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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대망신’ 권아솔, ‘전략·준비’ 제대로 된 게 없었다 [MK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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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자칭 끝판왕 권아솔(33)이 만수르 바르나위(27)에게 한 대도 때리지 못하고, 완패한 것은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전문가들은 허를 찌르려 한 시도 자체는 괜찮았지만, 전술을 실천으로 옮길 준비가 부족했다고 봤다.

권아솔은 18일 로드FC 라이트급 타이틀 3차 방어전 겸 100만달러 토너먼트 최종전에서 경기 시작 3분 44초 만에 지고 말았다. 열세라는 예상은 대진 성사 직후부터 나왔지만, 유럽 베팅업체들도 승률이 43%는 될 거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일방적인 패배를 예견한 이는 없었다.

전 로드FC 타이틀 컨텐더 김훈(39)은 “권아솔이 타격전 대신 클린치 공방을 선택한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라면서도 “누가 봐도 ‘난 그라운드로 가고 싶지 않다’라는 티를 낸 것은 실수다. 만수르만 편하게 만들어줬다”라고 아쉬워했다. 김훈은 현 UFC 챔피언 로버트 휘태커(29)를 꺾는 등 한국 종합격투기 미들급을 대표하는 강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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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네몰 로드FC 053 제주 대회가 18일 오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렸다. 권아솔은 도전자 만수르 바르나위와의 100만달러 토너먼트 최종전에서 리어네이키드초크에 의한 서브미션패를 했다. 파이터 만수르가 권아솔의 얼굴을 공격하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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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종합격투기 전문가 역시 “만수르의 과거 패배들을 보면 ‘네가 잘하는 것을 최대한 못하게 막겠다’라는 상대에게 고전했다”라며 권아솔의 전략 자체는 그럴듯했다고 봤다.

이 전문가는 “권아솔은 거리를 주면 결국 만수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것을 우려했던 듯하다. 그러나 클린치에서도 재미를 본 시간은 짧았다. 만수르가 약하다는 레슬링 공방에서도 결국 열세였다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김훈은 “만수르의 진정한 위력은 그라운드 공방에서 나온다. 권아솔이 ‘상대 영역으로 먼저 들어가 부수겠다’라고 장담하길래 난 대비를 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만수르는 러시를 감행한 권아솔의 안면에 카운터 잽을 적중시키긴 했으나 한동안 케이지에 몰려있는 등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셀프 가드를 시도하여 권아솔을 그라운드로 끌어내리려 한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권아솔은 만수르의 셀프 가드 시도를 저지하고 계속 케이지로 상대를 밀려고만 했다. 김훈은 “만수르는 ‘아, 권아솔이 그라운드 공방을 무서워하는구나’라고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수르는 테이크다운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자 클린치 공방에 집중, 권아솔을 반대로 케이지로 몰아붙였다. 신장 차이를 활용하여 어깨로 권아솔의 안면을 잇달아 때린 것이나 목덜미를 잡고 더티 복싱으로 재미를 본 것도 권아솔의 단조로운 전략을 간파했기에 나온 상황이다.

김훈은 “권아솔이 스윕(sweep) 기술로 대표되는 만수르의 셀프가드를 공략할 준비를 제대로 했다면 괴롭힐 방법은 많았다”라고도 언급했다. 상대 강점을 마냥 피하려 했을 뿐 마주쳤을 때 대처가 미흡했다는 얘기다.

셀프가드는 자처해서 그라운드 하위 포지션으로 가는 것이다. 상대를 깔아놓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종합격투기의 흐름과는 상반되기에 장기로 쓰는 선수가 드물다. 권아솔이 만수르를 맞아 상위 포지션을 유지할 수만 있었어도 경기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권아솔이 만수르가 상상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덤비긴 했지만 어떻게 승리라는 결과를 만들지에 대한 준비는 부족했다는 게 명확해졌다. 더구나 계체 통과를 하기 위해 23㎏을 감량하는 것도 벅차보였다. 890일 만의 복귀전이었음에도 깜짝 전술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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