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새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유연석, 채수빈, 박상우 감독, 장규리, 허남준. 연합뉴스 |
배우 유연석과 채수빈이 주연인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제작진이 수어 희화화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2일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홈페이지 시청자의견 게시판에 따르면, 제작진은 지난달 29일 "일부 수어 장면으로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제작진은 "드라마가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루어 농인들과 한국 수어를 희화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드라마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중요한 테마로 삼아 기획한 작품으로, 농인들의 소중한 소통 도구인 수어를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농인들과 한국 수어가 겪어온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반영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며 "앞으로 작품을 완성하면서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어는 드라마에서 두 주인공이 오랫동안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소재"라며 "사람과 사람을 잇는 중요한 소통 도구인 수어의 가치를 오롯이 전달하는 작품으로 남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2일 방영된 드라마 1회에서는 수어 통역사 홍희주(채수빈 분)가 산사태 뉴스를 전달하던 중 송출 오류로 '산' 수어가 반복 송출됐다. 극 중 앵커 나유리(장규리 분)는 이를 보고 "이거 산이죠? 뫼 산? 잘했어요. 엿 제대로 먹여줬네요. 아니, 뫼 산"이라며 양손의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린 채 웃어 보였다. '뫼 산'(山)을 뜻하는 수어가 손가락 욕과 비슷하다며 수어 통역사에게 농담을 던진 것이다.
이 장면을 두고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 수어를 조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시청자는 드라마 시청자의견 게시판에 "비장애인이 청각장애인의 소통 수단인 수어를 이런 식으로 모욕하고 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수어동아리 '손끝사이'는 논평을 통해 "'산' 수어는 손가락 욕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청인에 의해 농담거리로 소비돼 오며 농인에게는 트라우마와 같은 수어 단어"라며 "이를 농담거리로 소비한 것은 농인들의 고유한 언어인 수어를 철저히 무시한 무례를 넘은 차별과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작진을 향해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루고 조롱한 점에 대해 책임지고 농인에게 사과하라"며 "업계 관계자들도 농인과 수어, 그리고 장애를 단순히 청인과 비장애인의 오락거리로 삼는 것을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은 협박 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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