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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그런 ‘혹사’는 금기시되고 있다. ‘관리’라는 단어가 대세로 굳어졌다. 이는 우리보다 분업화가 더 빨리 이뤄진 메이저리그의 영향이 크다. 메이저리그는 우리보다 적은 수의 로스터로 더 긴 시즌(162경기)을 치른다. 자연히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민감하다. 투수들은 투구 수, 등판 간격을 철저하게 지킨다. 그렇게 해야 마지막까지 힘이 안 떨어지고 버틸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하지만 ‘다 걸기 게임’에서까지 그런 관리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2일 LA 다저스의 2연패로 끝난 2025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이 슈퍼스타들이 관리의 영역에서 벗어나 원초적인 감정으로 승리를 쫓을 때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이미 포스트시즌에서만 15경기 이상을 치른 두 팀은 마지막까지 짜내기 승부에 돌입하며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특히 5차전까지 2승3패로 몰린 다저스가 더 절박했다. 다저스는 6차전에서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5이닝을 던지고 내려가자 불펜을 총동원했다. 8회 마운드에 오른 사사키 로키가 9회 흔들리자 다저스는 7차전 선발로 예정되어 있던 타일러 글래스나우를 투입해 불을 끄고 승부를 7차전으로 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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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전 선발이 빈 다저스는 4차전 선발로 나갔던 오타니 쇼헤이에게 선발을 맡겼다. 오타니는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체력이 완전 방전된 상황이었다. 투·타 겸업이 쉽지 않았다. 특히 3차전 18이닝, 6시간 39분 경기를 타자로 모두 소화한 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그 다음 날 곧바로 4차전 ‘선발’로 나갔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 오타니도 의지를 불태웠다. 이날 93개의 공을 던져 기진맥진한 상황에서도 4차전 종료 후 “6~7차전에 불펜에서 대기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사흘을 쉬고 7차전 선발로 나가 51구를 던졌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어쨌든 다저스는 오타니 덕에 공석이 된 7차전 선발을 해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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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는 전날 6차전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96구를 던진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불펜 등판이었다. 현대 야구, 근래 들어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저스는 위기에 몰리자 9회 야마모토 카드를 꺼내들었고, 야마모토는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티며 헹가래 투수가 됐다. 다 걸기 게임에서 혹사고 뭐고 다른 단어는 통용되지 않았다. 무조건 이기는 게 중요했다. 로저스 센터에 모인 토론토 팬들은 야마모토의 등판을 보고 넋이 나갔다.
결국 다저스가 4승3패로 월드시리즈 2연패를 기록한 가운데, 이는 리그의 넘을 수 없는 수준 차이를 보여줬다. 짧은 휴식을 가진 투수들은 양팀 모두 최고의 집중력과 몸 상태를 보여주며 마지막까지 힘을 냈다. 다 가진 기량이 출중하고, 이런 살인적인 일정을 버텨낼 수 있는 몸 상태를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투지와 의지도 뛰어났다. 개인적으로 이룰 것은 다 이룬 ‘수천억’ 스타들이 오직 팀 승리 하나를 보고 싸우고 있었다. 올해 월드시리즈 여운이 꽤 길게 남을 것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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