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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90분 내내 선수들을 응원한 서포터즈를 제외하면, 8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엉덩이를 들썩일 기회가 없었다. 기자석의 취재진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것은, 너무 추웠기 때문이었다. 4월 첫 주말에 찾아온 꽃샘추위는, 흥분을 주지 못하는 경기 내용 때문에 더 춥게 춥게 느껴졌다.
0-0 무승부로 끝난 수원삼성과 FC서울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5라운드. 슈퍼매치에서 반등을 꿈꾼 수원과 서울 모두 예상한 최악의 결과를 받았다. 수원은 여전히 홈 무승을 깨지 못했고, 서울도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골까지 없었으니 양 팀 팬이 모두 불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는 것은, 패배의 리스크도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양 팀 모두 수비에 역점을 두고 경기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우리도 선발 명단 중 절반이 바뀌었고, 서울은 특히 선수가 많이 바뀌었다”며 올 시즌 초반 두 팀의 부진 이유를 짚었다. 조직의 약점이 있으니 더 신중해졌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분위기 싸움이 중요한 경기다. 선제골이 중요하다”고 했다. 선제골을 내주지 않는 초반 운영이 감지됐다.
◆ 골 안먹으려는 두 팀, 수비만한 하다 끝난 전반전
수원은 3-4-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부상에서 돌아온 곽광선이 조성진, 이종성과 스리백을 이뤘다. 좌우 윙백으로 이기제와 장호익이 배치됐고, 김종우와 최성근이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섰다. 염기훈-데얀-유주안이 스리톱으로 뛰었다. 서 감독은 유주안이 염기훈과 데얀의 활동력을 커버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과감하게 수비 배후를 파고들어주길 바랐다.
수원의 계획은 통하지 않았다. 우선 서울이 평소보다 수비에 신경 쓴 4-4-2 포메이션으로 나서면서 공간이 사라졌다. 서울은 고요한, 에반드로, 안델손을 스리톱으로 뒀지만, 고요한이 왼쪽 측면 미드필더 영역에서 거의 뛰면서 에반드로와 안델손이 투톱처럼 움직였다. 미드필드는 김성준, 신진호, 정현철이 섰다. 신진호가 평소 보다 전진해서 에반드로와 안델손의 뒤를 지원했다. 안델손이 오른쪽 측면으로 벌리면서 비대칭 4-4-2 포메이션이 됐다.
서울은 수비시에 고요한과 신진호가 중앙으로 좁혀서 투톱과 4인 블록을 세우거나, 넓게 벌려서 두 줄 수비를 했다. 때때로 안델손이 한 칸 내려오고, 정현철이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5-4-1이 되기도 했다. 서울은 이전 경기보다 수비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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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압박도 강했다. 외국인 투톱이 힘있게 뛰고, 고요한과 신진호가 적절히 간격을 좁히면서 수원의 후방 빌드업을 무력화했다. 수원은 전반전에 거의 제대로 공을 전진시키지 못했다.
서울의 수비 계획은 좋았다. 전방 압박으로 스리백을 두는 수원의 중앙 빌드업을 봉쇄했고, 전방으로 공이 침투됐을 때는 데얀이 2선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철저히 차단했다. 키가 작은 황현수, 발이 느린 곽태휘를 두 센터백으로 배치했지만 박동진과 신광훈 등 좌우 풀백이 거의 전진하지 않았고, 김성준과 정현철이 시종일관 두 센터백 앞에서 수비를 지원했다. 데얀이 1선과 2선을 오르 내릴 때 서울 수비의 숫자가 늘 충분했다. 데얀은 전반전에 한 두 차례 슈팅 기회가 있었지만 골이 될만한 기회는 거의 얻지 못했다.
데얀이 철저히 묶였고, 염기훈도 크로스나 돌파를 할 공간이 없었다. 유주안은 전방이 아니라 서울이 역습 할 때 윙백의 수비를 지원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며 체력을 써야 했다. 수원 공격이 묶인 가운데 서울도 공격 숫자를 많이 두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는 루즈하게 진행됐다. 전반전을 보지 않아도 후반전 경기를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 교체 카드와 퇴장 발생, 실패한 용병술과 부족한 기술
후반 10분 수원이 유주안을 빼고 바그닝요를 투입했다. 바그닝요가 저돌적인 개인돌파로 차이를 만들었다. 서울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수비 밀도가 떨어져 조금 더 열린 경기가 됐다. 김종우를 타고 진행되는 수원의 2선 공격도 조금 살아났다. 후반 12분 김종우의 프리킥 크로스에 이은 데얀의 헤더, 바그닝요의 슈팅이 옆그물을 때린 장면은 좋았다.
서울도 후반전에 변화를 줬다. 레프트백 박동진을 심상민으로 교체했다. 경고를 안고 있기도 했고, 측면 공격의 속도를 높이고자 했다. 경기의 변수는 후반 24분 정현철이 프리킥 상황에서 핸드볼 파울로 득점한 것이 VAR로 취소되고, 후반 27분 수원 최성근이 정현철의 발목을 밟아 VAR로 퇴장 당한 것이다.
최성근이 빠지면서 수적 우위를 얻은 서울은 후반 31분 정현철을 빼고 박주영, 후반 38분 고요한을 빼고 이상호를 투입해 공격을 보강했다. 수원은 왼쪽 윙백 이기제를 빼고 구자룡을 투입해 수비를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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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공격적 교체는 별다른 차이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정현철이 빠지면서 중앙 지역의 안정감이 떨어져 수원의 역습에 휘둘렸다. 박주영과 이상호의 가세는 서울이 겪은 중원 불안정이 풀백의 전진을 저해하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안델손과 에반드로가 역습 공격 기회를 만들기도 했지만 패스도 슈팅도 부정확했다.
황 감독은 “한 명이 퇴장 당한 뒤 전술적 변화 준 게 독이 된 거 같다. 공격적으로 하기 위해 박주영을 투입하고 4-2-3-1로 변형을 줬는데 풀백의 공격 가담 안되면서 원활하지 않았고, 허점을 노출했다. 기존 스타일을 고수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라는 판단하고 있다”며 자신의 용병술에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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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적은 수원은 후반 36분 데얀을 빼고 임상협을 투입했으나 이 역시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별 효과를 주지 못했다. 수원은 공격 숫자가 부족했고, 체력도 충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기술과 팀 플레이의 밀도가 부족했다. 공격 할 때도 수비할 때도 패스 미스가 빈발해 흐름이 끊겼다. 슈퍼매치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경기력이었다.
데얀은 “양 팀 모두 이전 결과가 좋지 않아 압박감이 컸다. 전반전에 둘 다 골을 먹지 않으려고 경기한 것이 맞다. 두 팀 다 못 이겼으니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팬들이 많을 것”이라며 슈퍼매치의 부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데얀은 축구 경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지만, 슈퍼매치보다 수비매치에 가까웠던 이날 수원과 서울의 대결은 실망이라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기억에라도 남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이날 슈퍼매치에는 역대 최저인 13,122명의 관중이 모였다. 수원으로 간 데얀의 첫 슈퍼매치라는 스토리에도, 현장 직관을 하지 못한 이들이 아쉬워할 일은 거의 없었다. 5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리턴매치도 이와 같은 경기력이라면 슈퍼매치에 대한 기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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