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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송지훈의 축구.공.감] ‘손 없는 날’에도 ‘손 없는 티’ 안 나게…묘수 찾는 벤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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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앞둔 축구대표팀의 과제

0-0 비긴 사우디전서 유효슈팅 ‘0’

‘손흥민 공백’ 메울 해법 찾기 실패

개막까지 일주일, 대비책 마련해야

중앙일보

새해 첫 국가대표 평가전인 사우디전을 0-0 무승부로 마친 뒤 아쉬워하는 한국 선수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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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날’은 길일(吉日)을 뜻한다. ‘손(損)’이란 사람에게 해코지하는 악귀를 일컫는데, 흔히들 이사·혼례·개업 날짜 등을 정할 때 ‘손 없는 날’을 꼼꼼히 따진다.

‘손 없는 날’이 한국 축구에선 정반대 뜻이다. 한국 축구에서 ‘손’은 손흥민(26·토트넘)이다, 대표팀 에이스인 그의 출전 여부에 따라 한국 축구대표팀 경기력은 큰 편차를 보인다. 지난달 유럽 무대 100호 골 고지에 오르며 명실상부 ‘월드 클래스’로 발돋움한 손흥민의 존재감은, 소속팀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새해 벽두에 치른 한국 축구대표팀의 첫 평가전도 그랬다. 1일 새벽(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바니야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한국은 후반에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유효슈팅이 ‘0’일 만큼 효율이 떨어졌다. 더구나 후반 35분 기성용(30·뉴캐슬)이 페널티킥 실축까지 하면서 0-0 무승부로 끝났다.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축구 대표팀 감독은 부임 후 무패행진을 7경기(3승4무)로 늘렸지만, 박수는 받지 못했다.

사우디전은 ‘손 없는 날’ 열렸다. 손흥민은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의 합의에 따라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 중국전(16일) 직전인 15일 대표팀에 합류한다. 컨디션에 따라 조별리그에선 뛰지 못하고 16강 토너먼트부터 나설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전에서 한국 선수들의 몸놀림은 무거웠다. 특히 전반에는 움직임과 조직력도 다소 엉성했다. 그런데 이는 당연한 결과다. 벤투호는 6일 개막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1960년 이후 59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린다. 월드컵에서 보면, 우승에 도전하는 최강팀은 16강전 또는 8강전부터 컨디션이 최고조에 올라오게 체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회 개막까지 일주일 남은 지금은 선수들 체력이 바닥을 칠 시점이다.

이날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또 다른 변수가 있었다. 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사우디전을 위해 경기장으로 향하던 선수단 버스 기사가 길을 헤맸다고 한다. 킥오프 50분 전 라커룸에 도착해 선수들은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경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처음 가동된 스리백 시스템도 일정 부분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해도 ‘손 없는 날’의 공격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건 비판할 부분이다. 손흥민이 뛸 수 없는 조별리그뿐 아니라, 16강전 이상에서도 부상·퇴장 등 돌발변수로 인해 ‘손 없는 날’을 맞을 수도 있다. 사우디전에서 ‘손흥민 역할을 대신할 선수’나 ‘새로운 득점 루트’를 찾는다는 게 벤투 감독 구상이었지만 실패했다. 특히 후반에 경기 분위기를 장악하고 여러 차례 상대 위험지역에서 기회를 얻었지만 ‘마무리’에 실패했다. 아시안컵에서 만날 상대는 한국전에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구사할 것이 확실하다. 집중력 없이 우승은 그저 바람일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평가전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했고 대비책을 마련할 시간이 아직 있다는 점이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손흥민이 빠졌어도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며 “(사우디전에서) 골은 없었지만, 우리 정체성을 잘 지켜냈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7일 필리핀전)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남짓. 이 기간에벤투 감독이 ‘손 없는 날’의 딜레마를 풀어낼 묘수를 찾아내길 기대한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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