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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MLB 메이저리그

    불리한 체격·편견 다 깼다 … 노력으로 영웅 된 MLB의 '작은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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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LA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LA다저스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영웅이 등장했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버리고 팀을 위해 희생하며 기어이 승리를 이끌어낸 그에게 팀 동료들뿐 아니라 전 세계 야구계에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주인공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이끈 '철인' 야마모토 요시노부(27·일본)다.

    월드시리즈에서 17과 3분의 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02를 기록해 MVP에 오른 야마모토의 투구는 단순히 경기 수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땀과 눈물의 결정체로 비견될 만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할지조차 알 수 없던 평범한 투수였던 야마모토는 피나는 노력과 자기 관리로 MLB 최고의 투수가 됐다. 불리한 신체조건(키 178㎝, 몸무게 80㎏)을 갖고 있던 그가 어떻게 MLB에서 '작은 거인'이 될 수 있었을까.

    야마모토는 일본에서 가장 뜨거웠던 에이스였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에게 수여하는 사와무라상과 퍼시픽리그 MVP, 투수 4관왕을 한꺼번에 달성했다. 노히트노런을 두 차례(2022년·2023년)나 기록했고, 2022년 일본시리즈 우승도 경험하는 등 20대 중반에 일본에서는 더 이상 이룰 게 없던 '명투수'였다. 숱한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2023년 12월, 12년간 최대 3억2500만달러(약 4650억원)에 다저스와 대형 계약을 맺고 MLB에 도전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험난했다. 1998년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태어난 야마모토는 고교 시절까지 그저 그런 선수에 불과했다. 야마모토는 고교 3학년 때 반전을 이끌어낸다. 투수 전향을 권유한 감독의 지도 아래 시속 130㎞대였던 속구 구속을 고교 3학년 때 150㎞대로 끌어올리자 프로팀 스카우트들이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 고교 3학년 때 다쳤던 팔꿈치, 무릎 때문에 프로에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던 야마모토는 프로 도전보다는 사회인 야구팀 입단을 염두에 뒀다. 그를 붙잡은 건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였다. 2016년 10월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야마모토는 팀 내 4순위로 가까스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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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8월 프로 무대에 데뷔한 야마모토는 이듬해까지 오릭스의 중간계투요원으로 주로 뛰었다. 그러나 프로에서 야마모토는 서서히 달라져갔다. 힘을 키우기 위해 야구 선수들에게는 필수 운동법인 웨이트트레이닝 대신 자신만의 훈련법으로 몸을 만들었다. 경기 전 400g짜리 플라스틱 창을 던지는가 하면, 물구나무서기와 맨손운동 등 체조와 요가를 자신의 루틴처럼 꾸준하게 했다.

    야마모토는 한 인터뷰에서 "공보다 창이 더 무겁고 길다. 그만큼 온몸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팔꿈치를 별로 사용하지 않아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팔꿈치 부담을 덜어내는 게 중요했던 야마모토는 창던지기 운동을 프로 생활 내내 자신만의 루틴으로 정착시켰다.

    레그킥(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에 발을 들어올리는 동작)을 최소화한 간결한 투구폼에도 전신을 활용해서 한 번에 힘을 내는 창던지기의 장점과 유연성이 도드라진 요가의 장점 등을 더하면서 시속 150㎞대 중반의 속구를 던질 수 있는 비결로 만들었다. 야마모토의 독특한 루틴은 한동안 '이상한 훈련' 취급을 받았지만 이제는 MLB 다저스 팀 동료들이 따라 하는가 하면,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일부 투수들이 벤치마킹할 만큼 주목받았다.

    야마모토는 자신만의 필살기도 장착했다. 팔꿈치에 부담이 큰 슬라이더 대신 스플리터, 낙차 큰 커브 등을 연마했고 제구력을 최상급으로 끌어올렸다. 연구 분석도 많이 했다.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노트에 필기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야마모토는 "(노트 필기는) 매 경기 해오던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강한 멘탈에서 비롯된 야마모토의 놀라운 회복력은 그를 'MLB 영웅'으로 만든 큰 힘이 됐다. 일본 프로 무대 첫해에, 그리고 MLB 데뷔 첫해에 야마모토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때마다 비판과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야마모토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직 다음만 바라봤고, 시행착오도 길게 가져가지 않았다. MLB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7승에 그쳤던 그는 올해 12승(8패)을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내셔널리그 2위(2.49)를 차지할 만큼 곧장 에이스 반열에 올랐다.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의 투구는 야마모토의 강한 회복력을 제대로 확인한 무대였다. 야마모토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불펜에서 몸을 풀 때는 최고의 피칭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감각을 가다듬고 조정하면서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야마모토가 투구할 때는 팔뿐만 아니라 엔진 전체가 작동하는 느낌을 준다. 그만큼 투구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며 "100개 가까이 던지고 하루 쉰 뒤에 다시 등판시키는 일은 정말 미친 일이다. 그러나 그게 내게는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했다. 야마모토의 흔들림 없는 의지가 전달됐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야마모토는 자신의 SNS에 월드시리즈 우승 순간 환호하는 사진과 함께 "모두를 위한 것이라면 그래도 던진다"는 메시지로 일본 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줬다. 야마모토는 우승 인터뷰에서 "벼랑 끝의 순간, 어린 시절 처음 야구를 시작했던 야구 소년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그 소년은 내게 '그냥 던져'라고 말하고 있었다"며 흥분했다. "이번 우승으로 내 수준이 한 단계 더 올라간 기분"이라고 한 그는 3일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와 함께 LA로 돌아가 기쁨을 더욱 만끽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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