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을 향해 외국인 선수 파다르 ‘몰빵 배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그럴까.
현대캐피탈은 30일 오전 현재 승점 23으로 리그 2위에 올라있다. 선두 대한항공(승점 28)과 함께 9승3패 동률을 이루고 있지만, 풀세트 경기가 많았던 탓에 승점에서는 밀렸다. 풀세트 접전을 치르면서 경기 막판 핀치 상황에서 외국인 공격수 파다르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일각에서는 몰빵 배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단 외국인 선수 공격 점유율을 살펴보자. 파다르는 30일 오전 현재 시즌 공격 점유율 39.3%를 기록하고 있다. 남자부 7개 구단 가운데 외국인선수의 교체를 단행한 KB손해보험과 한전전력을 제외하고 2번째로 적은 점유율이다. 아가메즈(우리카드)의 경우 시즌 공격 점유율 51.0%, 요스바니(OK저축은행)는 43.8%, 타이스(삼성화재)는 40.6%를 기록하고 있다. 가스파리니(대한항공)만 35.3%로, 파다르보다 4.0% 적다. 파다르는 지난 27일 풀세트 접전을 치른 한국전력전에서도 39.0%를 기록했다. V리그 자체가 외국인 선수 쏠림 현장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파다르의 공격 점유율은 상대 비교 적은 편에 속한다.
차후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현재 객관적인 지표로 현대캐피탈을 몰빵 배구라고 규정하기엔 이르다. 이는 최태웅 감독 부임 이후 현대캐피탈의 외국인 선수의 점유율이 극도로 낮았기 때문에 파다르의 점유율이 두드러져 보이는 현상으로 봐야한다. 지난 시즌 안드레아스는 25.1%, 앞서 톤은 16.5%를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의 공격 비중이 적었지만, 국내 선수 공격 옵션을 적극 활용하며 스피드 배구가 도드라졌다. 현대캐피탈이 최근 영입한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으며 스피드배구의 문을 열었던 오레올 역시 시즌 점유율 34.6%였다. 파다르와 4.7% 차이다. 이 차이가 스피드와 몰빵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순 없다.
최태웅 감독이 최근 현대캐피탈로 향하는 몰빵배구에 대한 지적에 전술의 변화를 주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외국인선수의 39% 점유율로 스피드 배구가 무너졌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여전히 같은 색깔의 배구를 하고 있지만, 과도기로 보고 있다. 시즌을 치르면서 호흡을 맞추다보면 다시 스피드배구의 장점을 되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세트 이승원의 성장이 필수이다. 능력적인 측면이 아니다. 최태웅 감독은 시즌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이승원에 대한 믿음이 크다. 냉정하게 톱클래스 레벨의 세터로 성장하기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앞서 현대캐피탈을 이끌었던 노재욱의 단계까지는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자신이 세터 출신이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팀 훈련에서도 최태웅 감독이 세터진만 따로 분류해 직접 지도하고 있다. 실제 훈련에서는 이승원이 잘 따라오고 있다.
최태웅 감독이 고민하는 것은 이승원의 정신적인 측면이다. 이승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동료의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에 잘 하고자 하는 싶은 마음이 크다. 이 부담감이 경기 중에 플레이로 드러난다. 훈련에서 보여준 모습은 사라지고 과거 습관이 나온다. 보통 상황에서는 몰빵 배구를 의식해 억지스럽게 볼을 배분하고, 핀치 상황에 몰리면 파다르를 향한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세터에게 가장 필요한 ‘냉철한 판단력과 경기 운용’이 아직 부족하다.
최태웅 감독이 지난 27일 한국전력전 작전타임시 이승원을 향해 “너무 잘하려고 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도 놓치면 안 된다. 정확하게 보고 플레이해라”, “계속 2인자로 남을 거야”라고 일침을 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계단을 올라갈 수 없다.
최태웅 감독은 이승원이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믿으며 시간을 주고 기다리고 있다. 최태웅 감독은 "이승원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 이유도 같은 까닭이다. 이 기다림의 시간에 따른 부작용이 파다르의 공격 점유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프로에서는 승리가 우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현대캐피탈이 더 나은 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계산을 했다. 단 언제까지 이승원을 기다려줄 순 없다. 이승원 역시 정신적으로 팀의 모토인 ‘즐기는 배구’를 위해 냉철한 판단과 강인한 정신력을 가꿔야 한다.
최태웅 감독과 이승원이 몰빵 배구에 대한 시선을 극복하고 다시금 스피드배구를 만들어갈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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