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영표(35·사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지난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WBC 도미니카공화국과의 8강전에서 0-7로 뒤처진 4회말 등판해 1이닝을 삼자 범퇴로 막았다.
고영표가 상대한 타자들은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이었다. 첫 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를 2루 땅볼로 잡아낸 고영표는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를 상대로 볼카운트 2B-2S에서 주무기인 낮은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이어 좌타 대타인 오닐 크루스(피츠버그)도 공 3개로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세 타자를 상대로 12개의 공을 던졌는데 이 중 7개가 체인지업이었다.
지난 16일 귀국해 17일 팀에 합류한 고영표는 당시 순간을 떠올렸다.
고영표는 “8강에 오르게 돼 너무 좋았는데 도미니카공화국을 마주하니까 또 긴장이 다시 되더라. 중남미 선수들을 상대로 할 때 언더핸드 투수를 많이 내놓지 않나. 그래서 불펜에서 대기하면서 어떻게 상대해야 되나 생각도 많이 했다”고 했다.
조별라운드 일본전에서 홈런을 맞은 아쉬움을 잊지 못한 고영표는 “커브로 홈런을 맞아서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최대한 체인지업을 많이 던져보자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전략이 통했다.
고영표는 “메이저리그 야구장에 경기를 하고, 상대 팀에는 메이저리그에서 굉장한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같은 라인업에 있지 않나”라며 “겨뤄볼 수 있다는 기회를 잡은 것 자체가 너무나도 좋았다. 가능하다면 한계 투구수까지 다 던지고 싶었을 정도”라고 떠올렸다.
‘체인지업이 통한다’라는 건 고영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그는 “체인지업에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궁금증을 해소해 일본전을 잊고 리프레시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내가 던지는 공이 좀 생소할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상대 타자의 이름 값이나 몸값을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크루스가 가장 인상이 깊었다. 크루스는 키 201㎝에 몸무게 97㎏의 거구다. 고영표는 “내가 야구 선수를 하면서 상대해본 선수 중에 가장 큰 타자였던 것 같다. 너무 차원이 다른 타자를 만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투수로서 도미니카 선발 투수인 크리스토페르 산체스의 투구도 잊을 수 없다. 고영표는 “‘저래서 메이저리그 WAR(승리공헌도) 1위를 하는 투수구나’라는 걸 느꼈다. 너무 여유 있고, 투구 밸런스도 좋은데 강한 공을 던지더라. 싱커가 그렇게 빠른데도 잘 꺾이니까 타자들이 벽을 느낄 것 같았다. 내 체인지업도 처음 본다고 하지만, 산체스의 그런 싱커를 어디서 볼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투수로서 경쟁력을 빨리 갖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고영표는 20일 수원 키움전에서 시범경기 첫 등판을 치르고 이후 퓨처스리그에서 실전을 소화하며 시즌 개막 준비를 할 계획이다. 그는 “2023년 WBC에는 일본만 다녀왔었는데 이번에는 미국에 다녀와서 시즌에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돌아보면, WBC 나갔던 시즌에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피로감을 갖고 시작하지만 경기 감각적인 부부에서는 긍정적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고영표는 2023년 28경기에서 12승7패 평균자책 2.78을 기록한 바 있다.
수원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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