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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 한준 기자] 멕시코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1차전에서 앞서 나갔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1-0으로 꺾으면서 대다수 전문가와 축구인이 예상한 ‘독일 2연승’ 시나리오를 파괴했다.
멕시코는 한국이 F조에서 보여줘야 할 전술과 자세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특히 멕시코는 한국과 스웨덴의 대결을 앞두고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 기자회견 현장에서 만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대표 팀에게 조언한 수비 방법론과 똑 같은 축구를 보여줬다.
독일과 멕시코는 나란히 4-2-3-1 포메이션을 썼다. 독일은 노이어가 골문을 지키고 플라텐하르트, 훔멜스, 보아텡, 킴미히가 포백을 구성했다. 크로스와 케디라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원톱 베르너 뒤에 드락슬러, 외질, 뮐러가 2선에 배치됐다.
구성과 운영 모두 공격적이었다. 포백의 라인은 높았고, 특히 좌우 풀백은 더 전진했다. 라이트백 킴미히를 타고 빌드업했다. 크로스와 케디라도 볼을 소유하고 운반하는 걸 즐긴다. 드락슬러는 측면에 서지만 외질과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고, 뮐러는 전방으로 올라가 베르너 옆에서 골 사냥을 하는 역할이었다.
멕시코는 오초아가 골문을 지키고 가야르도, 모레노, 아얄라, 살세도가 포백 라인을 구성했다. 과르다도와 에레레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원톱 치차리토 뒤에 로사노, 벨라, 라윤이 2선 공격수로 포진했다.
멕시코 선수들도 볼 소유를 즐긴다. 드리블 기술은 더 뛰어나다. 멕시코는 수비 라인에 아라우호와 레예스가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는데, 좌우 풀백 가야르도와 살세도가 거의 공격 가담을 하지 않으면서 배후에 네 명의 선수를 일자로 유지했다. 특히 살세도는 본래 센터백에 가까운 선수로 독일의 왼쪽 공격에 철저히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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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표가 말한 수비전술 핵심 “윙어가 수비해야 한다”…로사노-라윤의 헌신
멕시코의 2선 미드필더 중 오른쪽에 선 라윤은 오른쪽 윙백으로 뛰는 선수다. 킥 능력과 공격력이 좋지만 수비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구성됐을 때 후방 빌드업을 하던 에레라는 곁에 주장 과르다도가 배치되면서 공간 커버에 대한 부담, 빌드업에 대한 부담을 모두 덜었다.
네 명의 수비수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그리고 라윤까지 7명은 공 소유권이 없을 때 자기 진영 깊숙이 내려서 공간을 메웠다. 벨라는 커트인을 즐기는 가짜 윙어가 가장 익숙한 자리인데 공격형 미드필더로 섰다.
멕시코전에는 등번호 10번의 주인공 지오반니 도스산토스가 벤치로 밀렸는데, 공을 끄는 타입이고, 솔로 플레이를 할 때 빛나는 선수다. 독일을 상대하면서 공격 전개시 속도감과 간결함을 더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멕시코의 구조가 독일의 구조를 삼켰다. 투톱이 베르너를 묶었고, 뮐러의 커트인도 과르다오과 가야르도, 모레노의 삼각형에 먹히는 구조였다. 드락슬러도 마찬가지. 좌우 측면 수비의 운영은 조금 달랐는데, 살세도가 센터백과 근접해 안으로 좁히고, 에레라가 드락슬러와 외질의 자유로운 2선 움직임을 외질과 함께 커버했다. 에레라가 비운 공간으로 라윤이 내려와 틈을 주지 않았다.
왼쪽에서는 가야르도가 사이드 라인까지 넓게 벌리고, 과르다도가 독일의 2선 공격을 커버하자 왼쪽 공격수 로사노가 그 사이 공간으로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로사노는 역습의 첨병인데 오른쪽의 라윤과 마찬가지로 풀백 영역까지 적극적으로 내려와 뮐러를 막았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수비할 때 중요한 것은 좌우 윙어다. 윙어가 얼마나 수비를 해주느냐에서 갈린다”고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라인을 내린 팀들이 보인 선전은, 단지 후방 라인이 낮기에 안정성을 가진 게 아니다. 윙어가 상대 풀백을 견제하는 것뿐 아니라 윙어까지 붙어서 막아줄 정도로 낮게 내려와서 두 줄을 형성하는 게 핵심이다.
라윤은 본래 윙백을 보던 선수지만 로사노까지 수비 전환 시 위치 선정과 경합에 강한 의욕을 보인 것은 멕시코가 원팀으로 똘똘 뭉쳤다는 것을 보야줬다. 전방의 치차리토와 벨라도 서있지 않았다. 빌드업 기점을 적극적으로 압박하며 독일의 전진을 지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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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드 올리고 카운터…간결한 치차리토, 빠른 로사노의 조합
독일은 풀백에게 공을 보내서 멕시코의 간격을 넓히고 중앙 공간을 활용하려 했으나 멕시코가 평소 보이지 않았던 보수적인 측면 운영을 펼치면서 공간을 찾지 못했다. 멕시코는 공을 탈취하면 소유하지 않고 빠르게 좌우 풀백 뒤 공간으로 공을 찔러 넣어 역습했다. 특히 돌파력과 슈팅력이 좋은 로사노와 중앙에 배치된 벨라가 킴미히의 뒤를 자주 괴롭혔다.
역습시 멕시코 선수들은 혼자 빛나기 위해 욕심 부리지 않았다. 특히 단신임에도 원톱으로 나선 치차리토가 간결한 원투 패스, 연계 패스로 내주고 침투하는 플레이를 반복하며 독일 그물을 헐겁게 만들었다. 치차리토의 원터치 플레이는 크로스와 케디라, 훔멜스와 보아텡 등 그의 주변에 배치된 키 큰 선수들을 수비적으로 무력하게 만들었다.
덩치 큰 독일 선수들이 작고 민첩한 멕시코를 가두고 라인을 높인 채 방황하다가 빠른 역습에 뒤따라 내려오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멕시코가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결국 전반 35분 멕시코가 치차리토의 패스를 받은 로사노의 침착한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멕시코는 풀백의 공격 지원이 없는 상황에도 로사노의 돌파, 치차리토의 연계, 벨라의 운반 및 배급, 라윤의 킥을 통해 제한된 인원으로 효율적인 공격 패턴을 구사했다. 기본기와 기술력, 스피드를 겸비한 수준급 선수들이 하모니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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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백으로 공간 없애기…후반전 멕시코가 보여준 질식 수비의 구조
멕시코가 선제 골을 얻으면서 시간은 멕시코의 편이 됐다. 본래 라인을 내리고 역습하던 멕시코는 조급해지면서 뒤 공간을 더 비워두게 되는 독일을 편하게 요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후반전에는 체력이 떨어져 수비 집중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후반전 독일의 맹공에 멕시코 수비가 한 두 차례 균열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끝나 강한 집중력과 정신력으로 버텼다.
후반전에 구조 변화가 생겼다. 쫓아가야 하는 독일보다 멕시코가 먼저 움직였다. 후반 13분 2선 공격수로 뛴 벨라를 빼고 라이트백 알바레스를 투입했다. 살세도가 오른쪽 센터백으로 들어가 스리백을 형성, 최후방에 5명을 배치하는 5백으로 전환했다.
그러자 독일은 후반 15분 케디라를 빼고 로이스를 투입해 4-1-3-2 포메이션으로 공격 숫자를 늘렸다. 뮐러가 스트라이커 영역으로 올라가고 로이스가 2선 공격수로 가담했다. 하지만 이미 수비 숫자를 늘린 멕시코의 버티기를 동요시키지 못했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의 용병술이 계속 선제적이었다. 후반 21분 왼쪽 공격수 로사노를 빼고 스트라이커 히메네스를 투입했다. 공격시 히메네스가 올라가 타깃 역할을 하지만, 수비 시에는 그대로 왼쪽 측면 미드필더 영역을 점유하며 수비 그물을 유지했다. 187cm의 장신 공격수 히메네스는 독일 공격을 힘으로 막아낼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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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29분 멕시코는 지친 과르다도를 빼고 노련한 마르케스를 투입했다. 주장을 뺐지만 그 이상의 경험을 갖춘 마르케스가 스리백 앞에 배치되었다. 한 칸 앞에서 뛰었지만 사실상 네 명의 센터백이 뛰는 효과로 독일 공격을 질식시켰다.
독일은 후반 34분에 레프트백 플라텐하르트를 빼고 고메스를 투입해 공격 숫자를 한 명 더 늘렸다. 전성기가 지난 고메스는 무력했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후반 41분 베르너를 빼고 브란트를 투입했고, 그제야 호쾌한 발리슛이 나왔다. 멕시코는 경기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불안감에 지배당한 독일의 공격을 모조리 차단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투톱을 상대로는 스리백으로 경기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그렇다. 둘의 합이 맞는 팀 간 대결에서, 월드컵은 수비를 먼저 하는 쪽이 이긴다”고 했다. 이영표 위원은 꾸준히 한국이 스웨덴전에 스리백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격적 스리백이 아니라 수비 숫자를 늘려서 공간을 없애는 파이브백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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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의 멕시코가 딱 그렇게 경기했다. 문제는 이렇게 유기적으로 활용하려면 선수들의 전술 이해력이 뛰어나야 하고, 긴 시간 시도하며 적응력을 키워놔야 한다는 것이다. 오소리오 감독은 예선 기간 6개의 포메이션을 구사할 정도로 다채로운 전술 능력을 갖췄고, 멕시코 선수들은 모두 스리백과 포백에 어려서부터 익숙하다. 이론적으로는 쉬워 보여도 실전에 적용하긴 어렵다.
멕시코는 6회 연속 16강에 오른 축구강국이다. 저변도 전통도 깊다. 미드필더가 센터백 아래로 내려가 스리백을 형성하는 라볼피아나가 멕시코를 기반으로 퍼져나갔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이 첫 승 제물로 지목한 멕시코는 그 뒤 20년 동안 신체적으로 강해졌고, 유럽 진출 선수가 늘어 경험치도 높아졌다. F조를 1위로 돌파할 가능성도 생겼다.
축구 전반의 기량이 독일을 따라잡은 건 아니지만 전략적으로 결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이 있다. 이영표 위원이 한국이 보여줬으면 하는 축구를 완벽하게 보여주며 독일을 잡았다. 한국인 F조 상대국 모두에게 독일전 멕시코와 같은 수비 구조와 체력, 정신력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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