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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33·LAFC)이 다시 북런던에 섰다. 유니폼은 바뀌었지만, 그의 자리는 비어 있지 않았다.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은 ‘레전드’의 귀환을 반겼고, 라커룸에는 여전히 그의 목소리가 남아 있었다. 손흥민은 팀을 떠났지만, 토트넘 안에서는 지금도 ‘현재형 리더’였다.
토트넘은 10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6차전에서 슬라비아 프라하를 3-0으로 꺾었다. 승점 11(3승 2무 1패)로 9위까지 끌어올리며 16강 직행권이 주어지는 8위 진입 가능성을 다시 살렸다. 전반 26분 상대 자책골로 균형을 깬 토트넘은 후반 두 차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완승을 완성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깔끔한 승리였지만, 이날 밤의 주인공은 경기 결과보다도 따로 있었다.
경기에 앞서 토트넘은 손흥민을 위한 고별 행사를 마련했다. 구단은 레들리 킹을 초청해 기념 트로피를 전달했고, 경기장 인근 하이로드 건물 외벽에는 3층 규모의 대형 벽화를 공개했다. 찰칵 세리머니와 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 트로피, 태극기까지 담긴 벽화는 손흥민의 10년을 상징했다. 손흥민은 회색 롱코트에 검은 목도리를 두른 채 그라운드에 등장해 팬들 앞에 섰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정말 놀라운 10년이었다. 나는 언제나 스퍼스이고, 이곳은 항상 내 집”이라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 관중석에서는 그의 이름이 연호됐고, 팬들은 그가 여전히 ‘우리의 주장’임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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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벤 데이비스는 손흥민과의 재회를 반기며 “항상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구단과 팬들에게 의미 있는 송별회가 돼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손흥민은 여전히 토트넘의 행운의 부적 같은 존재”라며 “자신의 벽화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고, 이 지역에 흔적을 남긴 점을 매우 뜻깊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라커룸에서는 웃음 섞인 장면도 연출됐다. 손흥민이 그레이에게 “토트넘을 떠난 뒤 문자 한 통도 못 받았다”고 농담하자, 그레이는 “번호를 바꿨다”며 받아쳤고, 손흥민은 “SNS로도 보낼 수 있다”고 응수해 분위기를 풀었다.
마티스 텔의 말은 손흥민의 현재 위치를 또렷하게 보여줬다. 텔은 “손흥민은 큰 형 같은 존재다. 항상 문자를 주고받고 응원해준다”며 “유로파리그 우승 때도 함께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토트넘의 위대한 레전드다. 그런 선수가 돌아온다면 팀은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짧은 동행이었지만, 영향력은 결코 짧지 않았다는 평가였다.
이날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사비 시몬스 역시 존경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토트넘에 입단했을 당시 손흥민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조금 알게 됐다”며 “구단의 위대한 레전드이고, 그의 등번호를 이어받아 더 많은 업적을 쌓을 수 있어 기쁘다.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행복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의 상징이었던 7번을 물려받은 시몬스는 공교롭게도 손흥민이 지켜보는 경기에서 득점까지 기록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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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현지에서도 같은 시선이 이어졌다. 이브닝 스탠더드는 “라커룸 대화가 공개되며 손흥민이 여전히 토트넘 선수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그는 팀을 떠났지만 정신적 중심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슬라비아전 3-0 승리는 토마스 프랑크 감독에게 가해지던 압박을 일정 부분 덜어주는 결과였고, 손흥민의 방문은 그 흐름에 힘을 실었다”고 분석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정확히 10년을 보냈다. 공식전 454경기 173골 101도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유럽대항전 우승까지 더해진 기록은 이미 전설의 영역이었다. 그는 지난 5월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스스로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구단은 잔류를 원했지만, 손흥민은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했고 LAFC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MLS 역대 최고 이적료라는 기록도 남겼다.
다만 한국에서 열린 뉴캐슬과의 프리시즌 경기를 끝으로 곧바로 미국으로 떠나며,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의 고별전은 끝내 치르지 못했다. 그 아쉬움은 이번 방문으로 비로소 채워졌다. 손흥민은 “여러분이 나를 잊지 않았길 바란다. 정말 놀라운 10년이었다”고 말했고, 팬들은 그의 이름을 외치며 답했다.
떠났지만 떠나지 않은 이름. 손흥민은 더 이상 토트넘의 선수가 아니지만, 라커룸과 팬들의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주장이고 리더였다. 토트넘에서 시간이 완벽하게 끝났지만, 영향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토트넘 안에서 손흥민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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