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 전인대 개막식 업무보고
“2026년 4.5~5% 성장”… 35년 만에 최저
내우외환에 ‘고속성장’ 한계 봉착
국방예산은 5년 연속 7%대 증액
軍 부패 척결·전력 현대화 병행
日 “불투명한 군사력 팽창” 비판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회의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국방 지출 예산을 지난해 대비 7.0% 늘어난 1조 9096억위안(약 405조원)으로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방비가 한화 기준 4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리 향해 박수 치는 시진핑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5일 열린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4차 회의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업무보고를 위해 일어선 리창 국무원 총리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리 총리는 올해 중국의 국방 예산이 1조9096억위안(약 405조원)으로 지난해보다 7% 늘었다고 발표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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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율 자체는 2023∼2025년 유지해 온 7.2%보다 0.2%포인트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5년 연속 7%대 증액 기조를 이어갔다. 국방비 증가율은 2020년 6.6%로 둔화되기도 했으나 ‘건군 100주년(2027년) 분투 목표’가 설정된 뒤 2021년부터 줄곧 7%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국방비 증액은 중국군 내 강도 높은 반부패 사정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결정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이날 전인대 주석단 인원은 지난해 176명에서 167명으로 줄었는데, 여기에는 최근 실각한 ‘중국군 2인자’ 장유샤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류전리 전 중앙군사위원이 제외된 영향이 컸다. 군부 내부의 인적 쇄신과 부패 척결 드라이브와는 별개로 대만 통일 의지 표명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력 현대화 자산 확보에는 차질을 빚지 않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군비 책정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일본은 중국의 국방비 증액에 대해 “충분한 투명성을 결여한 채 군사력을 광범위하고 급속하게 증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국방 예산과 관련해 “계속해서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은)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에서 힘 혹은 위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를 강화하고 우리나라(일본)의 안전보장에 영향을 미치는 군사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하라 장관은 그러면서도 “중국과는 전략적 호혜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하고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라며 “중국과 여러 대화에 열려 있으며, 향후 국익의 관점에서 냉정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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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이 고속 성장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기존 방식에 의한 성장은 이제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가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 4.5~5%는 톈안먼 사태 여파로 안정을 최우선으로 했던 1991년(4.5%) 이후 3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부진한 내수, 미국의 관세 압박 등 구조적 어려움을 정부 차원에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경기부양책으로 숫자를 맞추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구조 조정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중국은 소비 보조금 정책인 ‘이구환신’ 예산을 지난해보다 줄이는 등 지출 규모를 조절하면서도 재정 적자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4% 수준으로 유지하며 정책 운용의 여지를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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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총리는 “성장률 목표는 2035년 장기 비전과 연계되며 경제 구조조정과 위험 방지를 위한 여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3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 목표를 설정했다”며 “이는 지난 40년 동안 중국의 급속 성장을 주도한 모델이 제약받고 있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짚었다.
보수적인 목표 설정은 시장에서 기대했던 강력한 경기부양책 시행의 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ING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린송은 블룸버그에 “이 목표치는 중국이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무모하게 재정을 지출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며 “이는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보다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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