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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나 야구, 농구 같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격렬하지 않은 골프에서 나온 우즈의 재기가 왜 위대할까.
우즈는 몸을 혹사했다. 젊은 시절 그는 부상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풋볼이나 농구처럼 경기 중 다치는 것을 스포츠 선수의 훈장 정도로 생각했다. 또한 그는 부상을 진짜 부상과 아픈 것으로 구분했다. 진짜 부상이라면 몸을 아예 움직이지 못하지만, 통증 정도라면 우즈는 어떤 것이든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없던 강력한 스윙을 한 우즈는 10대 후반부터 무릎이 아팠다. 2008년엔 무모하게도 십자인대가 없는 상태에서 US오픈에 출전해 91홀을 도는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무릎 인대가 없는 것은 우즈의 기준엔 부상이 아니라 그냥 아픈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후 10년간 메이저 대회 우승을 못했다.
또 조급했다. 그는 수술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다 나았다”면서 코스에 복귀했지만 충분히 나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곧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부상-수술-조기 복귀-부상-수술의 패턴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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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보다 더 심각한 부분은 허리였다. 그는 허리 수술을 4차례 했다. 2014년부터 거의 경기를 하지 못했다. 2015년 말 허리 부상이 악화된 우즈는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술을 계속 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초 우즈는 침대에서 나오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골프와 관계된 것은 아무것도 못한다. 앞으로 골프를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아팠다. 2009년 섹스 스캔들로 온 세상에 망신을 당했다. 그린 주위에서 뒤땅을 치는 칩샷 입스도 겪었다. 골프선수들은 입스를 ‘죽음의 사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극복하기가 어렵다.
또한 그의 컴퓨터가 해킹돼 우즈의 나체가 인터넷을 떠돌았다. 지난해 5월에는 음주운전으로 기소됐다.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눈이 풀린 머그샷(경찰에 체포돼 찍는 사진)이 공개됐다. 조사 결과 5가지의 약물을 과다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스트레스 때문에 심각한 불면증을 앓아 수면제를 오랫동안 복용했다. 또 통증 때문에 바이코딘 등 강력한 진통제들을 달고 살았다.
지난해 허리 디스크 퓨전 수술 이후 올해 투어에 복귀했지만 우승 근처까지 갔다가 실패하는 일이 잦았다. 우승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다 이겨내고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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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는 만 42세다. 굳이 전쟁터 같은 투어에 돌아오지 않아도 됐다. 골프 선수도 40세가 넘으면 관절 통증으로 경기하기가 어렵고, 시력과 집중력도 떨어진다. 우즈는 돈이 많고, 이혼한 뒤 두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바쁘다. 골프코스 디자인과 레스토랑 사업 등 할 일도 많았다. 그러나 반드시 오지 않아도 될 골프에 복귀했다.
우즈는 “스포츠 역사에서 벤 호건의 재기 스토리가 가장 위대하다”고 했다. 골프선수인 호건은 1949년 자동차 사고를 당해 “다시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나 이를 딛고 일어나 한 해에 메이저 3승을 거뒀다.
우즈는 이에 못지않다. 호건은 육체적인 어려움에서 일어섰지만 우즈는 몸과 마음의 질곡을 다 극복했다. 그는 TV쇼에 골프 신동으로 출연한 2세 때부터 40년간 현미경처럼 자신을 비춘 미디어 관심의 스트레스를 이겨냈다. 또 댓글 분노가 쏟아지는 인터넷 시대에서 버텨냈다.
우즈는 몸이 아파 누워 있는 동안 많은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때론 절망에 빠졌으며 그 과정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이 다른 사람을 위한 인생을 살지 않았나 반성했다. 다시 골프를 하게 되면 절대로 아버지나 엄마나 에이전트나 나이키 같은 스폰서나 자선 재단이나 팬을 위해서 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골프를 하겠다고 했다.
우즈는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살아왔다. 동료들은 그를 냉혈한이라 불렀다. 그런 그가 마음의 평안을 찾은 것도 기적이다. 우즈는 1876일만에 우승을 한 이날도 과거 우승할 때와는 달리 자주 웃었다. 동반자인 로리 매킬로이와 즐겁게 얘기하고 경기 후 다른 선수들과도 마음의 포옹을 했다.
우즈의 마지막 우승이 될뻔했던 2013년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REUTERS=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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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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