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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구, 한준 기자] 신태용 감독의 플랜A는 여전히 4-4-2 포메이션이었다. 물론, 정보전을 강조하는 신 감독인만큼, 이 역시 연막일 수도 있다. 그래도 국내 첫 평가전인 온두라스전(28일 대구스타디움)은 신 감독이 여전히 4-4-2 포메이션이 그동안 발휘한 가능성을 한 번 더 점검한 기회였다.
한국은 손흥민과 황희찬의 투톱을 냈다. 이근호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3월 유럽 원정 A매치의 공격 조합도 손흥민과 황희찬이 우선이었다. 황희찬은 신태용호 1기에도 주력 공격수였다. 문제는 신 감독의 4-4-2 포메이션 플랜에서 중앙 지향 측면 미드필더로 기능한 이재성이 피로누적으로 휘고, 권창훈이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으로 이탈한 것이다. 실험은 이 자리에 진행됐다.
왼쪽 미드필더로 이승우, 오른쪽 미드필더로 이청용이 뛰었다. 중원 조합도 기성용이 허리통증으로 빠져 새로운 조합을 점검할 수 있었다. 2017년 동아시안컵 우승을 이끈 주세종, 정우영 조합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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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2 재가동: 재성-창훈 대신 승우-청용 그리고 선민
포메이션과 전술은 선수의 특성에 따라 운영법이 달라진다. 미드필더에 가까운 이재성과 달리 이승우는 포워드에 가깝고, 권창훈이 윙어에 가깝다면 이청용은 전성기의 스피드를 잃어 미드필더에 가깝다. 방향을 바꿔 이청용이 이재성, 이승우가 권창훈 같이 뛰었다고 볼 수 있다.
선수의 개성이 달라서 콤비네이션 플레이는 달랐다. 권창훈이 스루패스로 손흥민에게 도움을 줬다면, 이승우는 2대1 패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재성이 중앙 2선 지역으로 들어와 영향력을 발휘했다면 이청용은 그보다 측면에 머무르며 뒤로 내려가 후방 빌드업에 관여했다. 전진했을 때도 하프스페이스에 주로 머물렀다.
이승우는 성공적이었다. 패스를 받았을 때 골문으로 돌고, 민첩하게 탈압박하고, 동료를 활용해 2차 움직임을 가져가는 플레이가 매끄러웠다. 특히 손흥민과 합이 좋았고, 온두라스의 체력이 떨어진 후반전에는 오른쪽으로 이동한 뒤 중앙 영역에서 훨씬 더 자유를 갖고 플레이했다.
온두라스의 팀 컨디션 여부를 떠나 이승우는 손흥민과 공을 주고 받는 게 매끄러웠다. 훈련 시간을 더 가지면 손흥민의 득점력을 살릴 수 있는 조합이 될 수 있다. 후반 15분 손흥민의 골은 이승우가 어시스트했다. 손흥민의 슈팅 자체가 좋았지만 손흥민은 “좋아하는 위치에서 슈팅을 때릴 수 있는 기회를 승우가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일단 승우는 조금 더 발밑으로 받고 드리블하는 것을 좋아한다. 경기 전에 이야기를 많이 했다. 승우가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고 또 잘했던 것 같다. 선민이 형은 폭발적으로 경기했고 골까지 넣었다. 잘한 것 같다. 흥민이 형과 이야기도 많이 했고, 감독님도 그런 것을 좋아하신다. 흥민이 형이 기술이 좋고 슈팅이 좋다. 내가 공간을 열면서 흥민이 형이 득점을 했다. 이렇게 해서 월드컵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희생이 아니라 팀적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플레이라고 생각한다." (황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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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장 완장까지 차고 최전방에서 폭 넓게 움직인 손흥민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연상케 했다. 최전방에 섰지만 2선과 측면으로 많이 움직이며 프리롤을 수행했다. 황희찬이 골문에 가장 가까운 공격수였고, 이승우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좁혀 손흥민과 거리를 좁혔다. 홍철이 왼쪽에서 오버래핑해서 측면 영역을 채웠다.
풀백을 공격적으로 운영하는 신 감독에게 이상적인 합이 맞춰졌다. 전방 압박이 적극적인 황희찬, 슈팅 능력이 좋은 손흥민, 2대1 패스와 전진 드리블이 좋은 이승우, 크로스가 좋은 홍철은 온두라스전에 자신들이 가진 기술적 강점의 시너지 효과를 냈다.
후반 11분께 부상으로 교체 된 이청용은 전반전에 능숙한 볼 관리 능력을 선보였으나 활력은 부족했다. 오히려 후반전에 문선민이 교체 투입된 이후 공격이 더 활발했다. 하지만, 온두라스의 체력이 떨어진 점도 감안해야 한다. 더구나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 문선민은 이청용 보다 실수가 많았다.
하지만 역동성과 과감성 측면에서 문선민은 인상적이었다. 이승우가 손흥민의 골을 도왔다며느 후반 27분에는 황희찬이 사이드로 커트아웃하고 문선민이 중앙으로 커트인하면서 쐐기골이 나왔다. 이승우와 문선민은 신 감독이 원하는 속도감 있는 공격 축구에 필요한 자원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물론, 완성도와 본선 적응력에는 아직 물음표가 달려있다. 전술적 측면에서는 신 감독이 둘을 깜짝 발탁한 논거가 확실히 드러났다.
"청용이 형, 흥민이 형, 승우까지 유기적인 플레이를 원하셨다. 누가 공격수다, 윙이다 따로 정하지 않으셨다. 계속 스위칭 플레이를 요구하셨다. 네 선수가 모두 움직일 수 있었다. 자유롭게 움직이다보니 좋은 움직임들이 나온 것 같다." (황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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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용 없는 중원, 돋보인 주세종
기성용이 빠진 중원도 준수했다. 주세종과 정우영 모두 두 명으로 중앙 지역을 커버하기 위해 많이 뛰었다. 정우영의 위치가 앞이었지만 수비를 많이 했고, 주세종은 뒤에서나 앞으로 빠르게 전진 패수와 스루패스를 전개했다. 측면으로 돌지 않고 바로 중앙을 직격해 공격 속도를 높였다. 중원 자원 중 본선 엔트리 진입 가능성이 가장 낮은 선수로 꼽힌 주세종인 온두라스전에 수기로 집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위험한 패스, 키패스를 기록했다.
후반 27분 문선민의 쐐기골 상황도 주세종의 패스가 기점이었다. 전반 17분 이승우의 돌파에 이은 슈팅, 전반 29분 이승우 손흥민의 연계 플레이를 이끈 기점 패스, 전반 44분 골대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이승우의 슈팅을 유도한 패스도 주세종이 했다. 주세종은 신 감독이 중원에 수비 전문 선수보다 패스를 잘하는 선수를 선호하는 이유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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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수-민재 빠진 포백, 화력은 좋았지만 수비력 점검은 못 했다
김진수와 김민재가 부상을 당하며 폐기될 것으로 보인 포백은 온두라스전에 잘 작동했다. 홍철과 고요한이 공수 양면에 걸쳐 균형 잡힌 플레이를 했고, 김영권과 정승현은 안정적으로 빌드업했다. 하지만 이들은 온두라스가 롱볼 전개 외에 위협적인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하지 못했고, 특히 후반전에는 체력이 떨어져 경기를 장악 당해 수비력에 대한 합당한 테스트를 받지 못했다.
홍철과 고요한의 위치는 높았고, 두 센터백도 부담이 크지 않아 잘 하는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었다. 후반전에 들어온 김민우도 공격 기술을 뽐내는 데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었다. 온두라스전처럼 전방 압박이 잘되고, 수비 라인이 공격 전개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 조합으로도 충분히 포백과 4-4-2 포메이션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본선에서 만날 팀들을 상대로도 한국이 전 포지션에 걸쳐 이렇게 주도적이고 자신있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느냐는 미지수다.
결정적으로 이날 한국은 패스미스가 많았고, 연계 플레이도 허점이 많았다. 소집 후 훈련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온두라스의 체력이 정상적이던 초반 20분에는 공 관리가 허술하고, 상대 롱볼 공격에 쉽게 라인이 무너지기도 했다.
포메이션은 상대의 포메이션에 대한 대응성도 가져야 한다. 우리가 가진 자원의 한계로 인해 무조건 스리백만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 감독도 스웨덴과 경기에는 다른 포메이션을 고민할 수 있다고 했다. 보스니아와 경기에 스웨덴전에 가까운 전술을 실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온두라스전은 4-4-2 포메이션에 대한 희망을 높이기도 했지만, 상대 팀의 수준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날의 성과를 온전히 본선 플랜으로 연결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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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두라스전과 월드컵 본선 수준은 천지 차이다
온두라스전은 새로 뽑은 선수들의 대표 팀 적응력과 기량을 점검하고, 침체된 대표 팀 분위기를 살리는 효과에 그쳐야 한다. 신 감독도 그 점을 잘 안다. 신 감독은 “온두라스전에 잘했다고 보스니아전에 나가는 게 아니다. 월드컵에 갈 선수는 보스니아전까지 다 하고나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본 기성용은 “이 결과에 취해선 안된다”고 냉철한 한 마디를 남겼다.
온두라스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정식 감독을 선임하지 않았고, 주력 선수가 빠진 채 한국에 왔다. 카를로스 타보라 온두라스 감독 대행은 “우리 선수들의 신체 상태가 좋지 않았다. 먼 거리를 왔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팀인 만큼 집중력이 높았다. 한국이 좋은 경기를 했지만 우리도 이런 여건에서는 잘 대응했다. 한국도 어린 이승우가 잘했지만, 우리도 23세 이하 선수 세 명이 뛰었고, 잘 해줬다”고 했다.
온두라스전은 오랜만에 시원한 경기력으로 거둔 승리였지만, 이 성과는 반만 믿어야 한다. 월드컵은 전혀 다른 무대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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