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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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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리그 대구FC 2부 추락… 안양과 비겨 최하위 탈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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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축구 K리그1 최하위 대구FC가 시즌 최종전에서 FC안양과 2대2로 비기고 10년 만에 2부로 추락했다.

    30일 대구iM뱅크파크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대구FC(12위)와 FC안양(8위)의 시즌 최종전(38라운드). 경기 초반부터 안양의 일방적인 공세에 대구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전반 2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대구 수비진이 중원으로 볼을 배급하는 과정에서 안양에 공을 뺏겼고, 마테우스(브라질)가 문전으로 쇄도해 골키퍼 키를 넘기는 ‘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마테우스의 이번 시즌 리그 10호골. 불과 3분 지나서는 안양의 코너킥 상황에서 골키퍼 손을 맞고 나온 공을 공격 가담을 위해 올라온 수비수 이창용이 발로 밀어 넣었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2대0.

    대구도 몇 차례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얻었지만 안양의 조직적인 수비와 골키퍼 김다솔의 선방에 번번이 막혔다. ‘에이스’ 세징야(브라질)의 부상 이탈로 힘이 빠진 대구 공격진은 이른 시간에 2골을 몰아넣고 수비망을 촘촘히 좁힌 안양 진영을 쉽사리 공략하지 못했다. 침투 패스는 연달아 간파당했고, 이따금 나온 중거리슛은 결정력이 떨어졌다. 오히려 다음 시즌 잔류를 확정하고도 대구에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기 위해 ‘육탄 수비’에 나선 안양 선수들의 투지가 돋보이는 경기였다. 전반 20분 지오바니(브라질)가 우측 측면에서 날린 기습적인 중거리슛은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대구는 전반 29분 이른 시간에 공격수 에드가(브라질)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전반 32분 상대 페널티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얻어낸 직접 프리킥 기회. 지오바니의 슈팅이 골대 위로 크게 떴다. 전반 39분 대구의 코너킥 이후 벌어진 문전 혼전에서 연달아 세 번의 슈팅이 터졌지만 모두 안양 골키퍼와 수비수 몸에 막혔다.

    후반 시작과 함께 ‘대팍(대구iM뱅크파크)의 왕’ 세징야가 출격했다. 2016년 대구에 입단한 세징야는 이번 시즌에만 11골 12도움을 올린 팀의 에이스 공격수. 하지만 지난 2일 수원FC전(1대1)에서 허리와 무릎 부상을 입고 팀에서 이탈했다. 그는 강등 위기에 처한 팀을 구하기 위해 지난 A매치 휴식기 재활에 주력했고, 안양전을 치르기 전 있었던 두 번의 팀 훈련에도 참가했다. 의료진 검진 결과 그는 무릎이 완치되진 않았으나 주사와 물리 치료를 병행해 약 20분 정도는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려 후반 경기장을 밟았다. 김병수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웬만하면 세징야가 출전하지 않는 것이 베스트”라고 했지만, 전반부터 두 골을 실점한 악상황에 별다른 방도는 없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투입된 세징야는 상대 문전에서 활발한 몸놀림을 보이며 침체에 빠진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애썼다. 왼쪽 허벅지 등 부상 부위에 압박 테이프를 붙인 채였다. 후반 6분 세징야의 위협적인 감아차기 슈팅은 골대 왼쪽으로 벗어났다. 세징야 투입으로 활력을 얻은 대구가 후반 14분 기다리던 만회골을 터뜨렸다. 역습 찬스에서 지오바니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골문 구석을 찔렀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세징야가 직접 해결사 역량을 입증했다.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측면 공격수 에드가가 헤딩으로 떨궈줬고, 세징야가 이를 머리로 밀어 넣었다. 승부를 2-2 원점으로 돌리는 천금 같은 동점골. 동점골 직후 대구의 코너킥 공격에서 공이 김강산의 몸을 맞고 골대에 흘렀지만, 김강산의 핸드볼 파울이 선언돼 골은 취소됐다.

    대구는 이날 무승부로 승점 1을 쌓았지만, 11위 제주SK(승점 39)가 같은 시각 울산HD(9위·승점 44)에 1대0으로 이기면서 순위를 뒤집지 못하고 리그 최하위(12위·승점 34)를 확정했다. K리그1 12위는 다음 시즌 2부로 자동 강등되고, 10~11위는 K리그2 상위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잔류 여부를 가린다.

    2002년 10월 K리그 최초의 시민 구단으로 창단한 대구가 K리그2로 가는 건 이번이 두 번째. 앞서 2013년 14팀 중 13위로 처음 강등됐고, K리그2에서 세 시즌을 보낸 뒤 2017년 1부에 복귀했다. 2016년 이후 10년 만에 다음 시즌을 2부에서 보내게 된 것이다.

    이번 시즌 대구는 지난 5월 18일 서울전(0대1 패) 이후 최하위로 추락, 한때 11위와 승점 차가 14점까지 벌어졌다. 프로축구 승강제 도입 이후 11위와 가장 큰 격차로 벌어진 꼴찌라는 오명을 안은 대구는 이후 절치부심해 강등권 탈출을 시도했다. 9월 울산전(1대1)을 시작으로 7경기 무패(2승 5무)라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그렇게 맞은 최종전에서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혈투를 벌였지만 최하위 탈출에는 실패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단은 대구 응원석 앞에 도열해 고개를 숙였다. 김병수 감독은 “여러분과 선수들이 있어서 너무 행복했던 시즌이었다”며 “절망에서 희망으로 가는 법을 배웠고, 마지막이 아쉽게 됐지만 팬들의 사랑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이어서 “너무 두렵고 힘든 도전이었지만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며 “더 노력해서 내년에 반드시 (1부로) 올라가겠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1만2000여 대구 서포터즈는 이들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며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소리로 응원가를 불렀다. 김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며 ‘괜찮아’라고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절대 잔류 절대 승리’ ‘1%의 가능성, 99%의 믿음’이라고 적힌 현수막들은 빛이 바랬지만, 대구 선수단과 응원단 사이의 돈독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대구=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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