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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백지영 "25년 노래해보니 거짓말은 무조건 들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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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가수 백지영은 1999년 데뷔하고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사진 트라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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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백지영(48)에겐 '발라드 장인', 'OST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1999년 ‘선택’으로 데뷔한 이후 ‘부담’, ‘대쉬’, ‘사랑 안해’, ‘총 맞은 것처럼’, ‘내 귀에 캔디’, ‘잊지말아요’ 등의 히트곡을 내며, 댄스와 발라드 장르를 모두 섭렵했다.

애절한 목소리로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명 보컬리스트지만, 본인은 좀처럼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달 25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지영은 “노래 잘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송구스럽다. 내가 꼽는 보컬리스트 순위 50명 안에 제 이름이 없을 정도로 저보다 잘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만족을 모르는 그런 자세가 백지영을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어느덧 데뷔 25주년을 맞아 5년 만의 미니앨범 ‘오디너리 그레이스’를 2일 발표한다. 음반엔 타이틀곡 ‘그래 맞아’를 비롯해 ‘플라이’, ‘단잠’, ‘숨은 빛’까지 총 4곡이 담겼다. 평범한 삶 속에서 느낀 소중한 감정들을 주제로 한 노래들이다. 1세대 아이돌 H.O.T. 강타, Mnet ‘보이스 코리아’을 통해 사제의 연을 맺은 유성은이 곡 작업에 참여했다. 남편인 배우 정석원을 통해 인연이 닿은 이응복 감독('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연출)은 ‘그래 맞아’ 노래 제목을 지어주고, 뮤직비디오도 연출했다.

백지영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노래를 정하고 보니 강타, 유성은이 쓴 곡이었고 마침 이응복 감독이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싶다는 제안을 줬다. 일이 잘 맞아 떨어져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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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백지영은 2일 새 미니앨범 '오디너리 그레이스'를 발매한다. 강타, 유성은이 곡 작업에 참여했고 타이틀곡 '그래 맞아' 뮤직비디오는 이응복 감독이 연출했다. 사진 트라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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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25주년을 맞은 소감은.

A : “기념보다는 앨범 다운 앨범을 5년 만에 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안정적인 시기다. 요동쳤던 인생 그래프가 완만해지는 느낌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더 평온해졌다.”

Q : 강타와의 작업은 어땠나.

A : “‘그래 맞아’를 처음 듣고 안칠현 이사(강타) 노래라고 해서 놀랐고 반가웠다. ‘아름다웠고 만족했고 사랑했고 좋았지만, 이윽고 마지막이야’라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흐름이 멜로디와 잘 맞았다. 녹음하면서 눈물도 흘렸다. 이 노래가 타이틀곡이 됐다는 말에 안 이사가 정말 기뻐했다.”

Q : 제자 유성은의 노래를 부른 배경도 궁금하다.

A : “성은이가 ‘플라이’와 ‘숨은 빛’ 두 곡에 참여했다. 요동치고 싶지 않은 지금의 내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가사를 써줬다.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냐고 물어보니, ‘지금의 코치님을 생각해보면 이런 글이 나와요’라고 말해줘서 감동했다.”

Q : 좋은 노래를 고르는 방법이 있나.

A : “사랑하는 사람처럼 곡을 만나는 느낌이 매번 든다. 운명 같다. 대표곡 ‘사랑 안해’도 그렇고, 이번 앨범의 노래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골랐다기보다는 노래들이 나를 찾아와 줬다는 느낌이다. 좋은 노래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25년 활동하며 느낀 건데 거짓말은 무조건 들킨다. 노래할 때도 마찬가지다. 듣는 사람이 거짓 감정처럼 느끼지 않도록 노력한다. 노래 속 화자의 감정에 몰입해 불러야 진심이 전해진다.”

Q :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이응복 감독과는 어떻게 만났나.

A : “남편 정석원이 넷플릭스 ‘스위트홈’을 통해 이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그가 먼저 내 뮤직비디오를 연출해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흔쾌히 주연으로 나서준 나나에게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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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백지영은 "노래를 잘한다는 칭찬은 송구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 트라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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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평소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나.

A : “나나 외에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의 연락을 종종 받는다. ‘어떻게 이겨내셨냐’고 항상 묻는데, 비결이랄 게 없다. 견뎌야 할 시간을 줄이려면 처한 상황을 빨리 인정하고 스스로를 불쌍히 여겨야 한다. 그게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Q : 신인 때가 그리워지기도 하나.

A : “전혀. 그때의 나는 불만이 많았다. 얼굴에도 그게 보인다. 1999년의 여가수는 사람들이 입혀준 이미지에 따라 움직여야만 했다. 그래서 편하지 않았다. 돌아가고 싶은 때는 ‘내 귀의 캔디’(2009) 때다. 다이어트를 안 해도 몸매가 날씬했고 제일 예뻤다.”

Q : 댄스곡을 낼 계획은.

A : “딸 하임이가 K팝 아이돌 노래를 좋아하는데, 엄마도 이런 노래를 해보라고 하더라. 그 말에 자극 받기도 했고, 내 몸이 조금이라도 가벼울 때 댄스를 한 번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대충 하고 싶진 않다. 피처링해 줄 남자 후배를 찾고 있다.”

Q : 김범수 등 25주년을 맞은 동기들이 많더라.

A : “20주년을 맞은 이승기의 전화를 시작으로 ‘가요계에서 버틴 자들’ 모임이 생겼다. 윤종신이 대장이고 린, 이수, 김범수, 거미, 케이윌, 이승기, 데이브레이크 이원석이 멤버다. 20년 넘게 목을 쓴 사람들이라서 다들 고충이 많더라. 서로 털어놓을 이야기도 많고 참 의미 있는 모임이다.”

Q :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A : “데뷔 초엔 ‘애쓰지 말고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면 그만 두자’고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다. 이미자, 나훈아, 패티김 선생님 공연을 보면서 ‘나도 저 정도의 나이가 돼서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아무에게나 허락된 영역은 아니기에 지금부터라도 더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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