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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13년 차 베테랑 장수연 "내년엔 진짜 즐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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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성적 부진 협회 특별 시드 카드 유지

    여주 골프 아카데미 오픈 바쁜 겨울나기

    내년엔 부담 없이 진정한 투어 즐기기 목표

    "정신없이 지내고 있어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13년째 활약 중인 장수연이 가장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는 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말 경기도 여주에 아카데미를 오픈했다"며 "아마추어 골퍼들을 대상으로 레슨을 하고 있다. 저 또한 배우는 마음으로 즐겁게 레슨에 임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지난달 2일 S-OIL 챔피언십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장수연 골프 아카데미' 준비에 돌입했다. 골프 선수에서 교습가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순수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스크린골프와 레슨을 함께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장수연은 "투어 생활을 할 때 스윙 이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힘으로만 치다가 부상도 많았다"며 "아마추어 골퍼들이 부상 없이 즐겁게 골프를 배울 수 있는 레슨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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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 시드를 받은 장수연은 "내년엔 즐기는 골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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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 우승 등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뛰어난 실력 때문에 피해를 본 순간도 있었다. 2010년 9월 현대건설 오픈 최종일, KLPGA의 무리한 룰 적용으로 우승을 놓친 것. 캐디로 나선 아버지가 무심코 타구 방향에 캐디백을 놓아 2벌타를 받았고, 결국 이정은5와의 연장전에서 패배했다. 이 일로 KLPGA 투어 직행 티켓도 날아가 프로 테스트와 2부 투어를 거친 뒤 2013년에야 정규 투어에 입성했다.

    프로에선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2016년 롯데마트 여자오픈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연달아 우승했고, 2017년에는 KLPGA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퀸에 올랐다. 2022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는 4년 7개월 만에 통산 4승째를 따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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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연은 경기도 여주에 골프 아카데미를 오픈했다. 장수연 골프 아카데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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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는 롯데마트 여자오픈 우승을 꼽았다. 그는 "첫 우승이라 더 특별하다"며 "메이저 대회 우승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2016·201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이다. 그는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렸던 적도 있다"며 "우승은 못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017년에는 공동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욕심이 화를 부르기도 했다. 지난해 태국 전지훈련에서 비거리를 늘리려다 허리 부상을 입은 것이다. 장수연은 "한 달 동안 골프채를 잡지도 못했다"며 "손목 부상까지 생기면서 더 이상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요즘 어린 선수들은 비거리도 길고 쇼트게임도 뛰어난데, 저는 거리가 줄어들어 버디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다"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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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연은 2017년 이수그룹 KLPGA 챔피언십에서 메이저퀸에 등극했다. KLPGA 제공


    KLPGA 투어는 점점 젊어지고 있다. 올해 우승자의 평균 나이는 23.48세. 올해 31세인 장수연은 "이제 동료들이 거의 없다. 박주영, 정희원, 이정민, 김지현, 안송이 언니 정도만 남았다. 예전보다 투어 생활이 재미없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야기 나눌 친구도 없고, 어린 선수들과는 나이 차이가 있어 거리감이 있다"며 "또래들과 수다 떨며 맛있는 걸 먹던 시절이 그립다"고 덧붙였다.

    그는 13년 동안 꾸준히 정규 투어를 지켜온 상징적인 선수다. 그러나 올해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24개 대회에 나가 톱 10은 세 차례뿐. 장수연은 "골프만 24년을 쳤다. 30대가 넘어가면서 아픈 곳이 많아졌다"며 "부상도 생기고 마음도 지쳤다. 몸이 아프니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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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연은 "내년엔 행복한 골프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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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상금랭킹 74위(1억3087만원)로 시드 상실 위기까지 겹쳤다. 그는 "사실상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며 "시드전 신청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S-OIL 챔피언십이 끝난 뒤 협회로부터 "내년 시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KLPGA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처음으로 특별 시드를 받아 다시 1부 투어에 설 수 있게 됐다.

    장수연은 지난 13년 동안 늘 긴장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았다"며 "골프를 즐기기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했다. 내년 목표는 '즐기는 골프'다. 아카데미 운영과 레슨에 집중하면서도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여기겠다는 각오다.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대회에서는 더 열심히 하겠다. 내년이 마지막 시즌이라는 마음으로 뛰겠다. 우승은 쉽지 않겠지만, 골프를 즐기고 싶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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