현,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오키나와에 미니 캠프를 차려 슬라이더 그립을 연마하고 감을 익히는 등 훈련은 꾸준하게 했다. 다만 캠프 때는 속도 조절을 했다. 아예 천천히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전력을 다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하는 게 이로운의 과제였다. 2년간 기존 방법으로 실패했으니, 뭔가 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이로운은 “안 되면 군대 가야 한다”고 ‘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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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2월 플로리다 캠프 당시 이로운의 구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상하다, 공이 안 간다”는 관계자들의 걱정이 있었다. 이로운도 이를 알고 있었다. 지난 2년 캠프보다는 확실히 좋은 구위가 아니었다. 선수도 불안했다.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친 이로운은 시즌 막판 “그때는 나도 페이스 조절을 한다고 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불안했다”고 웃어보였다. 말은 그렇게 하고 다녀도 2월 당시까지는 스스로 확신이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자신의 계획대로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플로리다 캠프 막판과 오키나와 캠프를 거치며 구위는 점차 살아났다. 자신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찾은 이로운은 그렇게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로운은 2025년 75경기에 나가 77이닝을 던지며 6승5패1세이브33홀드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했다.

    시즌 중반 이후 다시 체력이 떨어지며 고비가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 지난 2년간 그랬으니 합리적으로 품을 수 있는 의심이었다. 하지만 이로운은 철저한 준비, 그리고 최근 2년간 쌓은 경험을 통해 순조롭게 문제를 풀어나갔다. 스스로를 믿었고, 그 결과 후반기에도 꾸준한 모습을 보인 끝에 끝내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한 경기 실점하더라도 그 다음 경기에서는 다시 정상 경기력을 찾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고, 투구 수도 많이 줄인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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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리그 역사상 만 21세 시즌 이전에 30홀드를 달성한 선수는 이로운에 앞서 2023년 박영현(KT·32세이브)밖에 없었다. 여기에 30홀드와 1점대 평균자책점을 모두 잡은 것은 이로운이 최초다.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대업을 쓴 것이다. 단순한 성적보다 그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 그리고 앞으로 시즌 준비를 어떻게 하고 시즌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한 것은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 한뼘 더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까지 잡았다. 당초 시즌 프리뷰에서 고전했던 SSG가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치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이다. 이로운은 신인 시즌이었던 2023년 당시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는 포함됐으나 팀이 3패로 패퇴하는 과정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선배들의 경기만 물끄러미 바라봐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불펜 핵심 중의 핵심이다. 휴식일이 있는 만큼 매일 경기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이숭용 SSG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팀의 영광이나 자신의 재계약도 있었겠지만, 젊은 선수들이 가을 무대를 한 번 경험하면 성장하는 속도가 다르다는 지론 때문이었다. 이로운도 그 좋은 기회를 잡았다. 물론 첫 무대인 만큼 여전히 의심의 꼬리표는 따라다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믿고, 자신의 공을 던진다면 충분히 유의미한 경험 속에 시즌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더 강해질 내년에 대한 기대감도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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