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 바이런 넬슨 23언더파 우승
부친, 양어장 팔아 아들 뒷바라지
최경주 “네 골프 하라” 조언 한 몫
어릴 적 타이거 우즈 보며 꿈 키워
이번 AT&T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은 악천후로 경기가 지연됐고, 시간이 부족했던 강성훈은 면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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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9년만, 대회 수로는 159경기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강성훈은 어릴 때부터 최고 무대인 PGA 투어만 바라봤다. 타이거 우즈의 우승을 보고 느낀 감격이 아주 컸다. 중학교 때부터 방학 때면 미국에 가서 우즈를 가르친 행크 해이니 등 저명한 코치에게 배웠다.
강성훈의 재능이 아주 뛰어난 건 아니었다. 키가 1m72㎝로 크지는 않다. 괴물 장타자도, 면도날 쇼트 게임도 아니었다. 그저 열심히, 묵묵히, 쉬지 않고 소처럼 훈련하는 선수였다.
그 노력으로 성과를 냈다.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땄고, 아마추어로 프로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그 정도까지로 여겨졌다. 골프 관계자들은 미국에서 우승하기는 어렵다고 쑤군댔다.
그의 성실성은 아버지 강희남(69)씨를 닮았다. 강씨는 맨주먹으로 시작해 33세 때 서귀포에 큰 횟집을 열고, 양어장을 운영했으며 지금은 커다란 채석장을 경영하는 뚝심의 사나이다. 강씨는 막내 아들이 골프를 하게 되자 반드시 PGA 투어에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아버지는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양어장을 팔았다. 강성훈은 “키가 작은 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강성훈이 2013년 CJ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우승 후 최경주와 포옹하는 모습.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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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PGA 투어 Q스쿨에 응시했다가 낙방했을 때, 강성훈은 눈물을 흘렸다. 강희남씨는 울고 있는 아들에게 “이렇게 나약해서야 어떻게 큰 무대에서 성공하겠느냐”고 했다. 이후 강성훈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2011년 PGA 투어 카드를 땄지만 두 시즌 만에 자격을 잃어 2부 투어에서 3년을 보내야 했다. 강성훈의 스윙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거칠다. 2부 투어는 괴물 같은 장타자들이 많은 곳이다. 그는 “2부 투어에선 모 아니면 도이기 때문에 거리를 내야 했다”면서 모질게 거리를 늘렸다. 2008년 270야드였던 강성훈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올해 297야드다. PGA 투어에서 상위권은 아니지만, 키와 몸무게 등을 고려하면 ‘가성비 갑’이다.
최경주도 강성훈이 꿈을 잃지 않게 도운 버팀목이었다. 2013년 강성훈은 2부 투어에서도 하위권인 97등이었다. 자신감을 높일 뭔가가 필요했다. 그해 가을 강성훈은 한국에서 열린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레 최경주에게 물었다. 최경주는 흔쾌히 승낙했다. 강성훈은 그 경기에서 최경주의 3연패를 저지하고 우승했다. 최경주는 마지막 홀 그린에 나가 강성훈을 포옹해줬다. 강성훈은 이를 발판으로 조금씩 성적을 올려 2016년엔 다시 PGA 투어 선수가 됐다. 강성훈은 이번 우승을 앞두고도 최경주에게 길을 물었다.
강성훈은 2016년 AT&T 페블비치 프로암과 2017년 휴스턴 오픈에서 우승 기회를 잡았다가 역전패했다. 최경주는 “‘너 자신만의 골프를 해라. 지금까지 보여 준 골프의 반만 보여주고 한 라운드에 4타씩만 줄인다고 생각하라’고 얘기해 줬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159경기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강성훈은 술·담배를 아예 안 한다. 경기 후 현장 인터뷰 진행자는 “갈비를 좋아한다는데 우승 기념 파티를 하면서 갈비를 얼마나 먹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강성훈은 “내일 아침 6시에 트레이너를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2006년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함께 한 KLPGA 프로 최혜용은 “골프만 알던 옛날 성훈이 오빠 그대로”라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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