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달 복지위 소위 통과 목표
환자·시민·약사들 "건보 고갈"···공공플랫폼 제시
4일 정부여당이 국민 의료 접근성을 높인다며 민간 플랫폼 기반 비대면 진료 허용 법안을 추진하지만 과잉진료와 건강보험 재정 고갈 등 부작용 우려 목소리가 크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영리 플랫폼 중심 원격의료 법제화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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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정부여당이 국민 의료 접근성을 높인다며 민간 플랫폼 기반 비대면 진료 허용 법안을 추진하지만 과잉진료와 건강보험 재정 고갈 등 부작용 우려 목소리가 크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전진숙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보건복지부도 정부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 법안을 보면 비대면 진료와 이를 중개하는 민간 플랫폼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범사업으로 운영중인데 법제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들과 시민사회, 약사 단체 반발이 거세다. 비대면 진료가 지역 주민들 의료접근성을 높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영리 플랫폼 중심 수익 추구와 과잉진료, 건강보험 고갈 문제를 제기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원격 의료를 추진하더라도 정부가 비영리적으로 추진하는 공공 플랫폼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날 민주당, 조국혁신당,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한 '영리 플랫폼 중심 원격의료 법제화,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건강보험 진료에 대한 중개 업무를 영리 기업에 허용하면 의료법이 금지하는 환자 유인과 알선을 우회적으로 허용하는 것과 같다며 "비급여 진료 등 수익성 있는 의료를 조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실제 한국에서 2023년 12월 15일 이후 두 달간 대한약사회가 운영 중인 공적처방전달시스템(PPDS)을 통해 접수된 비대면 진료 처방전 중 급여 처방은 39.5%인 반면 비급여 처방은 60.5%에 달했다. 원격의료를 실시하는 일본도 환자들에게 구독료, 수수료를 부과했다.
비대면 진료가 지역 주민들 의료 접근성을 높인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 지난 7월 전국 읍면 지역 거주자 502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와 산업계 주장과 달리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본적 있는 사람은 5%에 불과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자의 사용 경험은 2.5%에 그쳤다. 지역 주민들 80%가 '비대면 진료보다 지역에 의료 인프라가 존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환자들도 우려했다. 김성주 한국증중증진환연합회 대표는 "중증암환자와 희귀질환자, 고령 환자분들 고민은 언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냐가 아니라 내가 치료받을 병원이 가까이에 있느냐, 품절 현상없이 약은 제 때 구할수 있느냐다"며 "비대면 진료가 아무리 발전해도 약이 단종돼 치료가 중단되거나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가 병상과 전문의를 찾지 못하면 그 기술은 공허한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 단체도 의약품 오남용과 과잉 진료 가능성을 우려했다. 장보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는 "대면 진료나 정확한 진단 없이 비대면 진료는 간편한 전문약 취득 수단이 되고 있다"며 "플랫폼 특성상 행위량이 늘어야 수익이 늘어나기에 환자가 요구하면 (처방)해주는 구조가 형성돼 과잉 진료, 건방보험 재정 건전성 악화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비급여 약 처방은 정부가 관리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 비급여 처방에 대한 규제 장치가 없어 어떤 비급여 의약품이 어디에서 누구에게 처방되고 있는지 파악이 불가능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이 내역을 알지 못한다.
4일 국회와 정부가 원격의료가 필요한 의료 영역 경우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영리성 민간 플랫폼이 아닌 공공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 경우 원격의료 플랫폼은 수익성을 위해 짧은 시간 내 환자를 진료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사진은 2024년 10월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병원 의료산업 박람회에 전시된 원격의료솔루션.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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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회와 정부가 원격의료가 필요한 의료 경우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영리성 민간 플랫폼이 아닌 공공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진한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은 "한국에 원격의료가 필요한 영역에는 공공플랫폼을 활용해야한다. 온갖 부작용과 의료 민영화 문제를 감수하고 영리 플랫폼을 도입할 이유는 없다"며 "외국 사례들을 보면 공공의료 강화와 공공 플랫폼 구축으로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우 원격의료 플랫폼은 수익성을 위해 짧은 시간 내 환자를 진료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전 위원에 따르면 세레브럴(Cerebral)이라는 정신과 플랫폼은 의료진에게 진료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환자 수를 늘리라고 강요했고 지키지 않는 이들의 급여를 삭감하고 쫓아냈다. 어헤드(Ahead)라는 플랫폼은 의료진에게 과다 약물 처방을 강요했다. 거대 제약사들이 원격플랫폼을 직접 출시해 자사 의약품 처방을 강요했다. 원격의료 질도 낮았다는 평가다. 2016년 미국의학저널(JAMA)에 따르면 정확한 진단을 한 사례는 76.5%, 정확한 치료방법을 제시한 경우는 54.3%에 불과했다.
반면 의사단체는 원격의료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공공플랫폼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민간플랫폼 영리 추구에 대해 적절한 균형을 잡기 위한 전문가 단체의 감시 역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는 민간플랫폼 부작용 개선이 필요하고 공공플랫폼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민간 플랫폼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비만 치료제 오남용 등 정부 제재가 미흡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공공플랫폼에 대한 구상은 없는 걸로 보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전진숙 민주당 의원은 "비대면 진료가 영리 플랫폼으로 인해 공공성 원칙이 훼손돼선 안된다"며 "법안 논의 과정에서 의료 공공성 원칙을 다시 고민하고 대안을 찾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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