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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제일 가난한 구단이 사고쳤다, 18년 만에 승격 일군 '부천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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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K리그1 승격을 달성한 부천FC 이영민 감독(왼쪽)과 수비수 백동규. 부천종합운동장.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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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부천FC의 오랜 염원을 이룬 이영민(52) 감독과 베테랑 수비수 백동규(34)는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어요"라고 말했다. 부천은 지난 8일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K리그1(1부리그) 팀인 수원FC에 3-2로 승리하며 1, 2차전 합산 4-2로 내년 시즌 1부 승격을 확정했다. 부천이 1부 무대를 밟는 건 창단 18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10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이영민 감독은 "경기 다음 날 일어나보니 '축하하고 고맙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300통 넘게 와 있더라. 우리 팀 승격이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이 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동규 역할이 컸다. 훌륭한 제자를 둬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백동규는 이 감독이 FC안양 수석코치였던 2012년 신인으로 입단했다. 백동규는 무명이었다. 이영민 당시 수석코치는 잠재력을 알아보고 감독에게 백동규를 주전으로 기용하자고 건의했다. 백동규는 "감독님이 저를 알아봐 주신 덕에 K리그(277경기)에서 살아남았다. 1부 승격 합작으로 감독님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한 게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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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시즌 1부 생존을 꿈꾸는 이영민 감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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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의 승격은 올 시즌 최대 이변으로 꼽힐 만하다. K리그를 통틀어 가장 형편이 어려운 구단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부천은 선수단 연봉 총액이 34억5000만원(2024년 기준)으로 2부에서도 최하위권에 속한다. 2부팀 수원 삼성(88억7000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2024년 K리그 '연봉킹' 조현우(울산HD·14억9000만원)는 37명인 부천 선수들 전체 연봉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받았다. 1부 울산은 200억원 이상 투자하는 구단이다.

    2021시즌부터 부천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부천이 예산이 많은 팀이 아니라서 플레이오프(3~5위) 진출 자체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면서도 "내가 지난 5년간 꾸준히 팀을 이끈 덕분에 조직력이 완성 단계에 올랐다. 올 시즌을 승부처로 보고 부임 후 처음으로 선수들에게 '승격을 꿈꿔 보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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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민 감독(왼쪽)과 백동규는 사제지간이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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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동규는 이 감독의 꿈을 이루는 데 화룡점정 역할을 했다. 부천은 6월 중순까지만 해도 PO 진출권 밖 순위인 6위에 머물러 있었다.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로 꾸려진 수비진이 자주 무너진 탓이다. 고민 끝에 이 감독은 당시 수원 삼성 소속이던 옛 제자 백동규에게 도움을 청했다. 백동규는 망설이지 않고 달려갔다. 백동규 합류 후 부천은 4연승을 달렸다. 그중 3경기에선 무실점했다. 부천은 6위에서 3위로 고공 점프했다. 특히 백동규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K리그1 득점왕(17골)인 수원FC 골잡이 싸박을 꽁꽁 묶었다. 이 감독은 "우리 팀 사정을 아는 동규가 기존 연봉의 절반 수준으로 자진 삭감하면서도 와줬는데, 복덩이가 굴러 들어온 셈"이라며 제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감독과 백동규의 도전은 계속된다. 이 감독은 "승격 다음 날 아침까진 마냥 좋았는데, 그날 저녁이 되니 바로 '강팀들이 득실대는 1부에선 또 어떻게 생존하지'란 걱정이 생겼다. 결국 일찌감치 다음 시즌 구상에 들어갔다"고 한숨 쉬었다. 올해까지 단기 계약을 맺었던 백동규는 "감독님이 계시는 곳은 어디든 따라가겠다. 1부에서도 사고 한 번 쳐야 하지 않겠나"라고 각오를 다졌다.

    부천=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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