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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고집불통` 벤투호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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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25일 치른 아시안컵 8강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패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아시안컵 내내 통쾌한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 한국 축구가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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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경기 7승4무1패'.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한국 대표팀을 맡아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 평가전(2대1 승)을 시작으로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0대1 패배를 당할 때까지 약 5개월간 이뤄낸 결과다. 12경기에서 단 1패. 성공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종 평가전을 모의고사로 본다면 '수능' 격인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경기력과 8강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실망을 넘어 '감독 교체'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 번의 패배로 탈락하는 아시안컵 본선. 하지만 한국은 운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실력 부족으로 패배를 당했다. 예선부터 답답했던 벤투호는 끝까지 고전했다. 상대팀은 한국을 알고 대응했지만 벤투호는 언제나 똑같은 전술로 그들을 상대했다. 당연히 59년 만의 우승 도전도 물거품이 됐다.

'답답 축구' '발암 축구'로 불리면서도 꿋꿋하게 자신만의 전술을 고집했던 벤투 감독. 어떤 점이 문제였을까.

우선 경쟁국 일본의 분석이 예리하다. 일본 축구 전문 매체인 '사커킹'은 27일 한국의 8강 탈락 이유에 대해 3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게임 메이커'가 없다는 것. 이 매체는 '한국은 점유율만 높였을 뿐 공격은 진행하지 못했다. 기성용의 부상이 큰 요인이고 대신했던 선수들의 역할이 작았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공격을 이끌어야 할 손흥민이 미드필더 지역까지 내려와 경기를 조율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빌드업 부족'. 사커킹은 '횡패스만 있을 뿐 공격이 시작되는 세로패스가 적어 미드필더가 수비라인까지 내려왔고 상대의 압박에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은 역동성의 부족. 팀 전체적으로 역동감이 부족하다고 말한 이 매체는 벤투 감독은 터프한 싸움이 필요한 공식 경기에서 목표로 하는 축구를 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국내 축구계 평가도 이와 비슷하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벤투의 '고집'이다.

아시안컵에서 벤투 감독은 늘 똑같은 전술을 구사했다. 상대에 따른 템포와 리듬 조절도 없었다. 두껍게 수비벽을 세운 상대의 주변만 맴돌다 보니 템포는 느렸고 상대 수비를 뚫을 수도 없었다. 점유율을 위한 점유율 축구. 볼 점유율만 앞섰을 뿐이다.

벤투의 고집은 선수 기용에서도 나타난다. 똑같은 스타팅 멤버에 똑같은 순서의 선수 교체다. 부상 조짐이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구자철과 지동원을 꾸준하게 필드로 내보냈다. 오히려 상승세에 갑자기 합류한 이승우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벤투의 머릿속 국가대표팀 멤버는 13~14명뿐'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믿음'을 떠나 선수들 입장에서는 '혹사' 논란이 나올 수도 있는 대목이다. 특히 손흥민 의존증은 심할 정도다. 벤투 감독은 오직 승리를 위해 손흥민을 팀 합류 3일 만에 중국전에 투입해 88분을 뛰게 했다. 물론 2대0 승리는 거뒀지만 이후 손흥민의 체력은 급격하게 떨어졌고 바레인전에서 부진한 뒤 "내가 준비가 덜 됐다. 체력적으로 지쳐 있었다. 좀 더 잘 준비했어야 했는데 이런 경기력을 보여줘 팀원들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시안컵의 답답함은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의 환호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으로 금메달로 이어지던 흐름을 한 번에 끊어버렸다.

게다가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컵 이후 대대적인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바로 주축 선수들의 은퇴다. 구자철은 아시안컵을 마친 뒤 "이번 대회가 대표팀 생활의 마지막"이라며 은퇴를 선언했고 기성용도 "마침내 끝났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은퇴를 암시했다. 또 이청용도 대표팀 은퇴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다"며 거취를 고민 중이다.

벤투 감독은 앞으로도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결국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은 선수단 구성이다. 이미 황인범·김문환 등이 자리 잡은 가운데 새 얼굴에 관심이 모인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역시 이강인. 발렌시아 사상 최연소 외국인 선수 데뷔 기록을 세우고 연일 주전 선수 자리를 꿰찬 이강인은 벤투 감독 입맛에 딱 맞는 선수다.

벤투 감독의 계약 기간은 4년.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는 한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한국 대표팀을 맡을 예정이다.

아시안컵에서 충격적 탈락으로 고개를 숙일 시간은 없다. 벤투호는 3월 예정된 두 번의 A매치로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릴 예정이다. 현재 한국은 3월 2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과 평가전이 잡혀 있다.

그리고 오는 9월부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 돌입한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은 40개 팀이 5개 팀씩 8개 조로 나뉘어 경기를 펼친다. 각 조 1위는 최종예선에 직행하고 조 2위 가운데 상위 4개 팀이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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