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손흥민(33, 로스앤젤레스FC)이 떠난 북런던 더비의 중심에 이제 에베레치 에제(27)가 있다. 승자 역시 아스널이었다.

아스널은 24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에서 토트넘 홋스퍼를 4-1로 제압했다. 이 승리로 아스널은 리그 9경기 무패(7승2무)를 이어갔고, 승점 29점으로 단독 선두를 굳혔다. 토트넘(승점 18점)은 이날 패배로 상위권 경쟁에서 다시 밀려나 9위까지 떨어졌다.

경기 초반부터 아스널의 템포가 더 빨랐다. 시작 2분 만에 에제가 하프 스페이스에서 찔러 넣은 패스를 데클란 라이스가 논스톱으로 가져갔다. 토트넘은 굴리엘모 비카리오 골키퍼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간신히 막아냈다.

비록 아스널의 선제 득점이 막힌 장면이지만, 이날 경기의 흐름을 예고했다. 토트넘이 라인을 올리며 빌드업을 시도했지만, 아스널의 전방 압박에 번번이 끊겼다.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뒤에서 공을 받기 전 라이스와 마르틴 수비멘디가 압박했고, 측면에서도 부카요 사카와 레안드로 트로사르가 토트넘의 전진을 막았다.

결국 전반 36분 아스널에서 첫 골이 나왔다. 미켈 메리노가 중앙에서 수비 라인 뒤로 감각적인 로빙 스루패스를 보냈고, 트로사르가 수비 뒷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들며 원터치 터닝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비카리오 골키퍼가 반응했지만 손끝이 닿기 어려운 궤적이었다.

토트넘은 정신을 추슬렀지만 추가 실점은 금방이었다. 전반 41분 라이스가 박스 외곽에서 볼을 잡아 수비를 끌어낸 뒤 다시 에제에게 연결했다. 에제는 특유의 리듬 조절로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속이며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2-0으로 스코어를 벌린 아스널은 승리를 확신하며 후반을 맞았다. 토트넘은 만회를 위해 케빈 단소 대신 사비 시몬스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그러나 후반 1분 만에 또다시 무너졌다. 오른쪽 측면 경합에서 볼이 살아나온 아스널은 율리엔 팀버가 건넨 패스를 에제가 받아 문전에서 왼발로 정확하게 밀어넣었다.

3-0이 된 뒤 토트넘은 수비에서 롱패스로 방향 전환을 시도했고, 한 번의 기회가 나왔다. 후반 12분 주앙 팔리냐가 중원에서 공을 끊어내자 히샬리송이 그대로 중거리 슈팅을 선택했다. 다비드 라야 골키퍼가 손을 뻗었지만 공은 그대로 그의 상단을 넘어 골망으로 빨려 들어갔다.

토트넘의 유일한 반격이었다. 아스널은 후반 31분 트로사르가 다시 한 번 대각 패스를 찔렀고, 에제가 침착하게 낮게 밀어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골 직후 경기장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후 두 팀은 교체 카드를 소진하며 체력을 분산하고 템포를 늦췄지만, 경기의 흐름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스널은 마지막까지 수비 조직력을 유지했고, 토트넘은 더 이상 추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에제가 아스널과 토트넘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축구 통계 사이트 '옵타'에 따르면 에제는 북런던더비에서 47년 만에 해트트릭을 쏘아올린 아스널 선수가 됐다. 레전드 티에리 앙리조차 해내지 못한 해트트릭으로, 1978년 앨런 선덜랜드 이후 통산 4번째 대기록이다.

통계도 이날 경기를 설명했다. 또 다른 통계 업체 '풋몹'에 따르면 에제는 해트트릭 외에 슈팅 6회, 유효슈팅 4회, 드리블 성공 3회, 경합 승리 6회, 패스 성공률 80% 등 압도적인 공격 지표를 생산했다. 평점은 9.7점으로 압도적이었다.

자연스럽게 에제의 이적 배경도 재차 화제가 됐다. 에제는 지난여름 토트넘행이 거의 확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적시장 막판 아스널이 강하게 개입하며 상황은 뒤집혔다. 아스널은 6,800만 파운드(약 1,311억 원)를 투자해 에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스널의 러브콜에 에제는 토트넘을 마음 속에서 지웠고, 라이벌로 만난 이날 해트트릭으로 자신이 누군지 정확하게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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