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은, 돌아올 줄 모른다. 그 누구라도 오는 세월 막을 수 없고,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 없다.
한때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팀의 핵심으로 위세를 떨쳤던 ‘토종 4번 타자 3인방’ 이대호(37. 롯데 자이언츠), 김태균(37. 한화 이글스), 최형우(36. KIA 타이거즈)의 존재감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판을 호령 했던 이들이 시나브로 선수생활의 끄트머리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 현실을 직시해야할 때가 왔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소속된 팀은 올 들어 하나같이 중, 하위권에서 헤매고 있다. 꼴찌 롯데나 감독 도중하차 사태를 불러일으킨 KIA는 물론 한화조차도 팀 하락의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팀 중심타자로 제구실을 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초고액 연봉자(이대호 25억 원, 최형우, 15억 원, 김태균 10억 원)이다. 그래서 이들의 위상이나 활약상에 대해 ‘독한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타격왕(이대호 2006, 2010, 2011년, 김태균 2012년, 최형우 2016년), 홈런왕(이대호 2006, 2010년, 김태균 2008년, 최형우 2011년), 타점왕(이대호 2010년, 최형우 2011, 2016년)의 훈장을 어깨에 달고 명성을 드날렸던 이들이었건만 올해는 볼품이 사납다.
그나마 이대호는 최근 타격감이 살아나며 나름대로 제 모습을 찾아가고는 있지만 김태균과 최형우는 그 위상이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이들의 추락은 팀 성적의 하락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속 팀의 고민이 점점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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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방의 내림세는 토종 거포의 위축을 상징한다. 리그를 대표했던 이들의 뒤를 이을 마땅한 대체 자원이 눈에 안 띄어 소속 팀들은 더욱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팀 내에서 이대호의 성적을 능가할 만한 선수가 없는 롯데야 그렇다 치더라도 KIA나 한화가 최형우나 김태균을 마냥 외면하거나 포기할 수도 없다. 기대를 걸어보지만, 그 기대를 저버리기 일쑤여서 ‘희망 고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셋 가운데 특히 김태균과 최형우의 부진은 뭉뚱그려 ‘노쇠화’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겠다. 일각에서는 겨우내 훈련부족을 그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관리 실패라는 얘기다.
겉으로 드러난 지표만을 놓고 본다면 이대호는 제 구실을 충분히 하고 있다. 이대호는 5월 23일 현재 타율 3할3푼(4위), 9홈런(공동 3위), 48타점(공동 1위)으로 부분별로 상위권에 올라 있다. 그런데도 팬들이 그에게 자주 실망하는 것은 승부처에서 무기력하게 물러나는 모습 때문이다.
2017년 삼성에서 KIA로 배를 갈아 탄 그해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어 ‘FA 모범 사례’로 칭송을 들었던 최형우는 그 때의 위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비록 5월 23일 롯데전에서 모처럼 연타석 홈런을 날려 얼굴을 폈으나 물음표를 말끔히 지운 것은 아니다. 최형우도 겉으로 드러난 기록을 보면 타율 2할8푼6리(30위)은 처져 있지만 타점(35점, 8위)과 홈런(7개, 공동 15위) 부문에서는 그런대로 체면치레는 하고 있다.
셋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김태균이다. 이미 2군에도 다녀올 정도로 팀 내 위상이 현저하게 흔들리고 있는 그는 타율만 3할1리(16위)로 그럴싸할 뿐 1홈런, 14타점으로 생산능력이 형편 무인지경이다. 이쯤 되면 몰락 수준이라고 해야겠다.
중반전에 접어든 2019시즌, 이들에게 전적으로 팀 성적 하락의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가혹한 얘기다. ‘이대호가 살아나야 자이언츠가 살아난다.’는 어떤 누리꾼의 말마따나 이대호는 물론, 김태균, 최형우가 살아나야 팀도 살 수 있다고 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이들에 대한 팀 타선의 의존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과거 팀 핵심타자로 떵떵거리다가 장강의 뒤 물결에 밀려 대타 신세로 전락했다가 은퇴 절차를 밟는 선수들을 흔히 보게 된다. 곧 불혹을 바라보는 이들도 그와 같은 신세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주위에서는 이들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지만 한편으로는 연민을 섞은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이런 흐름으로 간다면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팀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던 이들을 대체할 선수를 기르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세대교체는 프로야구단 마다 영원한 숙제다. 원활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팀 전력의 지속성과 강도(强度)가 유지되게 마련이다. 롯데나 KIA, 한화는 지금 세대교체의 과도기에 들어서 있다. 세대교체라는 것이 신, 구세대의 조화 속에 원만히 풀리면 팀 성적도 큰 부침을 겪지 않겠지만 이 팀들은 그렇지 않다.
전성기를 지나 내림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핵심타자들의 분발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너무 이른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지만, ‘포스트 이대호, 김태균, 최형우’의 대안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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