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손흥민(33, LAFC)이 다시 한번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뜨겁게 달궜다. 그가 5만 관중 앞에서 뜨거운 작별 인사를 건넸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슬라비아 프라하의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차전 킥오프를 앞두고 잔디를 밟았다.
지난 시즌까지 주장 완장을 차고 토트넘을 이끈 '전설' 손흥민은 8월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무대로 건너갔다. 그는 토트넘과 10년 동행을 마무리하고 LAFC로 이적했다. 이적료 2660만 달러(약 375억 원)를 남기면서 MLS 역대 최고 몸값 신기록을 쓰기도 했다.
토트넘 팬들은 여전히 손흥민을 그리워 하고 있다. 그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공식전 454경기에서 173골 101도움을 터트렸으며 지난 시즌 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전설이기 때문. 특히 손흥민은 '파트너'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을 때도 토트넘에 남아 팀을 지켰다.
특히 손흥민은 영국 현지 팬들 앞에서 작별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 그는 지난 8월 한국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프리시즌 친선 경기를 통해 토트넘과 작별을 고했고, 양 팀 선수들의 '가드 오브 아너'를 받았다. 벤치에서 눈물을 흘린 손흥민은 헹가래를 받으며 토트넘에서 10년에 마침표를 찍었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손흥민도 이 점을 언제나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9월 "토트넘은 가장 추억이 많은 곳이다. 지난 10년간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이 스쳐갔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었지만, 팀원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추억만 남기고 싶었다. 기회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작별 인사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손흥민의 꿈은 현실이 됐다. 토트넘은 슬라비아전에 손흥민을 초청하며 전설의 귀환을 준비했다. 단순히 그를 경기장으로 초대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장 앞 하이 로드 인근 건물 외벽에 손흥민을 주제로 한 대형 벽화까지 제작했다. 손흥민의 트레이드마크인 찰칵 세리머니와 UE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 태극기 등이 담겼다.
이를 본 손흥민은 "정말 미친 기분이다. 이렇게 놀라운 그림을 그려주셔서 감사하다. 디테일도 엄청나다. 심지어 글씨도 신경 썼다. 찰칵 세리머니부터 우승 트로피, 태극기, 등번호까지. 모든 게 들어있는 것 같다. 고른 사진까지 말이다"라며 "정말 특별한 기분이다. 이 작품을 그린 분은 정말 대단하다. 이 유산이 사라지지 않고 스퍼스와 영원히 함께하길 바란다"라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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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손흥민은 회색 롱코트에 검은 목도리를 두르고 경기장을 방문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토트넘 팬들도 기립 박수와 뜨거운 환호로 그를 맞이했다. 부상으로 재활 중인 제임스 매디슨과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 옛 동료들도 손흥민과 포옹하며 약 4개월 만의 재회를 나눴다.
토트넘이 준비한 기념패를 건네받은 손흥민은 마이크를 쥐고 토트넘 팬들에게 직접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는 벅차오르는 듯 잠시 한숨을 내쉰 뒤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안녕하세요. 쏘니가 여기 있다. 여러분이 저를 잊지 않았길 바란다"라며 "정말 놀라운 10년이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난 항상 스퍼스일 거고, 여러분과 함께할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곳은 항상 내 집일 거다. 절대로 여러분을 잊지 못할 거다. 계속 나와 함께해 주시고 언제든 LA를 방문해 달라. 정말 기쁠 거다. 여러분 모두 사랑한다. 가자, 토트넘(Come on your Spurs)!"라고 외쳤다. 관중석에서도 손흥민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토트넘의 또 다른 전설 레들리 킹도 등장했다. 그는 토트넘 엠블럼 모양 트로피로 제작된 감사패를 손흥민에게 전달한 뒤 힘껏 끌어안았다. 토트넘 팬들은 다시 한번 기립 박수를 보냈다. 2008년 리그컵 우승을 이끌었던 킹과 2025년 UEL 트로피를 들어 올린 두 전설의 만남이었다.
특별한 영상 편지도 도착했다.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함께 뛰었던 가레스 베일이 메시지를 보낸 것. 그는 손흥민과 1시즌밖에 호흡을 맞추지 않았지만, 절친한 사이가 됐다. 손흥민을 '특별 웨일스인'으로 부르며 벤 데이비스와 함께 '웨일스 마피아'를 결성하기도 했다.
베일은 "안녕 쏘니. 토트넘으로 돌아온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 클럽의 마지막 경기에서 트로피를 들고 떠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너는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다. 오늘 저녁을 즐기길 바란다"라며 "너는 모든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내 옛 클럽인 LAFC에서 행운이 따르길 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한편 토트넘은 손흥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방에서 기분 좋은 대승을 거뒀다. 슬라비아를 3-0으로 제압하며 클린시트 승리를 거둔 것. 그 덕분에 3승 2무 1패, 승점 11을 기록하며 9위로 점프했다. 16강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8위 진입 희망도 되살렸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 26분 상대의 자책골로 앞서 나갔고, 후반 5분 페드로 포로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모하메드 쿠두스가 마무리하며 2-0을 만들었다. 그리고 손흥민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은 사비 시몬스가 후반 34분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서 득점했다. 경기는 그대로 토트넘의 3-0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트넘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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