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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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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현도 인정한 '해병대 악바리'…박준용 UFC 10승 도전→"스턴건 이어 역대 2번째" 대기록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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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TFC 전찬열 대표는 2017년 한 선수를 향해 칭찬을 쏟아 냈다.

    "국내 거의 모든 웰터급 강자와 스파링을 해봤다. 그 가운데 가장 강했다. (파이터로서) 느낌이나 레벨, 태생이 다른 선수다. 한국 격투계가 주목했으면 좋겠다. 반드시 세계적인 파이터로 거듭날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상은 '아이언 터틀' 박준용(34, 코리안탑팀)이었다.

    전 대표는 일찌감치 박준용이 지닌 가능성에 주목했다.

    아마추어 무대도 경험하지 않은 그를 잠재력 하나 믿고 TFC 내셔널리그 1 메인이벤터로 세울 정도였다.

    레전드도 인정했다. 당시 UFC 웰터급 12위였던 '스턴건' 김동현은 서울에 볼일이 있으면 코리안탑팀 체육관을 들러 자주 훈련했는데 "몸 자체가 다르다. 박준용은 정말 크게 성장할 선수"라며 혀를 내둘렀다.

    선배들 안목은 정확했다. 박준용은 그들 예상대로 한국 MMA 레전드로 성장했다.

    이제 한국인 파이터 역대 두 번째 옥타곤 10승을 겨냥한다.

    오는 2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에티하드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321에서 컴뱃 삼보 세계 챔피언 출신 이크람 알리스케로프(32, 러시아)와 미들급으로 맞붙는다.

    이 경기서 승리하면 김동현(13승)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 UFC 두 자릿수 승수 금자탑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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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용은 현재 UFC에서 활동하는 대한민국 파이터 중 최선참이다.

    2019년 8월 처음 옥타곤 문을 연 뒤 12경기 9승 3패를 수확했다. 총 전적은 19승 6패.

    키 178cm로 미들급에서 큰 체격은 아니다.

    그러나 날카로운 잽과 탄탄한 레슬링, 왕성한 체력을 앞세운 활발한 움직임으로 세계 최고 격투기 전장에서 '6년'을 버텨냈다.

    상대를 서서히 무너뜨리는 스타일이다. 마크-안드레 바리우, 에릭 앤더스, 브래드 타바레스 등 여러 베테랑 파이터가 박준용식 운용에 고개를 떨궜다.

    현재 2연승 중으로 알리스케로프를 잡으면 UFC 미들급 랭킹 진입 가능성이 커진다.

    2023년 8월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오픈핑거글로브를 반납한 뒤 한국은 UFC 랭커를 배출하지 못했다. 계보가 끊겼다.

    맏형 박준용이 끊긴 다리를 다시 이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김동현이 세운 한국인 UFC 최다승(13승)도 가시권이다. 알리스케로프전에 걸린 전리품이 적지 않다.

    다만 상대가 만만치 않다.

    러시아 다게스탄 출신 알리스케로프는 세계삼보선수권대회 금메달을 거머쥔 실력자다.

    MMA 데뷔 뒤에도 승승장구했다. 현 UFC 챔피언 함자트 치마예프와 전 챔피언 로버트 휘태커에게만 졌다. 총 전적 16승 2패.

    전장이 '아부다비'인 점도 걸린다. 사실상 러시아 홈그라운드다.

    아부다비 팬들은 러시아 출신 이슬람교 선수를 자국 선수처럼 성원하는 분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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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격투기를 시작하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박준용은 원래 수영 선수였다. 국가 대표 수구 선수인 형을 따라 자연스레 물을 접했다.

    중학교 시절엔 자유형 100m를 1분 1초 대에 주파했다. 강원도 지역 대회에 나서면 꼬박꼬박 메달을 목에 걸었다. 재능이 있었다.

    수영과 연은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재미를 못 느꼈다. 무엇보다 맞는 게 싫었다.

    맞지 않기 위해 물살을 갈랐을 뿐 학년이 올라갈수록 물이 싫어졌다. 결국 수영을 그만뒀다.

    수영을 포기한 박준용은 고교 졸업을 2개월 앞둔 2008년 12월 해병대에 입대했다. 팔각모 수영 조교로 군 생활을 하던 어느 날, 내무반에서 TV를 보다 눈이 번쩍 뜨였다.

    킴보 슬라이스와 탱커 애봇의 2008년 경기가 화면에 나왔다. 본능적으로 '나라면 이렇게 해서 싸울 텐데, 저렇게 움직여서 이길 텐데' 생각이 스쳤다.

    박준용은 "그때 종합격투기 선수가 돼야 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배시시 웃었다.

    집안 반대가 심했다. 종합격투기를 향한 인식이 저열할 때였다.

    한 번 운동(수영)을 포기한 것도 모자라 돈도 못 벌고 피 튀기는 MMA를 하겠다니 곱게 보일 리 없었다.

    무작정 짐을 쌌다. 단돈 12만 원 들고 강원도 영월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코리안탑팀 길현권 코치는 박준용에게 숙제를 냈다. 123kg였던 체중을 80kg대 초반까지 빼라는 것. 그렇지 않으면 입부를 허락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박준용은 수영부와 해병대 생활에서 단련한 체력 정신력으로 첫 미션을 훌륭히 통과했다. 75kg까지 감량하고 합격 사인을 받았다.

    MMA 파이터로서 첫발을 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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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세가 눈부셨다. 박준용은 투기 종목을 경험한 적이 없어 타격과 그라운드 모두 기본기부터 착실히 익혔다.

    원체 힘이 좋았다. 상대를 넘어뜨린 뒤 눌러놓는 능력이 탁월했다. 자신보다 한두 체급 높은 선수를 맞닥뜨려도 밀리지 않았다.

    웰터급으로 시작한 그가 2017년 12월 미들급 월장을 결심한 이유다.

    2016년 겨울부터 탄력이 붙었다. 거침없이 7연승을 쌓았다. 일본과 필리핀, 러시아 강자와 붙어 호성적을 거뒀다.

    변화무쌍한 타격과 빼어난 근력, 기습적인 태클로 호평 받았다. 하지만 박준용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데 있다. 바로 멘탈이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은 큰 무대에서도 떨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하는 동력이 됐다.

    이 멘탈이 빛을 발해야 할 타이밍이다. 올해 한국인 파이터는 UFC에서 12경기 7승 5패를 합작했다.

    다만 최근 2연패(유주상, 박현성)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낙관적인 맏형이 승전보로 '공기'를 바꿔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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