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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5 (목)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이라크…감독·선수 한자리에 모이지도 못하는데 40년 만에 월드컵 도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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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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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축구 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가를 대륙 간 플레이오프(PO)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일대 영공이 막히고 각국 대사관 업무가 중단되면서 감독과 선수단이 뿔뿔이 흩어진 채 훈련 자체가 쉽지 않다.

    이라크는 다음 달 1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볼리비아와 수리남 간 경기 승자와 단판으로 대륙 간 PO를 치른다. 이기면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40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되는, 이라크 축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재 이라크 대표팀은 경기보다 이동이 더 큰 문제다. 이라크축구협회(IFA)는 4일 성명을 통해 “영공 폐쇄로 그레이엄 아널드 감독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 대사관이 폐쇄된 탓에 다수의 선수와 기술·의료 인력이 멕시코 입국 비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국적자인 아널드 감독은 걸프 지역에 발이 묶인 채 팀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으며, 유럽과 중동 각지에서 뛰는 해외파 선수들 역시 비자 발급이 막혀 대표팀 합류 시점이 계속 밀리는 상황이다.

    이라크 교통부는 이라크축구협회에 영공이 최소 4주간 폐쇄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대표팀 선수의 약 40%가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중부에 자리한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부를 거쳐 튀르키예로 이어지는 25시간짜리 육로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안전 우려로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다.

    비자도 발목을 잡는다. 멕시코는 바그다드에 대사관을 두지 않아 이라크 선수들은 카타르나 UAE에 있는 멕시코 공관을 통해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 공관들마저 전쟁 여파로 문을 닫은 상태다. 미국 비자도 중동 주재 미국 공관들이 업무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면서 발급이 막혔다. 미국 휴스턴 전지훈련을 앞두고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한 선수들이 속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훈련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졌다. 이라크는 애초 15일(현지시간) 휴스턴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해 현지 기후와 시차에 적응한 뒤 몬테레이로 이동하는 2단계 준비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선수단 전체가 한곳에 모이지 못하면서 이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일부 선수는 소속팀에서 개별 훈련을 이어가고, 일부는 이라크 국내에서 임시훈련을 하는 등 팀 전체의 경기 리듬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FIFA는 예정대로 경기를 치르게 하겠다는 뜻을 이라크 측에 전달했다. 이라크축구협회도 “경기가 열린다는 전제로 준비하고 있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표팀 내부에서는 실제 개최 여부에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앞서 이란이 미·이스라엘의 공습 여파로 월드컵 참가를 포기할 경우 이라크에 본선 직행 티켓이 추가로 주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메흐디 타지 이란축구협회장은 “이번 공격 이후 월드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이라크가 본선 진출권을 손에 넣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몬테레이 PO에서 이기는 것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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