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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울산, 한준 기자] 울산 현대와 하나원큐 K리그1 2019 1라운드 원정 경기 전반전을 0-1로 뒤진 채 수원 삼성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호주 공격수 타가트를 투입했다. 타가트가 들어가면서 빠진 선수는 중앙 미드필더 송진규. 송진규의 자리로 내려간 선수는 데얀과 투톱으로 선발 출전한 주장 염기훈이었다.
염기훈이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자 일각에서는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에 탁월한 볼 배급자가 없는 수원 삼성이 '왼발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을 중앙에 배치하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이러한 시도된 적은 없었다. 이임생 감독은 자신의 부임 후 첫 경기에서 시도했다.
"지금 상황에서 염기훈 선수에게 측면 윙포워드 역할을 주면 굉장히 공수에 체력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데얀과 같이 투톱으로 넣었다. (후반전에는) 미드필드에서 골을 만들기 위해 패스를 창조할 선수가 필요해 염기훈 선수를 내렸다."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
이임생 감독은 경기 전후 인터뷰에서 전술, 전략에 대해 말을 아꼈으나 몇몇 구체적인 질문에는 합리적인 설명을 했다. 수원은 울산전에 1-2로 패했으나 염기훈을 중앙 미드필더로 내린 이후 경기력은 향상됐다. 후반 18분 타가트가 넣은 만회골의 기점은 중앙 지역에서 왼쪽 부근애서 문전 전방으로 왼발 크로스를 올린 염기훈이었다. 염기훈의 크로스를 데얀이 헤더로 떨구고 타가트가 침투해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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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임생의 파격 전술: 전문 센터백 없는 포백, 후반전 4-2-4 총공격
후반전에 수원은 무려 6명의 공격수를 모두 그라운드에 투입한 채 경기했다. 후반 13분 이임생 감독이 단행한 두 번째 교체는 라이트백 구대영을 빼고 공격수 전세진을 투입한 것이었다. 이때 수원은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레프트백 박형진을 라이트백 자리로 이동시키고, 전세진을 염기훈의 중앙 미드필더 파트너로 배치한 4-2-4 포메이션으로 총공세에 나섰다.
전세진은 공격형 미드필더 저리에서 4명의 전방 공격수를 지원했다. 이임생 감독은 "전세진이 어젯밤에 열이 너무 많이 났다. 사실 오늘 주전으로 나가야 했는데 고민 끝에 후반에 넣었다. 전세진을 (염기훈보다) 조금 더 위에서 공격적으로 나가게 했다. 쓸 수 있는 모든 공격 카드를 썼다"고 설명했다.
타가트의 만회골은 염기훈과 전세진이 모두 투입된 이후에 나왔다. 리드 상황이던 울산이 경기 주도권을 내준 시점은 수원이 구조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공격 재능을 가진 모든 선수를 그라운드에 투입하면서다. 이임생 감독은 선수의 포지션, 팀의 전형에 구애 받지 않고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했다. 전반전까지만해도 울산에 압도당했던 수원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울산을 긴장시켰다.
이날 수원의 선발 명단은 포메이션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낯설었다.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했다"고 한 김도훈 울산 감독도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나 수원의 명확한 전형을 모르겠다고 했다. 수비 자원으로 박형진, 홍철, 양상민, 김태환, 구대영 등의 이름이 오른 명단. 전문 센터백은 한 명도 없었다.
박형진과 홍철, 양상민은 레프트백, 구대영은 라이트백이 주 포지션이다. 매탄고 주장 출신으로 올해 수원과 준프로 계약을 맺은 김태환은 측면 미드필더와 좌우 풀백을 보며, 센터백도 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멀티 수비수가 다수 포진한 포메이션의 정체는 4-4-2였다. 홍철, 양상민, 김태환, 구대영이 포백을 구성하고, 박형진이 송진규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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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임생은 이상을 현실로 만들 디테일을 갖고 있다
이임생 감독은 부임 당시부터 "라인을 높여 전방 압박을 강화해 상대 지역에서 경기하겠다"고 했다. 이임생 감독이 배후 공간이 넓어 위험요소가 큰 경기 전략을 택한 이유는, 확실한 센터백 자원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라인을 내려서 경기해도 수비 라인이 견고하지 못해 실점을 피할 수 없다면, 라인을 높여 앞에서 상대 공격을 막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이임생 감독은 풀백 출신으로 포백 라인을 구성한 이유를 '스피드와 민첩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울산전 벤치에 베테랑 센터백 민상기, 조성진이 모두 있었지만, 이들은 어린 김태환보다도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센터백 쪽에 양상민 선수와 어린 김태환를 선수 넣은 이유는, 우리가 수비 라인이 '업다운'이 심하기 때문이다. 좌우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빠른 스피드와 체력, 민첩성이 요구된다. 기존의 우리 센터백 선수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너무 우리가 (라인을) 앞으로 올리다 보니 좀 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전지훈련을 통해 포백의 업다운과 커버를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이, 그 선수들(양상민, 김태환)이라고 평가해서 놨다."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
사실 이 수비라인은 울산 선수들과 전반전에 일대일 대결 상황에 완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경기는 김태환의 프로 데뷔전이었고, 구대영의 K리그1 데뷔전이었다. 구대영은 김보경에게 투박한 태클을 가해 선제실점이 된 페널티킥을 내줬고, 김태환도 울산 공격진의 돌파에 여러번 휘둘렸다. 하지만 이임생 감독은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린 선수들이라 긴장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선수들이 더 성장해야 한다. 구대영이 페널티킥을 주고 위축됐는데 축구는 실수가 항상 일어나는 경기다. 이런 경험을 통해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
이임생 감독은 경기 중 개인적인 실수가 나와도 선수들을 질책하는 대신 독려하며 박수를 쳐줬다. 경기 전에도 선수들에게 "실수해도 괜찮으니 자신있게 하라"고 했다. 지금 기회를 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성장할 수 없다는 점에 주안점을 뒀다. 이임생 감독은 대담하고 과감했다. 그는 경기 중 "뭐가 무서워서 자꾸 내려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표정을 풀고 격려했다.
울산 미드필더 김보경도 "수원의 선수들이 경험이 부족했다. 첫 골도 그랬다"면서도 "몇 경기가 지나면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가 되더라"고 했다. 수원의 이날 전력은 객관적으로 울산에 분명한 열세였지만, 뚝심 있게 계획을 밀고 나간 이임생 감독의 자세는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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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된 선수, 완성된 전술, 울산의 경기력은 K리그 최고다
경기 수준으로 보자면 이미 완성된 선수들이 보인 울산의 플레이가 월등했다. 특히 전반전 경기력은 울산이 대량 득점으로 승리할 수도 있었을만큼 차이가 났다. 믹스, 김보경, 신진호, 박용우로 구성된 미드필드진의 전방 압박, 원투 패스, 스루 패스, 탈압박, 드리블은 K리그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수준의 플레이를 양산했다.
울산은 전반 8분 신진호의 논스톱 로빙 패스에 이은 믹스의 배후 침투와 발리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전반 11분 주니오가 허슬 플레이로 공을 흘리며 신진호가 전진 패스를 보내고 주니오가 반대 전환 패스로 넘겨 김보경이 받으면서 페널티킥을 얻어 선제골을 만들었다. 전반 18분에는 박용우의 중거리슛과 김보경의 크로스에 이은 주니오의 헤더 과정도 예리했다.
후반 10분 믹스의 스루패스를 김보경이 받아 주니오에게 밀어주고 주니오가 오른쪽에서 문전 왼쪽으로 크로스한 뒤 김인성이 마무리한 득점 장면은 완벽한 팀 플레이였다. 울산은 개인 기량과 팀 플레이가 결합된 아름다운 축구를 수 차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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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정은 좋은데 무뎠던 발톱, 울산의 숙제는 '결정력'
문제는 울산이 경기 내내 멋진 장면을 만들고도 이를 득점으로 연결한 게 두 차례 뿐이었다는 점이다. 주니오는 몇 차례 좋은 패스와 돌파에도 마무리 슈팅 상황에서 침착하지 못했다. 김인성도 추가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정확성이 부족했다. 울산이 마무리 슈팅 상황에서 조금 더 냉정하게 슈팅 코스를 잡거나 한 번 더 패스하거나, 정확한 패스를 했다면 3~4골을 더 넣을 수도 있는 내용의 경기였다.
김도훈 울산 감독도 "찬스가 났을 때 골을 넣지 못한 장면이 많아 아쉽다"고 했다. 믹스는 "몇 골을 넣느냐보다 이긴 것 자체가 중요하다"면서도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는 못했다. 김보경도 많은 기회를 만들고도 득점을 적게한 것이 울산의 숙제가 맞다고 말했다.
"좋은 찬스를 만든건 긍정적인데 오늘 경기 봤듯이 우승하기 위해선 더 많은 찬스를 살려야 한다. 절 포함한 공격진 발톱을 더 날카롭게 만들어야 한다." (울산 미드필더 김보경)
울산의 강점은 중원 플레이다. 박용우는 힘과 노련미를 갖춰가고 있고, 신진호도 좋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며 자신의 장점에 집중하고 있다. 믹스는 이날 주니오 뒤로 올라가 전방 압박으로 볼을 따내 쇼트 카운터를 직접 시도하거나, 2선에서 날카로운 패스와 돌파로 차원이 다른 개인 기량을 보였다. 믹스 옆의 김보경도 이러한 창조성을 발휘했다. 믹스와 김보경의 2선 공격 조합은 올 시즌 K리그 무대에서 적수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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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최전방이다. 주민규가 부상 중이라 주니오가 울산의 유일한 전문 스트라이커다. 주니오는 지난 2018시즌 22골을 넣었고, 수원전에도 1골 1도움을 기록했으나 마무리 상황에서 더 확실해야 한다.
전반전에 게임을 끝낼 수도 있었던 울산은 결정력 부족으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좋은 장면을 만들고도 득점하지 못하면서 상대는 사기가 올랐고, 울산은 힘이 빠졌다. 울산은 2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전북 현대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려면 90분 내내 꾸준해야 하고, 시즌 내내 기복이 없어야 한다.
주민규가 돌아와 이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 이근호가 복귀하면 마무리 부분에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 김보경은 "로테이션이 가장 중요하다. 전북 강점은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에 ACL하면서 리그에 좋은 승점 쌓았다. 우리는 리그만 집중할 수 없어서 앞으로 로테이션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수원은 울산에 비해 중원과 수비 라인의 밀도가 떨어졌으나 타가트와 데얀, 염기훈이라는 확실한 공격수를 통해 실리적인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지배하는 축구를 지향하는 울산은 이근호, 주민규, 황일수가 부상을 당하며 시즌 개막을 맞았다는 점이 불운하다. 이들이 없는 3월 일정을 잘 넘겨야 우승을 기대할 수 있다. 울산에 대패할 수 있었던 수원은 전북과 2라운드 홈 경기에 도박을 건 어린 선수들이 실전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증거를 찾아야 한다.
글=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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