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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 한준 기자] 스웨덴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1차전 선발 명단이 발표되자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음 미디어센터의 한국 취재진이 술렁였다.
현장 취재 중인 어떤 매체도 스웨덴전 선발 11인을 정확히 맞추지 못했다. 조현우가 넘버원 골키퍼로 선택됐다. 박주호, 김영권, 장현수, 이용의 포백은 예상대로 였으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은 구자철, 기성용, 이재성이었다. 손흥민, 김신욱, 황희찬이 스리톱으로 포진하며 투톱을 폐기했다.
본선 전 네 번의 평가전과 훈련 과정은 실마리를 담겼지만, 신태용 감독이 쓴 트릭이라는 표현이 모든 것을 아리송하게 했다. 취재진은 물론 스웨덴의 경기 준비에도 혼란을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 새로운 포메이션, 새로운 패턴으로 나선 한국
김신욱은 스웨덴의 세트피스 공격으로 이른 시간 실점을 우려한 선택. 구자철은 경험을 중시했고, 조현우도 공중볼 처리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선발 명단만 새로운 게 아니었다. 신태용 감독은 김신욱을 활용하기 위해 지금까지 치른 평가전에서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패턴을 선보였다. 김신욱을 향한 롱볼을, 중앙 지역이 아니라 사이드라인에 바짝 붙여 전개한 뒤 세컨드볼을 손흥민, 황희찬 등 빠른 공격수들이 활용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김영권이 오른쪽 측면으로 벌린 김신욱에게 길게 롱킥을 전개했고, 전반 4분에는 김신욱이 왼쪽 사이드 라인으로 이동해 롱볼을 떨구며 침투 공격을 시도했다.
한국의 새로운 공격 패턴에 스웨덴은 당황한 기색이었다. 전반 5분 황희찬의 질주가 코너킥을 얻었고, 전반 6분 이재성이 올린 코너킥이 김신욱의 날카로운 헤더 슈팅으로 이어졌으나 빗나갔다.
김신욱을 측면으로 이동시켜 전개한 롱킥은 스웨덴의 수비 대형도 한쪽으로 쏠리게 만들었다. 더불어 한국의 전반 롱킥 공격은 수비 라인을 뒤로 물리며 생긴 선택이었다. 한국은 포백의 라인을 뒤에 뒀고, 세 명의 미드필더는 스웨덴이 공을 소유했을 때 빠르게 공간을 채우는 움직임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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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스웨덴이 빌드업하면 구자철이나 이재성이 김신욱 옆으로 올라가 투톱으로 패스 코스를 제어하고, 손흥민과 황희찬이 사이드로 벌려 4-4-2 수비 대형을 갖췄다. 하프라인을 통과하면 기성용이 포백 앞으로 내려가고 김신욱을 홀로 남긴 채 구자철과 이재성이 투 볼란치를 이뤄 4-1-4-1 대형이 됐다. 그 아래로 통과하면 기성용이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 5-4-1이 됐다.
한국은 이 수비 대형 유지에 몰두하며 역습 기회를 노렸다. 초반 15분 동안은 한국이 잘 잠갔다. 역습도 묵직했다. 이재성은 유연하게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스리톱을 잘 지원했다. 문제는 결정력이었다. 한국은 슈팅을 너무 아꼈다. 결과적으로 90분 간 단 하나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스웨덴이 워낙 슈팅 코스를 잘 막았기 때문이지만, 빠른 타이밍의 중거리슈팅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 15분동안 통한 깜짝 전략, 부상 악재와 본질적 불안
초반에 헤매는 듯한 스웨덴은, 15분이 지난 시점에 김신욱을 통해 고공 공격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문전을 직격하는 침투 패스와 크로스로 한국 수비를 흔들기 시작했다. 전반 18분 마르쿠스 베리의 발 뒤꿈치 패스를 한국 수비가 빠트리며 발생된 유효 공격이 스웨덴에 자신감을, 한국에 불안감을 줬다.
스웨덴은 무리하게 풀백을 전진시키지 않으면서 특유의 롱킥과 크로스로 좌우 측면 미드필더, 투톱 만으로 효율적인 공격을 했다. 특히 올라 토이보넨은 2선과 측면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한국 수비 블록을 헐겁게 만들었다. 토이보넨의 돌파와 패스가 한국 수비에 여라 차례 위기 상황을 야기했다. 베리는 무뎠고, 포르스베리는 잘 제어했지만 토이보넨의 플레이는 통제하지 못했다.
스웨덴의 주장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는"10분이 지나고 주저하고 있는 걸 느꼈다. 중원에 있는 선수들의 공간을 잘 활용하려고 했다. 베리와 2대1 패스 플레이가 있었다. 공격을 하나로 해나가려고 했다"며 물러선 한국이 스스로 흔들리며 기회가 왔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은 빅토르 린델뢰프가 질병으로 갑작스레 명단에서 빠진 것 외에 큰 변칙 없이 선발 선수를 냈다. 페루와 최종 평가전에 린델뢰프가 폰투스 얀손으로 바뀐 것이 유일한 변화였다.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 클라에손 대신 두르마즈가 뛸 수 있다는 예상도 벗어났다. 한국의 역습에 대비한 차원인지 특별히 공격에 더 무게를 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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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델뢰프가 빠졌지만, 수비력이 더 좋다는 얀손은 실제로 한국의 역습을 터프하게 끊었고, 빌드업에도 능숙했다. 야네 안데르손 감독도 “초반 10분에 우리 진영에 공이 더 있었다. 인내심이 필요했다. 얀손이 경기를 잘 풀어줬다”고 했다. 한국이 라인을 내리고 경기하면서 스웨덴이 위험을 감수하고 전진해야 되는 상황이 왔는데 스웨덴의 측면을 타고 전개되는 빌드업은 전반 27분 박주호가 부상으로 빠진 이후 원활하게 전개됐다.
스웨덴이 한국의 전략을 파악하고 잘 대응한 것도 좋았지만 박주호의 갑작스런 부상 이탈이 한국의 리듬과 안정성을 깨트린 것도 사실이다. 역습 전개 상황의 템포가 늦어지고, 볼 소유력에 문제가 생긴게 가장 큰 문제였다. 한국은 라인을 내리면서도 공을 오래 쥐고 스웨덴의 배후를 공략하고자 했다. 박주호가 빠진 이후 한국은 공격적으로 의미있는 장면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주장 기성용은 “스웨덴은 우리가 준비한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고 했다. 처음 월드컵을 치르는 선수들의 부담감이 작용한 점을 아쉬워했다. 장현수는 평가전에서 보인 패스 미스와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종종 집중력을 잃는 문제를 반복했다. 한국의 포백이 구조적으로 갖는 문제가 끝내 발목을 잡았다.
기성용은 오히려 수비 이후 공격 전개 과정의 정밀함이 떨어졌던 것을 아쉬워했다. 초반 기세를 올릴 때, 후반 초반 찬스가 왔을 때 살렸다면 경기는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측면을 파고 중앙으로 밀어주는 패스 패턴은 완전히 읽혔다. 과감한 슈팅도 변칙 플레이도 없었다.
기성용은 스웨덴전의 문제를 수비보다 공격이라고 했다. 좌우 측면으로 벌린 손흥민, 황희찬은 공격시 외로웠다. 김신욱은 연결 고리가 되지 못했고, 구자철도 추진력이 없었다. 공격의 유기성이 부족했다. 신 감독이 추구하는 돌려치기를 위한 공격의 밀도가 유지되지 못했다.
기성용은 결정력 문제도 짚었다. "찬스가 왔을 때 골 넣지 못하면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게 당연. 우리가 찬스가 왔을 때 좀 더 상대를 놀라게 해야 했다. 그게 아쉬웠다." 결정력 문제를 따지자면 후반 추가 시간 김영권의 크로스, 이재성의 헤더 패스에 이은 황희찬의 마무리 헤더는 살려야 했던 기회다. 최소한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다.
◆ 영리하지 못한 한국, 박주호 부상-선제 실점에 대응이 아쉬웠던 ‘신태용호’
신태용 감독은 전반전에 김신욱을 통해 수비를 하다 롱볼로 역습하고, 후반전에는 교체를 진행해 속도감 있는 공격을 펼칠 계획이었다고 했다.
전반전은 한국의 계획대로 0-0으로 끝났다. 후반 7분 손흥민의 전환 패스, 김민우의 크로스에 이은 구자철의 헤더가 옆그물을 때렸다. 이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됐다면 경기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장면 외에 김민우와 구자철은 공격 전개 과정에 파괴력이 부족했다.
한국 수비는 노련하지도 못했다. 전반 13분 만에 김신욱이 경고를 받았고, 후반 10분에는 황희찬이 경고를 받으며 위축됐다. 심판의 판정도 일관성이 없었다. 스웨데니 억울한 상황은 VAR이 잡아줬으나, VAR 진행은 한국이 경기를 진행하던 와중에 이뤄졌다. 한국이 억울한 상황은 그냥 넘어갔다.
그런 와중에 한국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스웨덴이 점차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은 최소한 후반 15분 안에 선제골을 얻어야 잔여 시간을 정신적, 신체적 피로 속에 버티고 지킬 수 있다.
포르스베리는 “우리는 후반전에 한국 보다 좋은 경기를 했다. 많은 기회를 만들었다. 한국은 수비는 잘했지만 별로 기회를 만들지 못해 압박감을 받았다”고 했다. 시간이 한국의 편이 될 수도 있었지만 후반 17분 김민우가 문전에서 클라에손의 공을 따내려다 발을 걸어 넘어트리면서 페널티킥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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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은 몇 차례 공중볼을 빠트리고, 문전에서 위험한 패스를 내주기도 했지만 몸을 던지며 투혼으로 막았다. 선수들이 사력을 다해 싸웠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투혼이 성공하기 위해선 영리해야 한다. 페널티킥은 영리하지 못한 투혼의 결과물이었다. 키커로 나선 주장 그랑크비스트가 깔끔하게 성공시키면서 한국은 경기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전반 28분 만에 박주호의 부상으로 교체 카드 한장을 잃은 신태용 감독은 실점 이후에야 교체 카드를 꺼냈다. 사실 정우영 교체 투입을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었는데 경기가 중단되지 않아 투입하지 못하고 있던 참이다. 그 사이 실점까지 하는 불운이 찾아왔다.
김신욱을 빼고 정우영을 투입해 중원 수비를 보강하며 황희찬, 손흥민을 투톱으로 두고 속공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이 계획은 스웨덴이 1골을 기록하며 내려설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효과가 없어졌다. 0-1로 리드를 당하는 상황에 공격 숫자를 줄인 선택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심지어 정우영은 투입 2분 만에 공을 빠트리며 토이보넨의 돌파를 허용해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스웨덴은 1-0 리드 이후 후반 26분 에크달을 빼고 힐예마크, 후반 32분 토이보넨을 빼고 텔린, 후반 36분 라르손을 빼고 스벤손을 투입해 전술 변화 없이 체력을 보강해 굳히기에 들어갔다. 신태용 감독은 키고 크고 건장한 스웨덴 선수들이 내려서니 공간이 없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신 감독은 후반 28분에 이승우를 구자철 대신 투입하며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이승우, 황희찬, 손흥민, 이재성 등 네 명을 전방에 올려 4-2-4 형태로 공세를 펴려 했다. 이미 내려선 스웨덴을 상대로 세 명의 빠른 공격수는 자신들의 장점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벽을 향해 공을 차고 달려드는 것처럼 무력한 공세가 이어진 끝에 경기는 한국의 0-1 패배로 끝났다.
한국은 5백으로 아예 잠그기 보다 4백으로 적당한 균형을 유지한 채 역습했다. 라인을 내린 포백은 역습 상황에서 상대의 공간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고, 몇 안되는 기회도 부족한 결정력으로 허비했다. 기성용도 수비 보다 공격이 문제였다고 했다. 초반에 기세를 올렸을 때 결정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오기 어렵다.
완전한 수비도 아니었고, 화끈한 맞불도 아니었다. 중용을 찾으려나 이도 저도 아닌 축구를 했다. 교체 카드도 효과적으로, 선제적으로 쓰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은 페널티킥 판정에 대해 인정한다고 했다. 스웨덴의 포르스베리는 “우리는 많은 기회를 만들었고, 한국에게는 많은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자랑스럽다”며 이길 자격이 있었다고 했다.
VAR을 통해 나온 페널티킥으로 내준 통한의 패배지만, 한국은 이날 스웨덴을 이길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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