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모굴 8강전 뒤집힌 몸으로도 살아남아
이번 동계올림픽 최고의 진기명기 명장면 탄생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리비뇨 에어리얼스 앤 모굴 파크에서 열린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듀얼 모굴 경기.
듀얼 모굴은 두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울퉁불퉁한 모굴 코스와 두 차례 점프를 소화하며 기술·공중동작·속도를 겨루는 종목으로,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기술 난도, 공중 동작 완성도, 스피드를 합산해 한 라운드당 총 35점을 나눠 갖는다. 토너먼트 방식이어서 한 번 패하면 그대로 탈락이다.
넘어지고, 구른 뒤 다시 일어나 뒤로 결승선을 통과한 일본 스키 모굴선수 호리시마 이쿠마.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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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에서 호리시마는 미국의 닉 페이지와 맞붙었다. 페이지는 앞선 라운드에서 조 1위를 차지하며 올라온 강자였다. 초반 흐름은 팽팽했다. 하지만 첫 번째 점프 이후 페이지가 중심을 잃었고 결국 코스를 이탈하며 실격 처리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호리시마 역시 두 번째 점프에서 균형을 잃었다. 공중에서 몸이 비틀렸고, 엉덩이부터 눈 위로 떨어졌다. 스키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몸은 몇 차례 구르며 아래로 밀려 내려갔다. 여기서 그의 경기 역시 끝나는 듯했다.
이때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랄 명장면이 나왔다. 호리시마는 모굴을 다시 밟는 순간 튕겨 오르듯 일어섰다. 관중석에서 엄청난 환호성을 터졌다. 그는 이미 두 발로 서 있었다. 문제는 방향이었다. 뒤로 돈 채 스키를 타고 있었다.
호리시마는 마치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처럼 후진을 하면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상대 선수 페이지는 이미 실격된 상황. 설령 먼저 들어왔다 해도 결과는 같았다. 결국 호리시마는 35점을 모두 가져가며 4강에 진출했다. 중계진은 “믿을 수 없다”며 탄성을 쏟아냈다.
기세는 이어졌다. 호리시마는 4강을 통과해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 세계 최강자인 ‘모굴 황제’ 미카엘 킹스버리(캐나다)에게 패해 금메달을 놓쳤지만 이미 화제성은 ‘금메달’이었다.
앞서 이번 대회 남자 모굴 종목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호리시마는 이로써 은메달과 동메달 등 두 개의 메달을 따내며 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넘어졌고, 굴렀고, 방향을 잃었다. 그런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뒤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동계올림픽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명장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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