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대만전에서 불혹 전후의 류현진(왼쪽)과 노경은이 등판하면서 차세대 핵심 투수가 없는 야구대표팀의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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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더비’로 불린
조별라운드 경기양상도
‘3G 8피홈런’ 한국 지분 커
마운드 세대교체 없이는
국제 경쟁력 없어
구창모·원태인·문동주…
구단 반대·부상 등 불참
8강 운명 걸린 대만전
39세 류현진 선발
42세 노경은 마무리로
39세 류현진이 8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전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42세 노경은은 어떻게든 추가점을 막아야 할 10회초 승부치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마지막 투수로 등판, 이날 기준 한국의 WBC 역대 최고령 등판 기록을 세웠다. 8강 명운이 걸렸다던 대만전 처음과 끝 투수가 불혹의 노장들이었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더디고, 국제대회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투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최근 한국 야구의 고민이 WBC 대만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류현진, 노경은은 제 역할을 했다.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홈런 하나가 아쉬웠지만 3이닝 1실점으로 선방했다. 10회초 2사 2루에서 등판한 노경은도 앞서 홈런을 때렸던 대만계 메이저리거 스튜어트 페어차일드를 외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더 큰 화를 막았다.
문제는 결정적인 순간 이들을 제치고 마운드에 오를 젊은 투수가 없다는 것이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앞서 대만전 선발로 류현진을 예고하며 “현시점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라고 했다. 류현진의 마지막 국제대회 등판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다.
불펜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20대 투수들이 각 구단 마무리를 꿰차고 있지만 막상 국제대회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약한 고리로 전락했다. 2024년 프리미어12에서 젊은 계투들이 고전했고, 이번 WBC는 연습경기 단계부터 불펜 난조는 가장 큰 약점이 됐다. 42세 노경은이 대만전 10회에 등판한 것이 국가대표 불펜의 현주소다.
대표팀은 이번 WBC에 핵심 투수들을 동반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확실한 에이스’로 평가받던 안우진이 ‘벌칙 훈련’을 받다 어깨를 다쳐 일찍이 출전이 무산됐고, 좌완 구창모는 구단 반대로 대표팀 훈련조차 하지 못했다.
이후 대표팀 원투펀치로 낙점됐던 문동주, 원태인은 최종명단 발표 전후 차례로 부상 이탈했다. 헐거운 대표팀 마운드 운용은 더 꼬였다. 애초 일본전 선발로 계획했던 류현진이 대만전 ‘2번째 투수’로, 개막 직전 다시 대만전 선발 투수로 변경됐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너무 얇은 국내 투수층이다. 주축 몇 명만 빠져도 국제대회에 쓸 만한 투수를 찾기가 어려운 현실을 이번 대회에서 재확인했다. 최강 일본은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빅리그 투수들 외에도 국내리그 각 구단 에이스들이 한 수 위 기량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대만은 2000년생 동갑내기 원투펀치 쉬뤄시와 구인루이양이 호주와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대표팀은 곽빈이 대만전 최고 157.5㎞ 빠른 공을 던지며 3.1이닝 1실점으로 분전했지만, 그 외에는 기대 이하였다. 좌타자는 확실하게 잡아달라는 기대를 받고 일본전 마운드에 오른 김영규가 연속 볼넷에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무너졌다. 지난해 KBO리그 통합 우승팀 마무리 유영찬은 사실상 아마추어 팀인 체코 상대로 고전하며 실점했다. 이후 일본, 대만전에서는 아예 불펜 구상에서 제외될 만큼 구위가 좋지 않았다.
대표팀은 체코, 일본, 대만을 상대로 3경기에서 8홈런을 맞았다. 도쿄돔이 워낙 홈런이 잘 나오는 점을감안해도 너무 맞았다. 같은 조건인 대만이 4경기에서 4개, 호주는 3경기 1개밖에 맞지 않았다. 이번 조별 라운드가 ‘홈런 더비’로 불리는 것도 냉정히 말하면 체코(3경기 7피홈런)와 한국 두 나라가 만든 착시 현상에 가깝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윤석민 등 확실한 대표팀 에이스들의 시대가 저물면서 한국 야구의 국제대회 성적은 급전직하했다. 새로운 마운드 자원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국제대회에서 웃을 수 없다. 세대교체에 성공 중이라고 자부하던 한국 야구는 전혀 풀지 못한 숙제를 WBC를 통해 다시 확인했다.
도쿄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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